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잠이 들기 전에 나 자신을 저주한다. 내일 아침이 되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눈을 뜨면 보이는 내 방 안 천장에 나는 또 절망한다. 나는, 왜 죽음을 바라면서 죽음을 두려워하느냐고.
꿈에 또 오세훈이 나왔다. 오세훈은 자신의 여자친구와 키스하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눈이 내게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김종인, 넌 더러워. 넌 쓰레기야. 오세훈이 여자친구의 셔츠를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분명 감으려 애를 써도 자꾸만 그 장면이 보였다. 오세훈과 오세훈의 여자친구는 섹스를 했다. 내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없었다. 나는 꿈속에서 오세훈의 여자친구를 부러워했다. 눈이 크고 쌍꺼풀이 짙으며 옅은 갈색 단발머리를 한 여자애를 부러워했다. 그렇게 잔뜩 부러워하면 오세훈의 아래에 있는 것은여자애가 아닌 내가 되어 있었다. 꿈에서 깨었을 때, 나는 몽정을 했다는 사실에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붙잡고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다.
오세훈의 하얀 손이 내 오른쪽 뺨에 닿았다. 순간적으로 놀란 내가 어깨를 떨자 오세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본다. 하얀 얼굴, 분홍색 입술. 항상 닿고 싶었던 그 입술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가며 침을 삼킨다. 다행히 오세훈은 눈치를 전혀 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오세훈의 차가운 손등이 홧홧한 내 오른쪽 뺨이 비벼진다.
다정한 말투에 나는 한 번 더 나를 저주한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세훈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어디 아프면 말해.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기 반으로 가기 위함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선 오세훈에 나는 차가운 오세훈의 손등이 닿았던 내 뺨을 감싼다.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에 나를 저주한다. 세훈이의, 손이 닿았다, 나의 뺨에. 입술 안쪽 살을 씹어 뜯었다.
먼저 가 도 아닌 먼저 갈래? 였지만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건 응 말고 다른 것은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아도 뻔했다. 여자친구와 약속이 있겠지 생각했다. 답장을 보내려고 키패드를 두드리는데 반장이 내 어깨를 잡았다. 김종인, 너 주번. 그리고는 칠판을 가리킨다. 아... 멍청한 소리를 내며 국어 선생이 난잡하게 적어 놓은 시들 중 한 구절이 눈에 띄었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칠판을 전부 지웠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정말, 정말 사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야간 자율 학습까지 모두 끝난 이 시각. 문을 잠근 뒤 교무실로 내려가려는 찰나에 들린 소리에 나는 계단을 밟아 내려갈 수가 없었다.
조금만 늦게 가면 돼. 아니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응?
나는 그만 손에 쥔 열쇠가 연결된 출석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출석부가 계단 밑으로 굴렀고 요란한 소리를 만들었다.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발소리가 내게로 가까워졌다.
아, 얘는 저번에 본 적 있지? 우리 반에 이윤지.
갈색 단발머리에 짙은 쌍꺼풀과 큰 눈. 그 큰 눈이 접히며 웃는다. 안녕, 종인아.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말들 속에서 나는 전혀 적응할 수 없었다. 아랫입술을 물었다.
나 이거 갖다 놔야 해서. 그리고 누나가 독서실인데 데리고 오래서 먼저 가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무실로 내려가 출석부를 꽂고 나왔다. 밤하늘은 새카만 색이었고 별과 달 하나 뜨지 않았다. 나는 울고 싶었다.
오세훈은 순애보인 편이었다. 그렇다고 한 여자만을 오래 좋아하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할 때만큼은 남이 봐도 부러울 정도로 잘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오세훈의 옆에서 오세훈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하는 행동들을 보고 부러워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김종인, 나를 저주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왜 하필 오세훈을 좋아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좋아하지 않겠다고 다짐도 해 봤다. 하지만 오세훈의 작은 언행에도 설레어 하는 나 때문에 나의 다짐은 항상 무너지고 말았다. 그때마다 오세훈도 설마, 혹시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그런 생각이 틈을 보일 때면 다시 똑바로 보이는 현실에 나는 그만 눈을 감는 편이 났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키스하는 오세훈을 볼 바엔.
