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4. 12
인간은 외로움에 하나가 되려고 해 둘은 어렵고 하나면 족해 신물이 날 정도로 반복적인 루프 여기엔 여전히 강우가 내려 그동안 숨을 헐떡이던 구름이 핀 곳에 절여지던 그건 네 달가운 선택일 뿐 비단뱀은 이내 허물을 벗고 추위를 탄다 고조되는 뱃고동만 웅장하게 으르렁댄다 두 손 모아 낸 입김에는 자연스레 성에도 맺혀있다 잔뜩 뜯긴 입술에는 썩은 석류의 맛 이빨로 뜯어낸 어깨 살점 임팩트 누군가 이미 다녀갔는지 보랏빛 크레이터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본 적도 없는 미상의 인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길래 괴로워 나라고 다를 게 있으려나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무릎에 핀 곰팡이를 매만지며 심호흡을 했다 머리부터 등줄기를 타올라 복사뼈까지 신경이 곤두선 것은 연꽃이 떠오른 개울가의 소리 해수욕장 초입의 첨벙이는 소리 배우지 못했어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춤 침울한 표정으로 다시 만나지 못할 것마냥 구는 저의 그러나 입에는 차마 올리지 못하고 말없이 그렁거릴 뿐
사랑은 BBB(Blood-Brain Barrier)를 통과해? 자유낙하하는 궤도로 관계 밸류는 아득해진다 네가 닿는 바닥은 심연에 가까울까 지옥에 가까울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다 부서져가는 침대 위엔 창가의 먼지만 흩날린다 자세를 고쳐앉아 일어날 시늉을 하니 끼익거리는 비명이 귀를 찔러댄다
“날 데리고 갈 수 없다면 트렁크에 날 실어줘”
고개를 갸우뚱하는 날 보는 표정은 확신에 차 있다
“그것도 못한다면 날 캐리어에 넣어줘”
결의에 찬 눈동자에는 희망마저 보일 정도로 불이 타오르고 있다
”잠시라도 좋아. 같이 넘어갈 수만 있으면 사실 죽은 채로도 좋아. 넌 그저 파리만 날리지 않게 날 잘 밀봉하고 매일 자기 전 귀에 ‘잘 자’ 라는 한마디만 해주면 돼. 내가 서서히 썩어간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아. 고약한 냄새를 견뎌내는 건 온전히 네 몫이니까. 오히려 날 생각해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 테니까. 나중에 뼈만 남더라도 유골함엔 담지 마”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손가락를 깨물며 제지당했다.
”굳이 치워야 한다면 차라리 바다에 뿌려 줘. 아무도 날 알아볼 수 없게.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 수 없게. 잠시 이 세계를 향유하다 흘러갔다는 기억만 남을 수 있게”
내 손 위로 포개 모은 두 손에는 파르르 진동이 흐른다.
”그동안 너만 날 기억해주면 되는 거야. 내가 살아있었다는 사실. 여느 인간처럼 똑같은 깊이와 똑같은 템포로 호흡하고 있었다는 사실. 눈물 날 정도로 슬픈 일들 투성이었지만 울지 않았다는 사실. 불행에 곁들여 디쉬 위에 오르내렸지만 테이블 밑으로 발을 움직여 추락하지 않았다는 사실. 움켜쥔 두 손에 힘을 빼지 않았다는 사실. 누구 한 명이라도 붙잡지 못했단 것으로 아연실색하지 않았다는 사실. 세상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는 사실“
네 마음 누가 모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