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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알았던 과거의 나, 어쩌면 달라질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닌지.
내가 알던 것들, 익숙한 것들도 손가락 사이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다. 욕심으로 한 움큼 가득 집어도 조금만 느슨해져도 와락 쏟아진다. 손에 달라붙은 몇 알갱이만 모래 장난을 잔뜩한 마냥 흔적만 남는 것처럼. 그냥 그런 흔적에 만족해야 할까. 파도가 무심하다.
삶이 지쳐버린 것도 맞다. 붙잡을 수 없어 속절 없이 흘러버리는 시간도 억울한데, 막막함과 상실감이 퇴근 시간에 맞춰 나를 반긴다. 웃고 떠들어도 그 순간만 그렇고.
밤은 깊어지고 결국 내일은 오고 말 것이다. 그리고 또 내일은 오고 말 것이다. 회복은 어디서부터 오게 될 지 모르지만.
올해 시작하면서 기록하지 않으니까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것 아닐까 했는데 그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덜컥 3월이다. 수많은 사건사고들, 예를 들면 미국이 어딜 냅다 공격한다던가 동네에서 우주로 뭘 발사했다니 식의 뉴스가 끊이질 않고, 부지런히 이것저것 하고 다녔으며, 회사일은 여전히 바빴다. 어쩌면 이미 개인의 인식으로는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만들기에는 엔트로피가 너무 높은 수치에 도달한 것은 아닌지. 특히 ai 탓에 위기인 직종 0순위인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요즘은 피로도가 극한까지 온 기분이다. 먼저 온 미래 오면서 그렇지 그렇지 했던게 작년인데, 이미 그런 세상이 와버렸다. 멍청한 코드를 만들던 애들이 멀쩡한 코드를 만드는 것은 당연히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만큼.
근 몇 달 동안 소셜 플랫폼을 많이 줄여서, 그런 복잡한 뉴스가 와르르 쏟아져 절망에 빠지는 일은 좀 덜해졌다. 그나마 유튜브는 계속 열긴 하지만 보던 것만 추천해주는 덕분에 민팁과 B주류초대석이나 간간히 보는 정도인데. 외계인이 나타난다고 해서 내가 바로 아는 일도 없을 것 같다. 내가 내 흐름과 속도에 조바심 느끼지 않고 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인 것 요즘 느낀다.
낫띵 이스 파인 벗 아임 파인, 약간 그런 에너지로 견뎌보고 있다. 미래를 크게 대비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이런 불확실한 분위기에서는 결국 이너 피스 찾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인게 분명하다고 느낀다. 갑자기 오늘 당장 외계인이 나타나더라도, 이너 피--스.
무리해서 고민해도 다 무슨 소용인가 오늘 하루 좋은 노래 듣고 맛있는 것 먹었으면 박수치며 자야지, 이런 어리둥절 새해목표를 붙잡고 시작했다. 못가진 것에 대한 갈망에 괴로워 할 필요 없고 지금 위치에서 행복 줍는 일에 집중할 것.
2월엔 바쁜 일정이 가득 있는데, 정신 꽉 붙잡고 살아야지. 어제도 오늘도 마치 초여름 날씨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려고 그러는지 벌써 날씨가 이렇게 따뜻하고 그런다.
웃자라지 않고 사는 그런 삶을 바란다.
연초부터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무겁다. 서둘러 하는 것이 귀찮아서 미루다보니 고민이 많아지는 건데. 다 부지런히 해버리는 것이 더 중요하고. 아니면 그냥 원래 머리가 무거웠던 것이고. 몸이 비실해서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올해는 책도 많이 읽고 내실을 좀 키우는 것에 집중해야지.
GPT에 심리상담처럼 얘기한다는 친구 얘기에 GPT랑 얘기하다 MBTI 물어보다가 어째 내 상태(?)를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감정이랑 생각이 분리되지 않아서 괴로운 것이 계속 반복되었던 것일까. <- 이 와중에도 감정과 생각이 엉켜있다..
회사일에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냥 GPT 말 읽고는 좀 기분이 풀린 것 같다.
