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6 꿈 이야기
눈물에 흠뻑 젖은 채로 잠에서 깼다. 나는 꿈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실제로 울고 있었던 것이다. 꿈에서 나는 관객이었다. 전 애인 K가 보였다. K가 드디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며, 자기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어떻게 만났고, 마침내 어떻게 해서 그녀가 내 마음을 받아 주었는지에 대해서 나도 아는 그의 친구들과 내 친구들(왜?)에게도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걸 다 관객처럼 지켜만 보고 있었고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장면이 바뀌어서 K와 그녀의 결혼식 날이 되었다. 나는 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과 꼭 줘야할 게 있다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러다 내 간절함이 통했는지 어느 순간 나는 관객의 위치가 아닌 실제 그 상황 속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결혼식 장으로 들어가는 K에게 뛰어가 꼭 줘야할 게 있다고 그를 불러 세웠다. 내가 그에게 무언가를 돌려준 것 같은데 실제로 그게 무엇인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무언가를 돌려주었고 그를 껴안았고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처박고 엉엉 울었다. 그를 놔줘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차마 그의 허리춤을 껴안고 있는 내 팔을 풀 수가 없었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란 걸 나는 알았다. “그녀와 행복해야 해. 꼭 행복 해야해.” 울먹이는 목소리를 간신히 가다듬고 말했다. 그의 뒤로 그녀는 먼저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아마 식장에 들어가려는 것 같았다. 그녀가 우리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응 고마워 근데 나 이제 가봐야 해.” 이 말을 남기자 마자 그는 그녀를 따라 뛰어갔다. 순식간에 그와 그녀는 내 시야에서 멀어졌고 나는 주저 앉아 계속 울었다. 여기까지가 꿈.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A의 등에 처박고 그의 티셔츠에 눈물을 닦았다. 아주 나쁜 악몽을 꿨다고 말했다. A는 잠결에 “무슨 꿈?” 이라 대꾸하고 다시 잠들었다. 일어나 이를 닦고 잠옷 셔츠 위에 A의 자켓을 걸치고 20유로 지폐를 주머니에 넣고선 맨발에 운동화를 끌고 집을 나섰다. 빵집에서 크로와상과 빵오 쇼콜라를 사와야지. 항상 가던 빵집이 문을 닫아 그 맞은 편의 빵집에서 크로와상과 빵오쇼콜라를 각각 2개씩 사고 슈케트도 3유로에 12개를 사왔다. 집에 돌아와 커피를 끓이고 아직도 자고 있는 A를 깨웠다. 잠에서 깬 A는 내게 아까 꾼 악몽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다. 차마 전 애인이 꿈에 나와 운거라고 말할 수 없어서 K를 A로 치완해서 꿈 내용을 말해줬다. 내 입으로 아까의 꿈 얘기를 다시 반복하니까 너무 슬펐다.나는 정말 가슴 아픈 꿈을 꾸었구나. 정말 이젠 그 사람은 영영 내 인생에서 떠나갔구나. 눈물이 났다. 이 꿈 얘기를 지금 나와 같이 살고 있는 현재 애인에게 거짓말로 들려주는 것도 A에게 미안해서 도 눈물이 났다. 꿈에서 나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떠난 게 자기인 줄 알고 있는 A는 나를 하염없이 쓰다듬고 만지고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면서, 나는 절대 널 떠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엉엉 울었다. 내가 넌 왜 우냐고 물으니까, 꿈 내용이 너무 슬퍼서 운다고 했다. A가 지금 한 저 말, ‘절대 날 떠나지 않을 거’란 말이 허망해서 나는 또 울었다. 그 그럴싸한 거짓말이 너무 진실되서, 또 그만 믿고싶어져서 나는 울었다. 어느 날 어떠한 예고도 없이 그냥 그렇게 떠나버린 K가 내게 했던 말,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신뢰와 믿음이 다 부질없어서 울었다. 사랑에선 관계를 보증해주는 그 어떤 것도 없다는 현실이 참혹해서 울었다. 결국 둘이 함께 한 시간이라는 건, 사랑을 더 단단히 해주지도,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주지도 않고 다만 그 사랑이 끝난 후에 지난 날의 약속과 믿음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보여줄 뿐이란 걸 알아버려서 울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한참을 서로 조금 다른 이유로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