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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Tuileries
20160316
1. 몇번이고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는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이내 썼던 문장들이 맘에 들지 않기도 하다.
2. 몇번이고 그를 떠올릴 때가 있다. 그것은 지금 내게 잘해주는 너무나도 자상한 남자친구에 대한 죄책감보다는, 여전히 내 자신에게 있어 빠져나가야 할 과제 #1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좌절감. 그것이 가장 먼저 그와 함꼐 느껴진다. 애틋함이나 슬픔, 괴로움, 외로움도 아닌, 좌절감. 나는 수차례 그를 “극복"했지만 여전히 극복하진 못 했다는 실망감.
3. 고양이를 키운 다음부터 많이 밝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혼잣말 같아 보이지만 나름의 대화를 시도하고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식물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 더 잘 자란다는 실험이 존재하였듯,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감정이 없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 믿는다. 곧 한국으로 한달간 나갔다 와야 하는데, 내가 없이 혼자 지낼 녀석이 혹시라도, 행여나, 버림 받았다 생각하진 않을런지 모르겠다. 며칠동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지만, 눈물이 왈칵 솟는다.
4. 고양이를 키우면서 하루하루 자라는 것 같다. 내 생각도 자라고, 내 마음도 자라고, 고양이의 크기도 자라고, 함께 쌓은 추억의 키도 자라는 것 같다.
4-2. 아빠는 내게 융통성이 부족하다 하셨다. 다른 것은 다- 좋은데, 너는 융통성이 없어서 걱정이라 하셨다. 그리고 그 융통성은 시간이 내게 가르쳐 줄 것이라 말씀하셨다. 시간.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느껴진다. 내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득문득 생각하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내일 또 내일 모레 어떤 사람이 될까. 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5. 필름 카메라를 샀다. 필름도 샀다.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꾸며 나가면 좋을지 생각해봤다. “꾸미는 것"은 젬병이다. 정정하겠다. 앞으로 이곳을 어떤 것들로 채워 나가면 좋을지 생각해봤다. 1) 필름 사진 올리기. 2) 가끔씩 이렇게 일기를 쓰기. > 그리고 어느 날 돌연히 지워버리기. 3) 같이 듣고 싶은 노래 올리기. 그것만으로도 이미 컨텐츠가 많다 생각된다. 설렌다. Goodbye digital and Hi 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