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으로 만들었던 이 구역이 점점 일기장으로서의 가치를 잃어가면서, 나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게 저 먼 공중에 떠있는 사연으로 남는 것만 같아 갑자기 두려워져서, 언젠가 어느 하루를 꼭 새겨둘만한 일이 생기면 그때 다시 쓰자… 생각하고 방치해둔 게 어느새 1년을 훌쩍 넘겼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모두들 성실하게 자신을 기록하고 있다. 완전한 솔직함이 아닐지라도 그럼에도 자신의 타임라인을 어떻게든 정리한다. 나는 그걸 하지 못했다. 나의 절반도 솔직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긴 시간 일기를 쓰지 않은 기간일 거다. 그런데 오늘 다시 나의 시간을 남기고 싶어졌다. 대충의 리캡마저도 하고 싶지 않았던 지난 날을 뭉개고도 글로서 남겨두고 싶은 사건이 생겼기 때문이다.
1년 반 남짓의 기간을 뭉뚱그려 나름의 대소사를 남겨본다면, 우선 도노의 동생이 생겼다. 고양이 두 마리가 대화하는 걸 듣고 있을 때면 내가 채워줄 수 없는 무언가를 서로가 채워주는 것만 같아서 나름 참 잘한 선택이라 여긴다. 그리고 진급을 했다. 일정 부분의 책임과 풍요를 얻었다. 하지만 이게 내 마지막 진급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 좋은 추천으로 사이드 잡을 구했다. 나를 화폐가치로 견적 낸다는 게 무지 어렵지만 그래도 그 값어치를 하고 싶다. 이걸 잘 진전시켜서, 온갖 인간 군상 그룹 속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는 시스템의 자유를 가지고 싶다.
마지막으로, 시작이 웃긴 사람을 만났다. 우리의 시작을 두고두고 곱씹어도 서로가 기막혀할 그런 사람. 이 사건을 매해 꺼내며 우리 참 운이 좋았다 여기고픈 그런 사람.
고민이랄 게 없을 만큼 뇌리에 거슬리는 게 없어서 잠도 명쾌하게 들던 내가 요즘은 겨우겨우 잠에 든다. 그런데도 겨우 잠드는 지금의 내 마음 상태가 좋다. 이 사람을 알게 되어, 내가 그간 뭘 원했던 건지 도무지도 불분명하던 걸 드디어 찾은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