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허튼짓
어제 저녁 먹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쓰러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바람에 새벽에 일어나 천장만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그냥 디비잤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을, 뭐 먹을 게 있다고 그 시간에 허튼짓을 했단 말인가. 처음엔 EM-32G210F128-H 보드를 가지고 놀았는데, Simplicity Studio의 버전이 올라가면서 예전엔 잘 되던 전류 측정이 제대로 안 되길래—망할 실리콘랩스!—디버거로 쓰던 자이언트 게코 보드에 그만 손을 대어 버렸다. 혹시라도 실수할까 싶어 일부러 flash lock까지 걸어놓았던 그 보드를 말이다. 자이언트 게코 보드에 들어가 있는 기존 코드 때문에 간섭 현상이 일어나서 210F128의 전류 측정이 안 된다면 기존 코드를 날리고 EM4(Shut off) 모드를 유지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아주 맹랑한 코드를 던져준 거다. 부팅하자마자 Deep sleep도 아닌 EM4 모드로 진입하는 말도 안 되는 코드를… 그리하여 한 순간에 내가 가지고 있는 개발 보드 중에서 최고가를 뽐내던 자이언트 게코가 그렇게 사망하셨다. 정신이 번쩍 들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차렸을 때엔 이미 숨통이 끊어진 뒤라 어찌 해 볼 도리가… 물론 살려 보겠다고 새벽 3시 반까지 이런 저런 몸부림을 쳐 보았으나 모두 실패. 다 포기하고 자리에 누웠지만 눈물이 앞을 가려 잠을 들 수가 없었다. 이 시점에 좀 열 받는 것이, 다른 보드들은 아무리 CPU가 깊은 잠에 빠져도 디버거 케이블을 들이대는 순간 얌전해져서 말을 듣는 것이 보통인데 왜 이놈의 도마뱀붙이들은 그마저도 거부하고 깨어나지 않는 것인지. 이런 걸로 저전력을 자랑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나마 CPU가 죽었다 뿐이지 디버깅 기능은 살아있다고 위안을 삼으려 했으나 그런 자기 기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 좀 저렴한 놈이 뒈지면 이렇게까지 마음 아프진 않잖아. 불쌍한 내 게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