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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마지막 밤
일단 떠나고자 해서 온 여행이다. 쉬는 것은 곧 여행이라서 떠났다. 하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혹은 사고 싶은 것도 없었다. ‘도쿄에 뭐가 있는데?'라고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하루키는 일단 떠나면 그곳에 무언가 있다고 했다. 나는 오늘 여러번 감탄했다. 꼼데가르송과 디앤디파트먼트가 함께 만든 공간에 갔을 때 그랬고, 파운드 무지에 들어갔을 때 두 번째, 파운드 무지의 패브릭과 나무, 음악의 어울림이 좋았다. 위흐트레트에 갔을때 세 번째로 감탄했다. 거기에서 본 책, 후미코 이마노의 'I am difficult to make’를 봤을 때는 도끼로 머리를 찍은듯했다. 손바닥 보다 작은 책은 여자 아이가 자신의 얼굴만한 빵을 들고 찍은 사진들로 구성됐다. 아마 200권 한정인 거 같았고 서점에는 단 한권이 남았었다. 갖고 싶었는데 2만5000엔이 넘었다. 그래서 손에서 놨다. 마지막 장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마지막 문장이 "same as life!"다. 난 이 문장을 만나기 위해 도쿄에 온 건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책은 사지 않았다. 오늘 먹은 가케동과 텐동은 둘 다 너무 맛있었다. 한 시간 이상씩 기다렸지만 기다려서 먹어도 맛있었다. 마지막 여섯 번째로, 도쿄타워를 보았을 때다. 코너를 돌자마자 만나는 도쿄타워에 놀랐다. 마치 슈퍼문을 만난 느낌이었다. 사진을 여러번 찍었고 인상적인 마지막 밤이 될 것 같았다. 나카메구로 역에 생긴 츠타야의 셀렉션이 정말 좋다. 책을 사고 싶게끔 만들어놨다. 하지만 난 여전히 사고 싶던 잡지 두 권을 놓고 왔다. 이렇게 모든 일정이 끝났다. 그래서 난 여행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많이 걸었고 많이 멈췄다. 길을 잃어서이기도 했고 놀라움 때문이기도 했다. 휴식이 아닌 너무 많이 걸어서 몸이 고되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진 조금 편히 쉬어야 할 것 같다. 서울에 가면 맛있는 걸 찾아다니고 여행자처럼 일상의 틈을 찾고 많이 경험해야겠다고, 서울과 닮은 도시 도쿄의 마지막 밤에 생각했다. 새로운 회사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된다. 많이 웃고 즐겁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아, 한 달 잘 쉰걸까? 모르겠다. 여전히 답은 모름.
무지와 시계
쓸모 없음을 사는 여행을 하고 싶다. 오로지 아름다움으로서만 기능하는 것들을 사보고 싶다. 나는 오늘 무지에서 이불 커버를 샀다. 서울에서 봐둔 거다. 30%나 세일한다. 손수건도 샀다. 아, 이건 예뻐서 샀다. 쓸모는 있다. 나는 쓸모 없는 걸 여유롭게 사는 여행을 하고 싶다. 기념품으로서만 기능하는 것도 사보고 싶다. GQ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던 금박 재떨이나 공작새 모양의 가위 같은 것들. 사진을 찍을 때 말곤 아마 상자에 담겨 서랍 깊숙이 넣어둘 것들 말이다. 그냥 텐동을 기다리면서 든 생각이다. 이불 커버에 기름 냄새가 배지 않을까 걱정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