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2랑 1984가 닮은 점이 은근 많은 듯. 일단 새파란 시민복과 당복이라든가, 맥주와 빅토리 진, 브린캐스트와 텔레스크린. 아… 1984 읽긴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초반부까지밖에 못 읽음.
G맨이랑 고든의 관계는 일종의....팬텀과 크리스틴의 관계 아닌가. I'm the mask you wear, it's me they hear.
개인적으로 (블루쉬프트를 공식 스토리라고 한다면) 바니가 그래도 20년 전 생지옥이 된 그 블랙 메사에서 살아나온 사람인만큼 전투 능력은 좋고 인정도 받았지만 일부러 자제하고 있다는 설정이 좋음. 그래서 cp 일을 제대로 안해도 해고 당하지는 않는 거고.
문득 hl1과 2 사이 20년의 공백이 양자 도약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함.
hl과 체스에 대해 생각을 함. G맨은 체스 기물이 아니고 플레이어임. 고든은 폰, 끝에 도달하면 알릭스로 승진함. 그렇지만 고든은 킹도 그럭저럭 어울린다고 생각함. 모든 방향으로 이동할수는 있지만 한 칸씩밖에 이동을 못한다는 제약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세계는 망했고 자극이랄 것도 없는 세상에서 살충제(스트리크닌) 같은 걸 섭취하면서 각성제 효과를 기대한다거나 직접 마약류를 제조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 않을까. 메탄올 섭취하고 사망. 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메탄올 빼돌리고 마셨다가 대량 사망도 그렇고, 마약 제조는 분명 있었을듯. 아무리 재료 구하기가 힘들어도 설마 마약류 제조하는 사람 하나가 없었겠어. 코카인 같은 건 구시대 식물을 쉽게 볼 수 없을테니 예외라고 하고. 어디서 계속 화학 약품 조금씩 빼돌리는 사람은 분명 있겠죠 뭐. 어쩌면 시민보호기동대 중에서도 빼돌려서 팔고 보수로 약간의 마약을 받는다거나 하는 케이스도 있을 수 있는 거고...
스트리크닌도 실제로도 (당연히 살충제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소량이 자극제나 의약품 제조에 사용된 사례도 있고, 건강식품이란 얘기 듣고 먹었다가 사망한 사례가 있으니 그렇게까지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닐듯.
시민보호기동대 임무로 총들고 시민들을 쏠 일이 있었는데 바니가 주저하다가 다른 cp한테 개머리판으로 맞는 거 보고 싶다.
freehoun
hl1 freehoun이 좋은 점: 플레이어의 바니 칼훈이 존재하지 않던 시점에도 고든 프리맨의 바니 칼훈은 존재했다는 뜻이기 때문.
hl2에서 바니 칼훈이 고든 프리맨을 잊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기른 채 등장햇다면……?
바니 어깨에 난 상처 치료해주는 고든이 보고싶다.
새삼 좋은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반시민들이랑 cp는 슈트 없는 고든을 알아보진 못하잖아요? 근데 바니는... 바니는.. 알아봣단 말이야.... 20년이나 지낫는데도...
사실 진짜 말도 안되게 좋은건 20년만인데도 그냥 바로 고든일거라고 믿는 그 정신상태임. 도대체 누가 20년 동안 잠수탄 친구가 20년 전이랑 똑같은 얼굴로 돌아왔는데 그냥 반가워하기만 하냐고…. 당연히 그 20년 동안 고든이 어딘가에선 살아있었을거라고 믿었고 그 20년 동안 하나도 안변했어도 고든일 거라고 믿는 바니 칼훈이….. 그리고 프리훈이.. 나는 너무 좋다…..
요즘 너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프리훈 brba오지만디아스 씬 패러디.
정체성은 타인에 의해 형성되는가, 기억으로 봉합된 인간관계.......
고든과 바니는 서로에게 과거를 의미한다는 거죠.
하프라이프 세계관에서 ‘과거를 공유한다,’라는 건 상당히 귀한 일임. 그야 일단 다 죽었으니까요? 고든의 경우에도 같음. 고든에게 우호적인 사람 중 ‘the one free man’이 아니라 ‘고든 프리맨’으로서의 고든을 알고 있는 사람은 셋 정도밖에 안 됨. 클라이너, 일라이, 바니. 그런데 클라이너와 일라이가 고든과 그렇게… 가깝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일단은 전 지도교수와 그 동료, 상사신데 둘 다. 그리고 바니도 비슷한 입장이겠죠. 뭐… 친구야 있겠지. 생겼겠지. 근데 1. 대공명 현상 이전의 그를 알고 있음. 2. 바니가 시민보호기동대에 잠입한 이후에도 그와 가까이 지냄. 이럴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그래서 단순히 사랑이런 걸 떠나서도 결론적으로 서로가 서로의 과거를 기억하는 유일한 존재, (일종의) 서로가 서로의 과거를 상징하는 존재가 됨.
사실 프리훈이 너무 좋은 게 현재 고든은 인간으로서의 고든 프리맨이란 사람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블랙 메사의 영웅, the one free man으로서의 고든 프리맨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종의 우상이 되었는데, 바니는 고든 프리맨이란 사람 자체를 아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플레이어가 알 수 있는 캐논인 HL1 시점이나 HL2 시점의 고든은 대사 자체도 별로 없어서 텍스트가 아니라 컨텍스트로 존재하는 남자이고, 어찌보면 ‘자아의 부재’ 상태라고도 볼 수 있죠. 근데 바니는 그 이전의, 즉 자아가 존재하던 고든을 알고 있고...