내 눈앞에서 하얀 손바닥을 흔드는 오세훈에 눈을 두세 번 깜빡거렸다. 오세훈의 물음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으니 그 새카만 눈동자로 나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더니 알파벳이 빼곡히 적힌 독해집으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절대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오세훈에게 말할 수 없다. 너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고. 대체 나의 이 마음이 어디까지 향할지 생각해 보고 있었다, 고. 절대 오세훈에게 닿아서도, 들켜서도 안 되는 말들이었다. 오세훈의 동그란 정수리가 보였다. 까맣기보다는 갈색에 가까운 짙은 황갈색 머리칼과 그밑으로 보이는 긴 속눈썹, 하얀 피부. 절로 감탄이 나오는 외모였다. 그리고 하얀 피부 밑으로 보이는 옅은 분홍색의 입술에 그만 나는 내 입술을 까득 물었다. 쿵쿵 뛰는 심장 소리가 오세훈에게 들리지 않았으면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혹시 오세훈이 볼까 싶어 황급히 뒤로 돌았다. 오세훈은 고개를 들어 내 뒤통수에 대고 물었다.
오세훈이 뭐라고 더 말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방문을 닫고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문을 잠그고 물기가 없는 욕조에 몸을 구겨 넣고 바지를 내렸다. 왼손으로는 입을 틀어막고 오른손으로는 발기한 것을 흔들었다. 벽을 허물면 바로 오세훈이 내 방에서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서 독해집을 풀고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오세훈이 발간 입술과 하얀 피부가그려졌다. 꿈속에서 항상 보았던 오세훈의 하얀 몸과 그 아래에서 계집애 마냥 울던 내 모습이 떠올랐을 때 그만 내가 하고 있는 짓이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발기한 것도 그만 까무룩죽어버렸다. 그리고 속에서 울컥 치미는 것에 변기로 발걸음을 옮겨 몇 번을 욱욱거리며 헛구역질을 해댔다. 그러자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꽤 다급한 목소리다. 나는 밭은 숨을 몰아쉬며 아무것도 게워내지 못했다는 것에 눈가가 화끈거렸다. 내가 대답이 없자 오세훈의 목소리가 더 커진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역시 더욱더 커졌다. 종인아, 김종인. 나는 거울 앞에 섰고 추한 몰골에 헛웃음이 났다. 차가운 물을 틀어 세수를 한 번 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서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눈앞에서 마주치는 오세훈의하얀 얼굴에 그만 입술을 물었다.
내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자 오세훈도 한숨을 쉬었다. 오세훈이 중얼거렸다. 나는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잖아. 오세훈은 내 등을 두 번 두드려 주고는 내 방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방으로 향했을 때, 오세훈은 한참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독해집의 책은 덮은 지 오래인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자리에 앉자 오세훈은 대뜸 내게 물었다.
언제나 잊으면 안 되는 사실이라는 걸 아는데 자꾸만 망각하게 되는 사실이었다. 나와 오세훈은,
차라리 잠깐이라도 네 옆에 아무도 없을 때가 낫다고 생각했다. 누가 없다고 해서 나를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네가 다른 사람에게 잘해 주는 꼴을 볼 바에 차라리 이러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본 여자애의 손은 하얗고 작았다. 대뜸 나를 불러내더니 내 뺨을 세게 치는 그 하얗고 작은 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여자애를 따라 나온 여자애의 친구도 그 여자애가 이런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미동도 없이 나를 노려보는 여자애를 말리기 바빴다. 교복 마이 가슴께 위로 여자애의 이름이 보였다. 이윤지. 오세훈의 여자친구들은 하나같이 전부 비슷하게 생겼다. 눈이 크고 쌍꺼풀이 짙으며 몸매가 좋았다. 그러니까 남들이 다 부러워할 만한 외형이라는 거다. 이윤지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건지 씩씩거리며 자신의 친구를 돌려보냈다. 원래 학생이 잘 다니지 않는 복도라 그런지 이 복도에는 나와 이윤지 둘만 남았다. 뺨을 맞은 건 난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것은 내가 아니라 이윤지였다. 이윤지는 차마 내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때려서 미안한 걸까, 아니면. 이윤지에 대한 행동을 추리하고 있을 때 이윤지는 입을 열었다.
