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7 夕ごは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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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7 夕ごはん
2020.03.17 おやつ
2020.03.17 17時
2020.03.17 おやつ
2020.03.17 お昼
2020.03.17 朝ごはん
my mum calling her long-distance sister because its her birthday and chatting and bursting out in laughter now and then, this is such a blessed sound.
당연한 건강
당연하고 영원한 건강에 대해 생각한다.
당연하고 영원한 것에는 그만큼의 염려가 동반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품목과 가치들은 한시라도 젊었을 때 쌓아두지 않으면 훗날의 위태로움을 선사할 것만 같다. 사람들이 오늘을 포기하는 이유다. 오늘의 일부만 포기하거나 전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늘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여든이 된 할아버지의 곁에 앉으면 그가 어디에 있든 같은 크기의 데시벨로 안방 속 티비 소리를 엿들을 수 있다. 이어폰을 낀 친구 곁에서 어떤 노래를 듣는지 유추해 보는 것과 흡사한 기분이 든다. 그의 얇고 무기력한 피부로 둘러싸인 귀에는 5남매가 돈을 모아 마련했을 보청기가 뿌듯하게 박혀있다. 생김새가 꼭 슈어 사의 인이어를 닮아 한동안 보청기를 살핀다. “티브이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그의 설명이 오늘따라 더욱 어눌하게만 들린다.
보청기를 통해 이따금 흘러나오는 단어로 보아 아마도 공중파 뉴스를 틀어놓으셨을 거라고 짐작 해본다. 뉴스에서는 현재의 수많은 소식이 쏟아져 나온다. 다가올 선거에 대비해 힘껏 비판을 늘어놓는 야당과 그걸 방어하는 여당, 외국의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상을 석권한 한국의 영화. 지나고 보면 ‘그땐 그랬지’라고 이야기할 가십들이다. 그리고 상당수의 가십은 사람들의 소비를 마치면 대부분 소멸하고 종식되어 버리고 만다.
한순간에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정확히는 모든 사람이 어느 순간에는 사라진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훈의 친구는 건강한 50대다. 평일에는 헬스를, 주말에는 등산을 즐기는 만큼 건장한 50대 이기도 하다. 그날은 그가 거쳤을 수많은 주말 중에서도 별다를 것이 없는 하루였다.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늘 오르던 무난한 산을 그날에도 올랐다. 회원들은 저마다 도시락을 꺼내 뉴스보다는 훨씬 가벼운 가십을 나누며 주말의 자연을 즐겼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햇볕은 따뜻했고 공기는 상쾌했으며, 곧은 나무를 힘있게 지탱해주고 있는 흙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른함을 느꼈던 그는 바위 위에서 잠시 선잠을 잤다. 평화롭던 한 시간이 활기차게 흘렀다. 하산을 준비하던 회원들은 그를 깨웠고, 그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심근경색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얼마나 무기력하게 만드는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전복했는데 그 이유가 운전 미숙도, 부주의도 아닌 시동이 꺼져버려서라니. 이 이야기를 전하는 훈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예의에 가까운 놀라움을 표현하며 나는 생각했다. 당연하고 영원한 건강에 대하여.
울적한 기분을 없애기 위해 방 정리를 하기로 했다.
걱정거리가 없을 정도의 돈이 있다면 청소와 정리 역시 내 손으로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은 한 정리 업체의 권유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다.
“지난 몇 년간 사용하지도, 찾지도 않았던 물건은 과감히 버리셔야 합니다. 정리의 시작은 버리는 것부터이니까요.”
내 곁에서 사라지고 남을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언제, 어떤 이유로 누구의 곁을 떠나게 되는가. 지난 시간 동안 누가 사라졌던가. 사라졌지만 남겨둔 사람은 누구인가. 남겨뒀지만 사용하지도, 찾지도 않았던 사람은 무엇인가. 사람은 사람으로 존재하는가, 기억으로 존재하는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다이슨을 켰다.
통이 아주 꽉 찰 때까지는 먼지를 비우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