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새해가 되자 집 근처에 있던 가게들이 하나둘씩 폐업한다. 장사가 꽤 잘되어가는듯한 해장국집은 이사를 갔고. 그 옆에 판자촌같은 조그만한 공간이 있었는데 그 집에는 어떤 할아버지가 아주 작게 과일장사를 하고 계시던 곳이었다. 할아버지께서 아주 오래동안 자기소유건물로 장사하시던거라고 들었다. 한번도 그 집에서 사본 적은 없지만 집에 돌아가던중에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과일들을 보며 시간을 느끼곤 했다. 얼마전 그 과일가게를 허물어 회색살집들을 트럭에 실는 아저씨들을 마주쳤고,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없어진 공터는 무지막하게 넓었다. 이제는 과일들도 없고, 건물 계약서도 없고, 해장국집앞에서 담배 피우시던 아저씨들도 없을 것이다.
이산가족찾기 방송에는 이름모를 사람들이 나온다. 거의 대부분 무표정에 약간의 초조하거나 기다림이 얼굴에 쓰여져 있는데. 딱 한사람만이 울려고 하는 그 직전, 매우 일그러져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비춰주는 프레인안으로 나는 그를 보았고 그 팻말에는 찾고자 하는 가족의 행방과 이름. 얼굴조차 모른다고 쓰여져있었다. 어떻게 이름을 잊었을까, 어떻게 헤어지게 된 것이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저렇게 서 있을까. 방송을 본 가족들은 얼굴만 봐도 본능적으로 알았을까. 과연 만났을까? 기대와 절실함이 묻어나던 4초가 지나간뒤엔 다시 수 많은 팻말들이 나왔다. 역사 속 폐허의 조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이름없는 사람들도 사라지고 공간도 사라진다. 모든게 공사중이다.
03-1.
몸은 기억한다
이제 더 이상은 없다
몸만이 기억한다
그때 그대로
그대로 이다
매일 매일 잊고
그대로 이다, 그때 그것만이
몸이 기억하고
내일
내일
그때 그것만이
기억에 남어
그대로
그대로
남는다
03-2.
계속하여 소리내서 울어라,
그래야지 잘 들리지
그정도로 되겠는가
몸은 기억한다,
갑옷 같은 옷 안에서도
움직임은 내것이고
무엇을 잡든, 익숙한 사물에 손은 길들여 져있네
더욱 더 쌔게 잡아야만 아려서
무뎌진 당신을 바라보게끔 한다
뭣 모를때 돌이킬 수 없는 강이 있다는 소리만 들었을뿐
한두번 건너 본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젊음이 있다는 소리를 뇌새겨 볼뿐
마지막 기억은 땀 한방울, 솜털 까지도 보일꺼 같다
걷잡을수 없는 쌔까만 밤, 오늘 하루도 먼지와 함께 막을 내린다. 밤은 짦고, 아침이 되기 막바지 짦게 나눴던 눈앞 어둑함은 여운 속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