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경주 일기 1
경주에 왔다. 서울에서 많이 지쳤다. 그래서 눈물을 보이다가 갑작스러운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칫솔, 치약, 속옷, 노트북, 충전기, 여벌의 옷, 로션, 렌즈통, 그리고 서울역 무지에서 새로 산 노트 두 권. 작은 배낭안을 꽉 채우지도 않을만큼 살면서 내가 필요한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음은 더 홀가분해졌다. 그렇게 검은 백팩에 모두 눕히고 경주행 열차에서 나도 뻗어버렸다. 내리기 30분을 남겨두고 알람 진동에 몸이 울린 나는 아까운 열차에서의 시간을 놓치기 싫어 뭐라도 끄적였다. 신경주역에 내려서는 혼자 웃음이 피식, 나왔다. 두 시간 반만에 시간을 누구보다 빨리 달려 먼 땅에 도착한 나. 혼자인 나. 배낭을 매고 우스꽝스러운 긴 치마를 입은 나. 담배 피는 청소년들과 멀찌감히 떨어져 타이머를 맞추고 사진을 찍는 나. ‘새로운 장소가 주는 신선함'이라는 게 대체 뭐라고 이렇게 쉽게 마음이 편해지는 나.
이렇게 떠나왔다. 나에게는 유럽보다 먼 곳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