한국에 다녀오기 전부터 회사에 권태가 크게 와서, 여행을 간 기간 내내 이직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회사를 만들어서 하고픈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만 나면 고민하기 바빴다. 결론 없는 그런 고민들에, 한국을 다녀오고, 연휴를 보내고, 연말이 되어버리니까. 이직이든 무엇이든 너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무언가가 되려니. 그렇게 쉽게 될 일이었으면 진작에 했겠지 싶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비가 오더니 갑자기 겨울 날씨가 되었다. 키보드에 올린 손이 얼어서, 손바닥을 비비기도 하고 허공에 손을 씻어보기도 한다. 올해에는 글을 더 많이 쓰고 싶었는데. 자주 쓰지 않으면 내밀한 얘기를 적는 일에는 소원해진다. 그저 당장 앞에 있는 불평만 잔뜩 놓고 기분이 풀리면 또 글을 쓰지 않은 탓에, 그냥 불평만 가득한 사람으로 나는 기록 되어진다. 손가락은 다시 차가워지고 손을 비비면서, 그냥 그렇게 응급처치 같은 글만 몇 자 적고 끝나는 것이다.
왜 그렇게 글쓰기 위해 앉는 시간이 줄었을까 생각해보면, 당연히 숏폼이 문제다. 별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 별 생각 없는 시간이 올해를 많이 메꿨다. 반성하는 의미로 온갖 앱들을 다 지우고 서비스에서 로그아웃 했다. 연말은 어떻게든 글을 쓰면서 보내고 싶어서. 그런 이유로 또 책을 펼쳤다. 책에는 답이 있지 않을까 하고. 읽기와 쓰기로 부족했던 올해를 어떻게든 보상해보려는 노력이다.
언제부터인지 내가 바라던 삶이랑 점점 멀어지다 못해 이젠 다른 길에 올라선 기분이다. 그래도 어디에서든 내 즐거움을 찾고, 행복을 찾는 것에 자신 있었는데. 내 스스로가 이렇게 낯설어진 것은 무엇 때문인지. 갑자기 추워진 공기에 일단 포트에 물부터 끓이고 티백을 뜯으면서. 오늘도 또 랩탑을 열어 기어코 출근하고 말았다.
오늘은 좀 다르길, 내일은, 내년은 좀 달라지길. 그런 간절한 기도 하면서.
한국에 2주 반 다녀오자마자 독감에 누웠다 일어나니 12월 끝자락이 다 되었다. 올해는 어떻게 지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고 몸 고생 마음 고생 많았지만 그럭저럭 잘 마무리하지 않았나, 싶다. 세상에 생각처럼 마음처럼 되는 일이 얼마나 자주 있겠냐만 그래도 올해는 많은 부분을 잘 닫으면서 오늘에 이르지 않았나, 또 아름다웠던 시간처럼 기억하기로. 이게 내 방어기제이자 생존방식인 것인걸 또 확인한다.
솔직히 내년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더 많다. 정말 내 직업을 AI가 당장에라도 대체할 것처럼 매번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덩달아 취업시장도 팍팍하다. 세상이 주는 시그널은 혼란스럽기만 해서 요즘은 그냥 잡다한 생각 안하고 책 읽고 릴스나 보고. 요즘 회사일이 더 재미가 없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는데, 이젠 AI가 죄다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니까, 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빼앗아 가는거지 싶기도 하고.
복잡한 생각 해봤자 나만 피곤한 일이다. 파워볼이 1.5B이라는데, 당첨되면 산속에 들어가서 수제 가구 만드는 것 배우면서 살고 싶다.
*여튼 텀친 여러분들 올해 수고 많으셨고 내년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시길.
돌아서면 뭘 또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슬픈 기분이 막 쏟아질 때는, 그냥 비맞듯 가만히 서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라는 그런 믿음이 왜 이렇게도 옅어졌는지. 한 줄 글 쓰는 일이 어째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리셋이 필요하다.
바쁘고 아프고 바쁘고. 삶은 귀여운 것에 의지한다.
걱정할 일이 없는데 습관적으로 걱정하게 된다. 그렇게 잠이 쏟아지나 싶다가도 걱정에 허우적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 일어나서 책상에 앉았다. 뻣뻣한 손가락을 주물러보지만 시원한건 잠깐이다. 뻣뻣해지는 원인인 키보드 위에 손을 가지런히 올려두고 바쁘게 움직이다보면 키와 키 사이로 흘러서 나가는 것인지 통증이 숨겨진다. 조명은 침침하지만 모니터는 빛을 뿜는다. 달그락 거리는 키보드 소리, 선풍기 바람 뿜는 소리, 조용해야만 들리는 냉장고 소리, 늦은 밤에 나는 윗집 발소리.
