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15살 소년이 그에게 고여있는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독특하고 흥미롭게 그려진 소설>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은, 꿈속에서 일어난 일에도 책임을 지고 고쳐나가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대견하다고 해야 할까. 난 잘못된 생각은 외면하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잘못된 행동만을 고치려고 해 왔던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아름다운 이성이나 남녀간의 정사에 대한 묘사가 적절히 들어가 있는데, 이게 평론가들이 말하는 하루키 소설의 정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쁘다는 얘기가 절대 아님)
장장 49장에 걸쳐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어찌 보면 참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곳곳에 판타지스러운 얘기가 나오는 것이, 처음엔 혼란스럽다가도 그것에 적응되니 이런 것도 꽤 재밌는 장치가 아닌가 싶었다.
실제로 주인공이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는데도 주인공한테는 피가 묻어 있고 진짜 살인을 저지른 나카타상에게는 묻어 있지 않는다거나, 주인공이 자기가 4살 때 집을 나간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단순히 가정하는.. 실제로 어머니라고 확답하는 장면은 어디에도 없다. 모두 주인공의 가정이지만 어쩐지 맞는 듯한 느낌은 계속 들게 된다) 사에키상의 15살 모습의 유령과 사랑을 나눈다거나, 또 마찬가지로 누나라고 생각하던 사쿠라상을 꿈에서 만나 서로 꿈이라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또 하는...
뭔가 이런 것들이, '자기만의 상상속에서 벌이는 일'도 '현실에서 벌이는 일'과 동등한 무게를 갖는다고 생각하게 했고 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신체적으로 보면 여성이지만 남성적으로 생각하고, 또 거기다 남자를 좋아하는 오지마상도 꽤나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예쁜 아이가 여자일리
여성의 나체에 대한 묘사를 참 성심성의껏 (젖가슴이... 목덜미가...) 하는 듯해 역시나! 이번에도!! 흥미를 끌었다.
책 중간중간에서, 좋은 책들을 읽다 보면 느끼는 것들에 대한 묘사가 참 잘 이루어져있는 것 같아 좋았다. '읽어나가다 보면 주변의 시야가 흐려지고 나만의 공간속에서~ 그 느낌이 좋다' 이런 것들.
이 포스팅도 처음 다 읽고 나서는 여운만 짙게 남아서, 뭐 써야될 게 잘 안 나올 것 같았는데 막상 쓰니까 줄줄이 나오는 게 신기하다. 머릿속의 생각들이 보관된 장소가 하나 둘 열리는 듯한 느낌이다.
보다보면 참 15세 소년인 주인공의 사랑이 참 순수하고 열정적이어서 (약간 비뚤어진건 확실하지만 그건 제외하더라도) 나도 저런 사랑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다가도, 현실에서 이렇게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인 사랑을 나눌 사람을 정말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슬퍼지기도 했다. 사랑을 해 본 적이 한번뿐이어서인지 당연하게도 전 여자친구가 생각났고, 물론 즐겁고 행복할 때도 많았지만 왜 나는 '사랑을 하기 위한 사랑'을 하려 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씁슬했다.
이런 소설을 보다 보면,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져서 나도 좋은 쪽으로 계속 발전해나가는 것 같다.
또 이 책에서 오지마상이나 여러 인물들이 펼쳐놓는 배경지식들 가운데 내가 모르는 게 참 많은 듯해서... 책 좀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또 같은 작가의 책이니 우열을 나누자면... 해변의 카프카 > 상실의 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