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Flood Darlings 공연과 나의 이야기.
flash flood dalings 의 쇼케이스 공연을 다녀왔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덕분에 아주 아름답고, 행복하고, 용기 나는 2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너무나도 행복했던 나머지 집에 돌아와 그 벅찬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두 번의 쇼케이스 공연에서 제이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했다. 고백하기 까지의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무섭고, 무겁고, 어렵고, 괴롭고, 힘든 순간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그 용기가 놀랍고 대단하기도 하면서, 그 때문에 상처를 입는 일이 혹여나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는 여자를 사랑한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는 한때 지나가는 감정일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괜찮아지는 상태란 어떤 것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 아이와 연애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나의 모습을 완전하게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10대 후반과 20대의 초반의 시간을 나 자신을 증오하고 괴롭히고, 불쌍히 여기며 살았다. 믿었던 친구에게 나의 모습을 고백했다가 싸늘한 대답과 낯선 눈빛을 받은 적도 있었다.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려웠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게 불편했다. 나를 숨기며 거짓말을 하는 것도 싫었고, 그것으로 옆에 있는 그 아이를 상처 입히는 것도 힘들었다. 물론 그 아이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용기가 없었던 나는 그 아이와의 5년 연애를 끝냈다. <모두에게 완자가>의 마지막회는 그때의 우리를 떠오르게 해서 마음이 무척이나 아렸다.
갇혀 지내던 내가 세상 밖으로 조금씩 나오게 된 건 미학과 철학 공부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덕분이었다. 첫 스터디의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어떤 언니가 이름과 함께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과 10년이 넘게 함께 지내 온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을 고백해왔다. 솔직히 그 순간 나의 마음은 저런 이야기를 굳이 왜 할까 싶었다.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놀라거나 차가운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 아마 가장 크게 놀란 반응을 보인 건 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사소한 사건 하나가 그동안 내가 품고 있던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혼돈 속에서 헤매느라 잠을 한 숨도 자지 못했다. 공부는 본질적인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했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을 통해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거나 보지 않으려 했던 여러 세상을 배워갔다. 그 언니는 오랜 시간 크고 작은 동성애 커뮤니에서 음악 활동을 통해 사회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언니를 통해 소극적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사회 운동에 참여 하면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던 사람들을 만났다. 비록 그 안에서도 용기있게 내 모습을 드러내진 못했지만 누군가의 용기에 위로를 받고 점차 용기를 얻었다. 그런 시간들이 점점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하고 받아들이게 했다.
그 시기 나는 남자와의 연애를 시작했다. 그 사람은 나의 이러한 과거 모습을 다 이야기 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나도 내가 남자를 사랑하게 되리라곤 생각해 보지 않았었어서 그 사람과의 연애가 좋았지만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한 시간을 겪으면서 나는 내가 양성애자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 같다. 사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비겁한 일 이라는걸 알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고 혼란스럽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몇 번의 경험이 거짓은 아니었으니, 그것으로 내가 양성애자라고 받아들일 뿐이다. 그리고 2013년 겨울부터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이러한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둘씩 고백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고백을 하는 건 아니고. 사람들은 힘들게 내뱉은 나의 고백에 ‘참 힘든 시간이었겠다.’ 하며 같이 아파하기도, 별거 아니라며 웃어 보이기도 하며 도망치고 싶은 내게 손을 내밀며 붙들어 주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사람 복은 참 많은 것 같다.
지난 공연에 이어 오늘 공연에서의 플플달의 고백은 그러한 나의 시간을 한순간에 소환시켰다. 같은 경험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를 보냈기에 그의 음악을 듣는 나의 감상은 객관적이기가 참 어렵다. 물론 음악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주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행복한데 슬프고, 따뜻한데 차갑다. 그간 이곳저곳에서 보아온 얼굴과 커플링으로 추리하건대 오늘 공연에는 그의 애인이 온 것 같았다. 그의 고백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위한 예의 같게도 느껴졌다. 그 둘의 모습은 참으로 예쁘고 행복해 보였다. 사랑꾼 플플달.
한 걸음씩 세상에 발을 내딛곤 있지만 여전히 난 겁이 많고, 아직도 나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다. 그래서 이러한 글은 가장 보는 사람이 적을 것 같은 곳에 남겨둔다. 일기장에 써도 되는 글을 굳이 누군가가 볼지도 모르는 이 공간에 남겨 놓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가 지구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사랑하며 살아내고 싶다.
라고 2015년 3월 1일 3:33 분에 이 곳에 적었다가 용기가 없어 다음날 포스트를 지워버렸다. 그랬다가 하박국이 남긴 플플달의 공연 후기 https://t.co/5B24nXpsiV 를 읽고 용기를 얻어 올려본다. 괴로웠던 지난 15년의 일들을 생각하면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다. 아직도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