아.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윤지의 말에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안 걸까. 언제부터 안 걸까. 오세훈도 이 사실을 알까. 만약 오세훈도 이 사실을 안다면. 나는. 나는...... 끝내 울먹이는 이윤지에 나는 오세훈도 그 사실을 아느냐고 물을 수 없었다. 맞은 뺨이 차갑게 식었다.
더 이상 뺨은 얼얼하지 않았지만 빨갛게 부어오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교실로 돌아오자 오세훈은 내 자리에 앉아 나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는 오세훈에게 내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오세훈의 어깨를 잡았다. 비키라는 소리였다. 오세훈은 내 휴대폰을 내 책상 위로 올려두며 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내 의자에 앉아 그대로 책상 위로 고개를 묻었다. 오세훈이 내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어디 아프냐고 계속 물어대는 통에 아프지 않았던 머리에 두통이 일었다.
나도 모르게 쳐낸 오세훈의 손에 입술을 깨물었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오세훈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오세훈은 내 양 볼을 잡고서 빨갛게 부어오른 내 뺨에 대해서 추궁하기 시작했다.
확고한 나의 표정과 대답에 오세훈은 그만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오세훈은 그만 입을 다물었지만 작게 달싹이는 걸 봐서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곧 흥미라도 잃은 건지 아무 말도 않고 교실을 나가버렸다. 답답하게 죄여오는 기분에 다시 책상 위로 엎드렸다. 이윤지가 그랬다. 게이 새끼라고, 나한테. 나는 오세훈에게 내 감정을 들킬까 봐,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들킬까 봐 오세훈을 향한 내 감정을 숨겨야만 했다. 딱히 오세훈에게 티를 낸 적도 없고 남이 있을 때 티를 낸 적도 없었다. 다만 오세훈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하는 스킨십에 그만 화가 난 적이야 많았다. 물론 오세훈에게 나는 화가 아닌 나 자신에게 나는 화.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에 질투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역겨워서. 아까까지 오세훈이 만지고 있던 내 휴대폰을 잡아들었다. 고개를 틀어 맞았던 뺨을 책상과 밀착시키니 목이 뻐근했다. 휴대폰을 켜고 메신저 창을 켰다. 즐겨찾기에는 가족과 오세훈이 전부였고 대화방은 게임 초대를 제외하고는 오세훈과의 카톡뿐이었다. 이 순간에도 생각나는 오세훈의 얼굴에, 나는 그만 실없이 웃어버렸다.
야자가 끝나고 오세훈의 반에 찾아갔을 때 반에 오세훈은 없었다. 다만 이윤지가 나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세훈이 없다면 이 반에 들릴 일은 없다. 내가 오세훈에게 카카오톡을 보낼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이윤지는 말했다. 교실 안에는 이윤지뿐이었고 그 교실 앞문에는 나 혼자 서 있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이윤지의 얼굴을 쳐다봤다. 큰 눈과 짙은 쌍꺼풀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휴대폰 화면은 금방 새카맣게 변했다.
걔 나랑 사귀면서 다른 학교에 여자애랑 사귀고 있었는데.
오세훈에게 나는 정말 친한 친구라고 믿었다. 사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오세훈에게 있어서 나는 착하고 친한 친구였다. 내게 털어놓는 것들. 그것들만으로도 나는 오세훈과 더 좁혀질 수 없는 사이지만 가까운 사이라는 것에 안심했다. 그건 나의 불찰이었다.