따라서 바니는 ‘블랙 메사의 영웅’이라는 그 일종의 기호를 해석할 수 있는 키인 셈이고, 고든에게 있어선 그 ‘개인’의 과거이자 자아의 증명인 거죠. 예전의 장미는 그 이름일 뿐, 우리에겐 그 이름들만 남아있을 뿐. 그렇지만… 바니에겐 그 향기가 남아있다고......
어쨌거나... 이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과거’를 의미하고 있어요. 그것도 ‘개인’의 과거.
ggman
‘자유의지’라는 개념은 게임이란 매체에서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 플레이어의 이미 결정된 서사(프로그램)에 대한 자유의지, 2. 프로그램의 플레이어에 대한 자유의지. 플레이어는 일정 범위 이상 게임의 서사에 개입할 수 없고, 역으로 게임의 서사도 플레이어의 자유의지에 일정 범위 이상 개입할 수 없어요.
하프라이프에선 고든을 전자의 자유의지를 대표하는 인물, G맨을 후자의 자유의지를 대표하는 인물로 볼 수 있어요. 고든은 하프라이프 시리즈가 시작함과 동시에 서사가 그에게 부여하는 자유의지를 상실하고, 플레이어의 자유의지를 행사하는 매개체가 되어요.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고든의’ 자유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건 피해를 입었을 때의 미약한 생존본능 같은 신음소리밖에 없으며, 하프라이프1과 2 사이 20년의 세월 동안에도 고든은 stasis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자유의지는 일절 행사할 수 없었죠. 게다가 하프라이프엔 PC(플레이어 캐릭터)가 일종의 '(플레이어의 자유의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NPC화'를 겪는 이벤트인 컷씬이 없기도 해요.
반면 G맨의 경우엔 완전히 반대죠. 상호작용(=플레이어의 의지를 행사)할 수 있는 다른 NPC들과는 다르게 G맨은 플레이어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존재하고 있어요.
게임 내에서 ‘서사의 자유의지’란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볼 수 있어요.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하든 게임의 진행이 막히지 않게 하는 것이 이미 결정된 서사, 즉 플레이어의 영향에서 벗어난 서사의 자유의지인 거죠. 그런데 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게임이 그런 제약 없이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게 될 때 그 의미가 사라져요. 현대의 대중이 원하는 게임의 발전 방향은 그쪽이고, 따라서 고든도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G맨은 고든이 완성된 주인공이 되어갈수록 그 영향력을 잃어요. G맨이 HLA에서 알릭스를 고용하게 된 것도 이와 연결해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서사의 자유의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G맨은 주인공의 불완전함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다시 ggman 얘기로 돌아와서… 그래서 고든과 G맨에게 ‘자유의지’란 정반대의 개념인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G맨이 아무리 고든을 플레이어에게서 해방되게, ‘서사 내의 자유의지’를 쥔 인물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해도, 플레이어의 시야로 보는 고든의 입장에선 오히려 ‘서사 밖의 자유의지’를 박탈하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을 수 있겠죠.
아 잠시만 hl2 엔딩에서 g맨이 고든에게 하는 대사가... ‘선택이 자유롭다는 환상을 심어주기보단 당신을 대신해서 제가 선택하도록 하죠.’ 아? 플레이어가 행사하는 자유의지에서 벗어나 서사의 자유의지를 주는 행위...?
고든을 플레이어의 자유의지를 전하는 매개체, 그의 자아를 채우고 있는 것이 곧 플레이어라고 한다면, ‘선택의 자유’가 환상인 이유가 보임. 그야 고든이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했던 게 실은 플레이어의 선택이었을 뿐인 거니까. G맨을 서사의 자유의지라고 해석할 경우, 그럼 그가 선택하는 것, 즉 서사가 스스로 고든의 선택을 해주는 것이 오히려 플레이어로부터 벗어나는 일, 고든 ‘그 자신의’ 자아를 되찾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을듯. 당장은 G맨이 대신한다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궁극적으론 서사에 그 선택을 맡기겠단 얘기인 거고, 그렇게 고든이 일종의 NPC화 될 경우 그는 플레이어로부터 벗어나 서사 속에서 자유의지, 자아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지. 흠 재미가 있네요.
portal
인간이란 그 자체로 암시적 데이터의 집합과 같은 존재이고, 글라도스는 그를 처리하는데 익숙했을 것 같은데, 첼에게서는 그 어떠한 종류의 정보도 얻어낼 수 없었을 것 같고, 그래서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서 좋음.
첼도스가 좋은 점: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로서) 존재함.
근데 약간.....그런게있음. 첼을 그라고 지칭해도 글라도스는 그녀임. (*한국어에서 ‘그’는 he 말고 성별 구분이 없는 3인칭 대명사로도 사용됨.)
Say my name이 월터의 하이젠버그로서의 에고가 폭발하는 장면이엇다는 점에서 글라도스랑 잘어울리는 것 같기도 함. 근데 글라도스가 say my name이라고 해도 첼은 대답 안 하고 침묵할 것 같음. 그리고 그게 좋음.
랫맨을 쥐 모에화를 한다면..... 그냥 끔찍 지옥에서 올라온 귀 뜯어진 시궁창 쥐처럼 생겻을거란 헤드캐논이 있음.
캐롤린 초상화를 불태우기만 해도 퀴어가 된다고?(portrait of a lady on fire) /j
tsp
나레이터는 스탠리의 행동을 해설하기에 얼핏보면 스탠리가 나레이터에게 종속되어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은 ‘스탠리의 행동’을 해설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게 나레이터라는 역설이 존재하죠.
나레이터는 목소리 외엔 그 어떤 실체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스탠리가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나레이터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스탠리에게 달려있는 걸. 근데 스탠리도 동시에 그의 행동이 서사화 되고 잊히지 않기 위해선 나레이터를 필요로 하긴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