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우리엄마 2015-05-24
최근에 잘 빠진 기계 하나를 샀다. 제발 자신을 내버려달라는 사춘기 아이인 꼬장쟁이 중고폰에 지쳐 연락 외에 쓸 용도로 넥서스 7 2세대―이 때 아니면 언제 자랑하랴.― 태블릿을 하나 장만했다.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서 정체되었던 내게 5.1 롤리팝은 신세계와도 같고, 빠른 처리속도 덕분에 하루 종일 부여잡고 ‘첨단기기 만세~ 태블릿 만세~’ 상태로 있었다. 사실 내 기계를 소개하기위해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들의 편의성과 화려함 속에서 우리는 더욱 빛나지만 그들은 점점 도태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누구냐고?
여자친구와 약속장소로 향하던 중 시끄러운 강아지를 껴안고 휴대폰과 씨름을 하고 있는 아줌마 아니 우리 엄마 또래 혹은 이모였다. 두 분 다 기기에 문제가 발생하여 조그만 전자기기 하나에 속을 큼지막하게 썩히고 계셨다. 오죽 답답했으면 지나가는 젊은이(우리)를 붙잡고 아들·딸뻘인 우리에게 공손하게 도와달라고 요청하셨을까.
첫 번째 이모는 전화를 걸 수 없고 왜 자꾸 긴급전화만 할 수 있냐고 울상을 짓고 계셨다. USIM칩의 문제로 5초 만에 뚝딱 고쳐드리자 5일 동안 받을 감사를 한 번에 다 받았다. 두 번째 이모는 잠금 설정 소리와 앱 설치를 도와달라고 하셨는데 사연이 짠하였다. 단지 사소한 기기 이상으로 인해 휴대폰을 아예 초기화(공장 초기화) 시켜버린 것이다. 사전 지식도 없이 다짜고짜 수리를 위해 이모가 그 카메라로 찍어왔던 수많은 추억과 순간들은 버튼 한 번으로 공중분해 되었다. 갤러리에 대략 2400장 정도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얼마나 울분이 터졌을까, 마치 자신의 추억이 담긴 앨범들을 싸그리 불태운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설치해달라는 앱은 강아지와 함께 자신의 심심함을 달래줄, 단지 맞고 게임 하나였다.
“확실히 젊은이들이 만져야 잘해.”
너털거리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으시는 모습 속에서 저 말은 왠지 자조적인 색이 짙게 묻혀 있었다. 잘 지내시라는 인사와 함께 얼마 만에 해 본 자발적 봉사였는지 기억을 상기시켜 보았다. 당연히 머릿속에는 없었다. 그리고 걷는 내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만졌던 엄마가 생각났다. 기초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들은 다 알려줬지만 그래도 오류에는 취약한 우리 엄마. 섣불리 무언가를 만지면 사고를 칠까봐 두려워하는 우리 엄마. 그래도 누구보다 저가형 폰으로 아름다운 사진들을 찍어내려고 노력하는 우리 엄마. 6월에 집에 내려가면 하다못해 사진이라도 백업해드려야겠다. 지난 추억이 의도치 않은 도움의 실수로 인해 날아가지 않도록.
2015-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