오늘은 애써 괜찮지만 내일은 그냥 괜찮기를
샤워를 하던 도중 폰을 봤더니 통신사에서 문자가 와 있었다. 요금 납부 방식이 자동이체이서 직접이체로 변경되었다. 무슨 말이냐면, 친족들을 향한 마지막 거머리짓이었던 휴대폰 요금까지 오롯이 내 책임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 생각했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희망이 제발 이어지기를 바라며 애써 걱정을 무시했었다. 단순히 걱정만 무시한게 아니라 마치 공짜라도 되는냥 소액결제로 이것 저것 샀다. 꼭 필요한 것도 있었으나 전혀 쓸데없는 것도 있었으며 꼭 필요하다고는 말 못하더라도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처절한 것들도 있었다. 소액결제가 아니었으면 한달 내내 커피랑 견과류만 씹으며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맨밥에 김치를 먹었을지도. 그게 꼭 나쁜 모습만은 아니지만, 먹을 것은 없는데 배가 고파서 맨밥에 김치를 며칠이고 먹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 처절하다... 사실 휴대폰 요금이 절대 못 낼 액수의 것도 아니지만 그냥 보는 순간 너무 절망했다. 대책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는건데 순간 죽어버리고싶었다. 그리고 조금 후에는 가족들이 모두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죽어버렸으면 싶었고, 더 조금 후에는 내게 행복이었던 것을 보며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게 진짜의 모습을 한 행복 따위 찾아오지 않을텐데, 행복한 사람들을 보며 에너지를 얻는게 무슨 소용이람. 그리고 눈을 감고 무릎을 꿇는 성의 조차 갖추지 않은 채 기도했다. 하나님 제발 살려주세요만 바보같이 반복했다. 곧 7월부터는 일을 늘릴 수 있다. 위기 지원 센터에서도 지원금이 나올 것이다. 숨 좀 돌리고 조금 안정되어가면서는 또 다른 대책을 새로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태 그렇게 잘 해왔으니까. 여기까지 생각이 드니 가벼운 마음으로 통장을 확인해 볼 마음이 들었다. 지출 항목 중에 라임트리 콘서트 양일권을 예매한 내역이 있었다. 웃음이 났다. 그때까지는 살아있을 이유가 있잖아, 농담 반 진담 반의 마음으로. 내가 너무나 기대하고 사랑하는 모습의 행복은 어쩌면 영영 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대를 다 포기해버리지 않았을 때 그것과 비슷한 모양의 조금 모자른 행복이라도 곁에 두고 누릴 수 있는 것 아닐까. 허황된 믿음이 나를 곤란하게 해 나는 이참에 모든 기대를 다 포기해버리고 싶어졌지만 그냥 이거 하나만 열심히 믿어보련다. 내게도 곧 좋은 날이 올거다. 사실 이미 좋은 날들을 잘 보내고 있지만, 더 자랑하기 좋은 모습의 좋은 날도 속히 올 거다. 나는 그 좋은 날을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 만약 자격이 없을까 불안하다면, 자격있게 행동하려 애써야지. 애쓸게 많다는 건 나를 너무 서럽게 만들기도하지만, 그만큼 살아나갈 방법이 많다는 뜻일테지. 차마 구구절절 다 담지 못하는 서러움과 속상함까지, 그리고 애쓴만큼 괜찮아지고있는 일상까지 끌어안고 다시 또 내일을 생각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