내가 오세훈에게 느끼는 감정은 배신감 따위가 아니었다. 이윤지가 내게 이런 말을 해 주는 이유도 잘 몰랐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나를 죽일 듯 노려봤는데 지금은 체념이라도 한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오세훈에 대해서 아는 게 너무나도 적었다. 나는 텅 빈 운동장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만약 여자였더라면 오세훈은 한 번은 나를 만나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새카만 밤하늘의 별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밤에 비가 많이도 내렸다. 우산도 없이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버스를 탔을 때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숙인 고개 때문에 바닥밖에 보이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비에 젖어 더 새카맣게 물든 아스팔트를 쳐다봤다. 겨울에 내리는 비는 꽤 차가웠고 머리 위로 차갑게 떨어지는 빗방울에 머리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나는, 왜 여자가 아니냐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세훈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서 휴대폰을 껐다.
다음 날 아침에는 열이 펄펄 끓었다. 일어났을 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온몸의 열기 때문에 머릿속이 녹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 머리 위에 올려지는 차가운 물수건과 하얀 손.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꿈이 아니라면. 이게 꿈이 아니라면.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 기분이 좋았다. 잘자, 종인아. 오세훈의 음성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눈을 떴을 때는 아직도 지끈거리는 두통에 힘들게 상체를 일으켰다. 머리 위에 올려져 있던 물수건이 이불 위로 떨어졌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찾았다. 꺼져 있는 휴대폰의 홀드키를 길게 누르자 곧 하얀 불빛이 들어왔다. 휴대폰이 완전히 켜지기도 전에 문이 열렸고 오세훈이 들어왔다. 오세훈은 교복 와이셔츠와 까만 교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머리 위에 올려지는 차가운 물수건. 하얀 손.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자라고 했던 그 음성. 꿈이 아니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켜진 휴대폰은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먹구름이 끼어서 그런가 어둑한 밖에 오후 2시인지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오세훈은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본능에 따라 이불을 내 어깨 위로 끌어올렸다. 오세훈이 내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빠르게 뛰는 심장에 박동 소리가 오세훈에게 닿지 않을까 해서 숨을 삼켰다.
오세훈이 내 이마에서 손을 떼며 웃었다. 하얗고 예쁜 얼굴. 나는 입술을 깨물었고 고개를 숙였다. 이불 위로 떨어진 젖은 물수건에 있는 물이 이불에 젖어들었다. 오세훈이 내 턱을 잡아들었다. 올라간 입꼬리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오세훈의 입술이 벌어진다.
오세훈의 눈동자에 내가 담겼다. 오세훈의 새카만 눈동자 안에 나만이 오롯이 담긴다. 내 눈동자에도 오세훈만이 오롯이 담겼다. 오세훈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고, 내가 바라왔던 상황이 일어났을 때 나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내 입술 위에 겹쳐진 오세훈의 입술에 그만 심장이 멎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열이 나는 기분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오세훈이 하얀 손으로 어깨까지 올린 이불을 걷어내며 내가 입고 있는 하얀 티셔츠를 올렸다. 나는 많이 울었고 오세훈은 내 위에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내가 꿈에서만 바라왔던, 매번 죄책감에 시달렸던. 내 위로 엎어진 오세훈이 숨을 내뱉었다. 안에 끈적하게 들어찬 오세훈의 것에 기분이 이상했다. 위액이 역류하는 기분이다. 밭은 숨을 뱉어내며 오세훈의 어깨를 쥐었다. 나는 끝까지 울음을 멈추지 못했고 오세훈은 더 이상 괜찮다는 말로 나를 달래 주지 못했다.
내 옷과 오세훈의 옷이 내 방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나는.
오세훈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새하얀 천장만 쳐다봤다.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목이 다 쉬었기 때문이다. 오세훈은 내가 대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계속 이었다.
허탈한 웃음이 따라 나왔다. 오세훈이 웃는다. 그 예쁜 얼굴이 웃는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눈물이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오세훈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얀 등이 보인다. 오세훈은 아무 말도 않고서 자신이 입고 온 옷을 입고 나갔다. 도어락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입을 틀어막고 울 수밖에 없었다. 오세훈은 언제부터 알았을까. 언제부터 알고 있던 걸까. 여태 모르는 척만 하다가 왜 이제야 아는 척한 걸까. 어째서. 물을 수 없었던 질문들을 오세훈이 없는 자리에서 울음과 함께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