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31 - 9.7 NYC & BOS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왠지 모르게 카메라를 챙기고 싶지 않았다.
짐이 될까봐, 잃어버릴까봐, 무거울까봐 와 같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닌, 사진을 별로 찍을 것 같지 않은 애매하고도 설명하기 힘든 핑계 때문이었다.
안가져가서 후회하느니, 일단 가져가자며 결국 카메라를 챙겼고, 아니나 다를까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던 순간은 20회 채 되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으로 남긴 사진들이 더 많다는 모순적인 결과가 있었지만)
예전에는 담아지기에 적합한 모습들, 남들 다 찍기에 그래서 나도 찍는 그런 진부한 모습들을 기록하기 위해 찍어왔지만(그렇다고 이런 진부한 사진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아직까지 이런 진부한 것들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기억하기 위해 애쓴다.) 요즘에는 내가 주체가 되어 내가 느끼고 있는 순간적인 분위기의 흐름을 놓치기 싫은 순간들에 카메라에 손이 간다. 기록하는 행위는 중요하고 값진 것이지만 어떤 순간을 어떻게 기록하는지에 따라 우리가 남기고자 하는 기억 위에 한 겹 입혀질 옷의 모양이 정해진다.
이러한 기록에 대한 부정(?)에 의해 이번 여행의 기록은 평소 기록되는 여행 포스트와는 조금 다를 것이다. 평범함을 깨고 싶은, 삐뚤게 바라보는 기질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내가 이 공간에 남기는 보통의 여행의 기록들은 시간 순서대로 찍었던 사진에 의해 기억을 끄집어내 글을 썼지만, 이번엔 작게 파편처럼 남아있는 가변적인 기억들을 순서 없이 끼워 맞춰 써 내려갈 것이다. 극성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정렬'에 대한 강박증이 조금 있는지라 평소 순서와 규칙 없이 늘어놓는 것을 싫어하지만 이번엔 상관없다. 마구 늘어놓자.
그래서 이 여행의 시작 글에는 글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하지만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는 뉴욕에서 머물렀던 호텔 방 사진을 첨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