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렸을 때 난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았다. 아빠에게 비밀이라며 아빠가 더 좋다고 종종 말했는데 철 없는 아빠는 그걸 엄마한테 말해서 놀렸나 보다. 아빠는 항상 나에게 부드럽게 대해주지만, 엄마는 안될 땐 안된다. 강하게 날 기르셨고 그래서인지 엄마는 무서운 엄마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머리가 크니까 엄마가 이제 무섭지 않다. 만날 때마다 팽팽하던 엄마 피부에 삶의 고단함이 묻어 나는 주름이 한개 두개…. 계속 생기고…. 며칠 전에 봤을 땐 손에 반창고를 붙였기에, 여쭈어 보니 너무 건조해 피가 났다고 하셨다. 엄마 친구가 알로에 수딩젤이 피부에 좋다고 손에 자주 발라줬는데 수딩젤에는 알코올이 포함돼서 더 건조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똑똑한 줄만 알았던 엄마에게 답답한 면도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어두운색을 입으면 안 되고, 머리가 정리 정돈이 되어 있어야 하고, 소매는 손을 가리면 안 되며 걸을 때는 무릎과 무릎이 스쳐야 한다. 당연히 파인 옷이나 짧은 옷은 안 된다. 예전엔 엄마한테 반항이나 하듯 콧방귀를 뀌며 하고 싶은 걸 다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엄마는 뭐가 그리 불안한지 매일 언니한테 전화해서 내 안부를 물으신다. 무서웠던 엄마는 귀여워졌고 난 아직도 엄마에게 아기다. 1.
그날 우리는 할아버지가 담겨진 하얀 도자기를 올려다 보았고 바닥에 두었던 꽃을 내려다 보았다. 엄마는 엄마의 아빠와의 소중한 추억들을 되새기셨고 나는 그러한 유대관계가 나의 아빠와는 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다정하고 자상한 아버지밑에서 자란 엄마가 부러웠다. 나는 아빠와는 외적으로 내적으로 무척이나 닮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아빠라는 존재는 부재가 더 큰 것 같다. 어렸을때는 엄마랑 더 친했고, 엄마를 갈구했다. 엄마손을 잡지 않으면 잠을 자지않았고 유치원을 가는 첫날에는 많이 울어버렸다. 항상 엄마 뒤에서 부끄러워서 다른사람들을 쳐다보곤 했다. 집에 오면 항상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고, 맛있는 음식들이 있었다. 엄마의 생각, 취향, 느낌이 나의 생각,취향, 느낌이 되었고 그 세계에서 자랐다. 점점 머리와 몸이 커버린 나는 정신적인 독립을 해버리고 내 주관과 생각과 취향이 더 소중해져버렸다. 한국으로 들어오고 나서 다른 한국아줌마와 다를바 없는 말투로 변해가는 엄마는 여전히 집을 지키시고 맛있는 음식을 하신다. 많이 부딪히고 싸우지만 그만큼 전우애도 생겼다. 그날 나는 엄마에게 할아버지가 보고싶냐고 물었고, 엄마는 살아계실때는 모른다고 하셨다. 참 이상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도 엄마가 담겨진 항아리를 올려다보고 가져온 꽃을 내려두면서 엄마와의 추억을 기억하는 날이 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할지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