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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랜만이다 이런 영화
onthe the sea~
<미리 송년> 삼겹살과 청하 한 병, 맥주 한 병을 먹으며 11월까지의 2016년을 곱씹어보았다. 고깃집을 나서니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고 우리는 우산이 없어 코트를 쓰고 걸어다녔다. 난 불편해서 우산빌리러 얼른 가야겠다 싶었는데 내 옆에 있던 애는 우리 너무 로맨틱한 거 아니냐며 꺄르르꺄르르. 시끄럽고 팔 아프니까 네가 코트 들어라 했다. 대규모 집회행진이 예고되서 그런지 경찰들은 일찌감치 쫙 깔린 상태였고 차벽은 길게 늘어져 시야가 가로막혔다. 집회에 참여하고싶어서 광장에 가보니 다 끝나있어 우리는 쓸쓸히 돌아 집에 갔다. 11월 마지막 날이니 만나야하지 않겠냐길래 한 달마다 돌아오는 날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러나 싶었는데 꽤 기억에 남는 마지막 날이 될 것 같다. 재밌었다 십일월의 송년회. 이천십육년십일월삼십일
눈 오는 날, 하루 종일 암막 커튼치고 온수매트 돌린 다음 이불 속에 파묻혀 파울라너 포카칩과 함께 해리포터 시리즈를 격파한다. 한다 한다 한다. 나는 지금 시크릿 주문 외우는 중. 그리고 그 날은 크리스마스이브 날이다..! 그러니까 근혜가 하루 빨리 하야를.. 내 주말 내놔
출퇴근 길에 보는 단풍이 점점 늘어날 때마다 '아, 경복궁부터 돌고 와야하는데..’ 하는 조급함이 늘 맴돌았다. 한동안은 피곤해서 겨우 출근을 했고 아침 산책의 여유는 개나 준 상태였다. 그러다, 미국에서 온 언니와의 점심 벙개로 라떼 한 잔씩을 들고 청와대 길을 산책했다. 이 날은 웬일인지 하늘도 무척이나 높았고 내가 입고있던 트렌치와 구두 소리까지 썩 마음에 들었으며 무엇보다 언니와 함께 걷고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사실, 언니가 서울에 온다고 했을 때 어딜 데려가야하나 뭘 보여주면 좋아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생각지도 않았던 익숙한 곳에서 함께하니 더할 나위없었다. 아무튼 언니 덕에 11월의 끝내주는 단풍 구경을 했다. 중국인들의 재잘대는 소리마저 좋았으니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지않는다. 아니 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남들이 좋다니까 좋은 줄 알고 살다 이걸 깨닫는 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꼼꼼하고 예민한 성격이라 내가 모르는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는사이에 스트레스를 받아 신체 증상으로까지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올 해 서비야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유독 여기저기 많이 다녔던 이유는 주위에 내 사람들이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들과 만나서 고작 몇 시간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떠는 것들로는 부족해서였을까 더 오랜 시간 함께 있고 싶었다. 신선함과 익숙함이 함께 주는 그 오묘한 스트레스가 좋았다. 한 번도 떠나보진않았지만 앞으로도 혼자 여행 갈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않는다, 동행을 좋아하지.
살짝 손 끝이 시려운 가을이 너무 좋다.
