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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ol Kane, unknown photographer, 1976.
Love (2015), Gaspar Noé
Love, 2015, Gaspar Noé.
@grimes: There were Humans and Gods and nothing but Angels in between
― Frances Ha (2012), dir. Noah Baumbach
Midsommar (Ari Aster, 2019)
cinematography: Pawel Pogorzelski
CAT by By 九米 / Zhaobangni (1631123)
And when I say I lost my shit–and by all lost gods did I– I mean it.
2017년 10월 9일 오전 03:13
Ruby Sparks (2012)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만은 말하지 말아주세요.” “약속할게요.”
1. 스포일러는 없다.
긴 연휴를 맞아, 요 며칠간 잠들기 전에 영화 한편 씩을 꼭 챙겨보는 호사를 누렸다. 조금 후회가 될지도 모를 사실은 그 중에서 새로이 본 영화가 단 한편도 없다는 사실이다. 휴일의 평화가 가져온 고요에 조금이나마 진동을 가져다 줄 그마저의 낮섦이 싫어서였을까, 새로운 영화들 보다는 이미 몇번이고 보았던 익숙한 영화들을 다시 재생시키고 말았다. 5평 남짓한 강서구 내발산동 공공기숙사 413A호실 정남향 창가를 따라 놓인 싱글 침대에 누워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 들여다 보던 15인치 노트북 모니터가 아닌, 오랜만에 누워보는 본가의 푹신한 소파와 넓직한 TV화면 덕분인지 아님 익숙한 장면들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영화에 빠져들며 이내 노곤해지다가 꼭 영화 중반부 쯤, 내려앉는 눈꺼풀을 끝내 못이겨 스르르 잠들어버리곤 했다. 기승전결로 치면 ‘승’ 쯤이랄까. 주인공들에게 갈등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발생하는 ‘전’, 행복한 혹은 슬픈 결말을 마주하는 ‘결’, 그 이전의 잔잔한 시퀀스들 말이다. 예전에 가끔 이런 시퀀스들이 너무 예쁜 영화들은 (당장 기억이 나는 건 공드리의 무드 인디고 쯤이다.) 일부러 그 결말들을 마주하기 싫어 영화 보기를 중간에 그만두곤 했다. 주인공들이 환하게 웃는 장면이 그 영화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었으면 하곤 했다. 지금 이 장면 그대로. 그들의 행복이 쭉 이어지길 바랐다. 어쩌면 그 순간만으로도 벅차고 버거워서 이어질 서사를 따라갈 여력이 없었는지도, 그래서 그렇게 회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물론 관점을 달리하여 보면 그 시작과 끝의 경계가 모호하여 시작은 곧 끝이고, 끝은 곧 시작이 되기에 , 해당 관념을 형상화한다면 선분이 아닌 원의 형상으로 그려지는 것들 또한 충분히 많지만 말이다.) 그 끝을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 때야 비로소 순간순간이 지닌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점과 점 사이를 잇는 가느다랗지만 선명한 선을 볼 수 있다. 그 언젠가, 종종 나의 어떤 느낌을 형용할 때 ‘슬픈 결말을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전혀 슬프지 않은 첫 장면을 보는-’ 그런 느낌. 이라는 식의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나의 표현 사전에서 이 표현은 라디오헤드 보컬 톰 요크의 첫 번째 솔로앨범 <the eraser>에 동명의 첫 곡 ‘the eraser’를 들으며 톰보우 지우개로 빡빡 지운지 오래다. 그렇다. 더 이상, 스포일러는 없다.
2. 2년여 전, 영화를 처음 볼 때에는 나와 무척 닮아있는 주인공 캘빈의 감정선만을 따라가 푹 빠져버렸었는데, 이번에 되려 아주 선명하게 루비만 보였다. 이 영화를 처음 본 2년 전과 달리 ‘나’만이 아닌 ‘너’를 볼 수 있는 눈을 이젠 달게 된걸까.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후반부의 캘빈처럼 말이다.
3. 내일 늦은 아침엔 이른 점심으로 아보카도 샐러드를 먹고 후식으론 단 것을 좋아하는 조용한 친구를 학교 근처 카페로 불러내 아포카토를 사먹을까 한다. 저번에 빌린 책을 돌려주며 그 친구 역시 돌려보내곤 카페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를 옆에 두고 (…) 기초입체 과제의 대한 걱정도 고이 접어 다음 주의 나에게 날려 보내고..예술심리학원론 과제를 하자.. 헤어나올 수 없는 프로이트의 늪에서 배영을 하자.. 수면에 몸을 기댄 채 꿈뻑꿈뻑 푸른 하늘을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팔을 휘젓자.. 아니나 다를까.. ‘애증’의 예술심리학원론.