불안한 기분은 늘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그렇다. 조용히 나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갑작스럽게 보잘 것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대단한 사람들은 늘 대단하고 나는 그저 구경하는 것만 계속 하는 것 같고. 그저 요즘 드는 생각은 욕심만 가득하다. 주목 받는 것보다 조용히 금전적 안정과 현실적 건강 추구하며 즐겁게 살다 가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지독한 기후위기, 잔혹한 세계 정세, 멈출 줄 모르는 엔트로피 증가를 보면 내 꿈은 개꿈이라고 우주에서 메시지를 보내나 싶을 정도다.
부질없는 고민에 괴로워 할 것 없다. 그런데 치열하게는 살아야 할 것 같다.
학교가 끝나고서 그동안 부진했던 이사 준비를 서둘러 끝냈다. 집에서 먼지 쌓인 것은 기억만 남기고 다 버렸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사왔던 박스를 다 쓰고 그러고도 서너 차례 더 사와야만 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것이 끝나고 마지막 티끌 하나까지 정리해서, 집 열쇠까지 바꾸고 나니 이제 아는 공간이지만 모르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계획한 것처럼 착착 될려면 새 주인을 빨리 찾아야만 하는데 그건 또 언제 될련지. 회사 일은 여유롭지 않고 기분은 계속 가라앉는다. 조급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어제는 함께 바다를 걸었다. 모래판에 왜 그렇게 조그만 날파리가 많은지, 경악했다. 멀리 보고 걸으면 보이지 않지만 바닥을 보고 걸으면 얼마나 많이 보이는지. 개의치 않고 멀리 보는 건 쉬운 일이 생각보다 아니었다. 계속 눈길이 갔다.
올 것 같은 여름이 아직도 오지 않고 쌀쌀하다. 날씨가 얼른 풀렸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그저 제자리 찾아가고 안정적인 삶 되찾았으면 하는 그런 간절한 소망 속에서 오늘은 지진이 났다. 바람은 차갑지만 봄은 오고 있고, 내일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행복해지길, 그런 바람만 갖고 이불을 덮는 그런 날.
그간 가장 많은 시간을 썼던 일이 끝난다는 것에 현실감이 없다. 그렇게 갈급하던 공부가 이렇게 끝이 난다니, 나는 배운 것이 아직도 모자른 기분인데. 이래서 사람들이 석사도 하고 박사도 하고 하는구나 생각 들었다. 어제 침대에 누워서 불쑥 튀어나온 불안은 잠을 멀리 밀어냈다. 이제 지금껏 살아온 만큼 살면 나는 세상서 정한 정년이란 나이가 되는 것이고, 아무리 부지런히 일해도 빙 돌아서 여기에 섰으니 어쩌면 정년 이후에도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 나이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두려움은 부질 없는 일이여도 내 밤잠을 갉아 먹기에는 충분했다.
겨울인데 봄이고 봄인데 겨울인 것 같은 날이 계속 된다. 우울감을 빨리 털어낼 수 있도록.
모든 일이 있지만 없는 것이 그림자처럼 시간처럼 바람처럼 추위처럼 오간다. 고독과 슬픔은 언젠가 무너지겠지, 환희의 순간은 금방 쏟아지겠지 하면서도 그런 시간은 항상 미래에만 예정되어 있을 뿐 오늘이 되는 법이 없네.
괴로움과 슬픔 속에서 모든 것 비워내려고 아마 우리는 텍사스로 이사하게 될 것 같다. 뿔뿔이 흩뿌려져 살던 모두를 하나로 모으면 그래도 어떻게든 이겨낼 힘이 생겨나지 않을까, 포기하는 것과 얻는 것을 계속 저울질한다. 한편에는 저울에 올려놓는 것조차 죄책감 느끼게 하는 것들과, 다른 한편은 내 욕망과 욕심과 불완전한 꿈 같은 것들을 올려 놓는다.
모든 일이 생각처럼 안전하게만 잘 흘러갔으면. 작고 연약한 고민에 담대함이 어떻게든 깃들게 해주시길 기도하는 것 말고는 먼지같은 마음을 털어낼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