시월의 문구. 나는 그저 이 생을 봄바람처럼
빛과 그림자와 바람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감성터지기에 아주 좋고 내가 애정하는 느린 노래들로 재생목록을 꽉 채워도 어색하지 않으니까. 뙤약볕에 발라드만 스무곡이나 듣는건 생각만해도 너무하잖아. 이천십육년시월삼일
때마침 서울대병원에서 교육이 있었고 잘 아는 곳이라 그런지 장례식장도 금방 찾아갈 수 있었다. 같이 교육을 받은 의사샘이 모르는 사람 조문을 왜가냐고 묻기에 모르는 사람도 쏴죽이는 판국에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 다 무슨소용이냐 했다. 사람들이 많이 없는 시간이라 기자들 외엔 조문객이 거의 없었고 난 조용히 인사를 드렸다. 약 일 년간 선생님의 긴 투병 생활은 끝났지만 수많은 기자와 벽보, 플랜카드를 보니 앞으로 더 긴 싸움이 남아있는 것 같아 가슴이 더욱 묵직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이런 것 들 뿐이라는 생각에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천십육년구월삼십일
기록해두기에 소홀했던 요 근래. 우울한 사람은 일기를 쓴다고했다. 그렇다면 내가 요새 기록하지 않았던 건 우울하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건가. 가을 경주는 사랑. 누구 하나 엮인 추억이 거의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버스타는 것부터 새롭고 설렜다. 경주는 걷기에도 좋아 가을 바람 느끼기에 충분했고 무엇보다 할 것이 많이 없어 길가에 앉아 가만 멍 때리기 좋았기 때문에. 비움의 미덕
한낮의 타는 듯한 더위, 냄새나는 화장실, 무거운 짐에 지쳐 집에 도망가고 싶다가도 맥주 한 모금, 사랑하는 친구들, 끝내주던 라인업에 밤도 샐 수 있을 것 같은 흥분까지. 정말 기승전결 확실했던 여름 밤. 완벽했던 이천십육년구월사일
이천십육년팔월이십사일
새벽 6시부터 집을 나섰는데 친구가 집 현관에 놓고 간 엽서와 내 사진을 보고 감동받아 금세 피로도 잊었다. 놀멍쉬멍 일하다 칼퇴근을 했고 기대하던 영화를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명동으로 가는 버스가 평소엔 3분마다 왔는데 무슨 일인지 오늘은 17분이나 걸려 꽤 기다렸지만 괜찮았다. 친구의 오늘 별일없었냐는 물음에 “응"이라는 대답이 저절로 나왔고 스스로 대견해하며 뿌듯하기까지했다. 요새의 나는 별 일이 없다는 게 제일 큰 행복이기에. 대신 그 친구의 짜증난 오늘의 일에 대해 들어주고 실컷 욕해줬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뜨거운 눈물을(오열x) 흘리며 관람했고 벅찬 마음으로 명동 교차로를 활보했다. 그러다 계단 중턱에 걸려 넘어졌는데 핸드폰을 쥐고있던 오른손만 남겨둔채 다 땅에 박았다. 건진건 핸드폰 하나.. 난 참 여러모로 대단한 놈이다. 내 뒤로 여자분 한 분이 계셨는데 아마 내 속바지까지 다 보셨을거다. 난 왜 오늘따라 원피스를 입고 살색속바지를 입었을까. 정신이 나갔었나보다. 염병천병. 마침 친구랑 통화를 하고있었는데 버스기다리는 나를 보며 택시비 입금해줄테니 얼른 타고 집에가라했다. 승낙하기엔 뭔가 내가 택시비 만오천원아끼는게 서글퍼서 됐다고했다. 상처난 곳들이 욱신거리고 피가 흐르는 걸 손수건으로 닦아가며 집에가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혼자 영화봤다고 할 때부터 못믿겠다는 듯이 되물었고 그러다 넘어졌다고 했을땐 꽤 놀라워했다. 내가 뚜벅이라 다쳤으니 얼른 차를 가져와야겠다 말하니 엄마는 내내 안타까워하다 욕에 가까운 말을 했다. 하이라이트는 지금부터! 버스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내 앞으로 걸어가는 5-60대 땅꼬마 할저씨가 왼 손엔 소지품을 잔뜩들고 오른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흔드는게 살짝 보였다. 할저씨 앞에는 여자 두 명이 가로질러 걸어가고있었지만 찜찜함을 무시하고 내 갈 길 갔다. 할저씨를 앞질러서 걸어왔는데 우리 집 앞에 당도해서 슬쩍 옆을 보니 어느순간 그 놈이 골목에 들어와있었다. 집에 들어가기 직전에 뒤돌아보니 오른손으로 열심히 딸딸이를 치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다. 입까지 약간 벌리고. 미친놈. 문을 닫고 집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서 육성으로 질러버리고싶었지만!! 참았다.. 하. 오늘 진짜 한 시간 사이에 제대로 액땜했다. 무릎도 울고 턱도 울고 나도 울고. 그 변태새끼한테 가운데 손가락이나 한 번 시원하게 보여줄걸. 앞으로 얼마나 잘되려고 이렇게 액땜하나
무료할 땐 역시 덕질이 최고
아 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