4. 아르튀르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中.
4-1. <나의 보헤미안(몽상)>
난 쏘다녔지, 터진 주머니에 손 집어넣고, 짤막한 외투는 관념적이게 되었지, 나는 하늘 아래 나아갔고, 뮤즈여! 그대의 충복이었네, 오, 랄라! 난 얼마나 많은 사랑을 꿈꾸었는가! 내 단벌 바지에는 커다란 구멍이 났었지. -꿈꾸는 엄지동자인지라, 운행중에 각운들을 하나씩 떨어뜨렸지. 내 여인숙은 큰곰자리에 있었고. -하늘에선 내 별들이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가 났지. 그래서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의 살랑거림에 귀기울였지, 그 멋진 9월의 밤에, 이슬 방울을 원기 돋우는 와인처럼 이마에 느끼면서, 환상적인 그림자들 사이에서 운을 맞추고, 한 발을 내 심장 가까이 올린 채, 터진 구두의 끈을 리라 타듯 잡아당기면서!
4-2. <모음>
검은 A, 흰 E, 붉은 I, 푸른 U, 파란 O : 모음들이여,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터질 듯한 파리들의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灣) ; E, 기선과 천막의 순백(純白), 창 모양의 당당한 빙하들, 하얀 왕들, 산형화들의 살랑거림. 전율.
I, 보랏빛, 자주조개들, 토한 피, 분노나 회개의 도취경 속에서 웃는 아름다운 입술.
U, 순환주기들, 초록 바다의 신성한 물결침, 동물들의 흩어져 있는 방목장의 평화, 연금술사의 커다란 학구적인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이상한 금속성 소리로 가득찬 최후의 나팔, 여러 세계들과 천사들이 가로지르는 침묵, -오, 오메가여, 그녀 눈의 보랏빛 테두리여!
4-3.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서시.
예전에,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술이 흐르는 축제였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무릎에 아름다움을 앉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녀는 맛이 썼다. 그래서 욕설을 퍼부어주었다. 나는 정의에 대항했다. 나는 도망쳤다, 오 마녀들이여, 오 비참이여, 오 증오여, 내 보물은 바로 너희들에게 맡겨졌다. 나는 마침내 나의 정신 속에서 인간적 희망을 온통 사라지게 만들었다. 인간적 희망의 목을 조르는 완전한 기쁨에 겨워, 나는 사나운 짐승처럼 음험하게 날뛰었다. 나는 사형집행인들을 불러들여, 죽어가면서, 그들의 총 개머리판을 물어뜯었다. 나는 재앙을 불러들였고, 그리하여 모래와 피로 숨이 막혔다. 불행은 나의 신이었다. 나는 진창 속에 길게 쓰러졌다. 나는 범죄의 공기에 몸을 말렸다. 그리고는 광적으로 못된 곡예를 했다. 그리하여 봄은 나에게 백치의 끔찍한 웃음을 일으켰다. 그런 중에, 아주 최근에 하마터면 마지막 불협화음을 낼 뻔했을 때, 나는 옛 축제의 열쇠를 찾으려고 마음먹었다. 거기에서라면 아마 욕구가 다시 생겨날 것이다. 자비가 그 열쇠이다. 이런 발상을 하다니, 나는 꿈꾸어왔나 보다. 「너는 언제까지나 하이에나이리라, 등등….」, 그토록 멋진 양귀비꽃으로 나에게 화관을 씌워준 악마가 소리지른다. 「나의 모든 욕구들, 너의 이기심, 그리고 너의 큰 죄업들로 죽음을 얻어라」 아! 나는 그것들을 실컷 맞이했다. 하지만, 친애하는 사탄이여, 간청하노니, 눈동자에서 화를 거두시라! 그래서 나는 뒤늦게 몇몇 하찮은 비열한 짓을 기다리면서, 글쟁이에게서 묘사하거나 훈계하는 역량의 부재를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내 악마에 들린 자의 수첩에서 이 흉측스러운 몇 장을 뜯어내 덧붙인다.
5. “절대적으로 모던해야 해.”
Kanto Pokemon Pins made by mamobot
Gia,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