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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여름
7월의 어느 날 민은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연락을 했다. 드문 지역에서 매미가 나타난 탓인지는 몰라도 소리를 듣지 못했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다른 대답을 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징표는 많다. 사람들의 옷차림, 높아지는 불쾌지수, 장마, 극장에서 퍼 나르는 얼음의 양까지. 그보다도 문득 계절과 시간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초여름이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 계절과 매 시간은 각기 다르다. 물리적으로도, 사람의 감정과 기억으로도.
빨간색 하트 로고가 박힌 흰색 티셔츠를 주문했다. 다가올 7월 말 생일 데이트에 입을 생각으로 산 옷이었다. 한동안 ‘배송 중’이었던 상태가 ‘배송 완료’로 바뀌게 된 것은 수요일의 일이다. 목요일에는 다시 만난 그 애와 별안간 이별을 했다. 비닐도 뜯지 않은 새 옷을 옷장에 넣어둔 지 하루가 지난 때였다. 캘린더에 꾹꾹 눌러 적은 7월 20일의 약속이 아이패드의 버튼 몇 개로 허무하고 말끔하게 지워졌다. 20일의 계획은 그 애가 짜기로 했었다. 생일 만큼은 내가 아닌 그 애의 코스를 밟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애꿎은 비닐을 뜯자 새 옷 냄새가 났다. 습관처럼 코를 대고 향을 맡았더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 일 없이 20일이 되었다면 어디에 갔을지 궁금했다. 그 애의 취향으로 골라진 엽서에 어떤 내용의 편지가 담겼을지 기대했다. 평생 그 사실을 모른 채 지내야 한다는 게 억울했고, 이 상황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도 억울했다. 연관 없는 새 옷이 괜스레 미웠다.
20일에는 결국 종로와 명동 사이를 걷게 되었다. 그 애와 민과 가려던 술집에 수술을 핑계로 예약 취소 문자를 보냈더니 쾌유를 바란다는 정중한 답장이 왔다. 다른 핑계를 대지 그랬냐는 친구의 말에, 다 터진 걸 꿰매야 하니 수술이기는 하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져보는 생일 저녁이었다. 그날의 노을은 무척 아름다웠다. 올해 본 풍경 중에 가장 좋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색과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나흘 동안 일을 하고 오느라 아픈 다리도 잊고 가만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별 이야기를 길게 할 만큼 젊지 않은 우리는 다가올 미래와 아주 예전에 있었던 과거 이야기를 나눴다. 스물 초반의 우리와 다르게 성숙한 모습이었다.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서는 엉겁결에 상암에 있었고, 택시를 겨우 잡아탄 나는 돌아가려는 기사의 기지를 막는 것에 남은 기력을 다 쓰고 나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사가 삶과 죽음의 허무함에 대해 자신의 일화를 이야기했던 것 같으나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기억을 잃을 수 있구나. 집 계단을 오르며 중얼거렸다.
어떤 선물이 가지고 싶은지 묻는 친구에게 아직 받지 못한 케이크를 말했다. 스무 살 이후로 생일 케이크에 초를 불어보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선물보다도 케이크와 편지를 보고 울어버리면 어쩌나- 했던. 다시는 셋이 모일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둘의 앞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듣는다면 무척 벅찬 일이 아닐까 기대했던 20일은 어김없이, 그러나 다르게 반복되어 흘러 떠나갔다. 내가 써둔 무수한 글의 공통된 주제는 ‘평생 볼 일이 없게 되는 존재들’에 대한 것이다. 영원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시작한 관계는 어떠한 이유의 끝이 있어도 과정을 부정하고 존재를 미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철학 위에 쌓은 주제다.
일련의 사건이 생긴 지 어느덧 2주가 흘렀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시간을 봤더니 출근까지는 아직 5분이 남아있었다. 더운 창고는 적막한 듯하지만 사실은 무수한 소리로 가득찬 상태였다. 문 너머로 들리는 영화 예고편 소리,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 누군가 열어두고 간 철제 캐비넷 문이 흔들려 삐걱거리는 소리. 그 속에서 유일하게 생물체의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소리로 들려오던 그 소리는 매미의 울음소리였다. 올해 여름, 스물일곱 살의 내가 처음으로 듣게 된 매미의 울음소리.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무수한 징표 중의 하나. 그렇게 하면 녹음이라도 된다는 듯이 귀를 쫑긋 세워 매미 소리를 듣던 나는 메모장을 켰다. [글감] 폴더에 들어가 적은 새로운 메모의 첫 줄은 ‘매미가 운다고 했던 민의 카톡’이다. 메모장에 기록된 작성 시점은 2020년 7월 26일 12:59. 출근을 1분도 채 남겨두지 않은 때였다.
2020.07.29 夕ごはん
コストコのプルコギを野菜を追加して炒めた。
2020.07.29 おやつ
2020.07.29 超会議
2020.07.29 お昼
サバ缶、キムチなど混ぜたもの。卵黄のせて。
2020.07.29 朝ごは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