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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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자
숨쉬어, 숨
서울역 에피소드
서울역을 일주일에 최소 너댓번 들락거린다. 수도의 중심역들이 으레 그렇듯이, 서울역에는 다른 곳에서는 절대 마주할 일이 없을 것 같은 별별 신기한 사람들이 다 있다, 이것은 기억나는 일들 중 하나.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끊고 근처에 서서 동전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몇 달이나 길에서 지낸 듯 피골이 상접한 걸인이 불쑥 코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두껍고 너덜너덜한 야상과 카고바지를 입고 있었고, 직전에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듯이 오른쪽 눈가가 퉁퉁 부어서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씻지 않았는지 피부와 옷가지에는 땟국이 덕지덕지 앉아있었다. 빛이 반사되는 하얀 바닥 타일하고 대비되어서 그는 그냥 시꺼먼 덩어리처럼 보였다. 길거리 생활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그 차림새에 난 순간 경악해서 헉, 하고 숨을 들이쉬니 퀴퀴한 냄새, 소주 냄새, 오줌 지린내가 뒤섞여서 난생 처음 맡아보는 참으로 오묘한 냄새가 물큰 풍겼다.
걸인은 이가 다 빠진 입을 우물우물 거리면서 호소했다. 그 중에서 내가 알아들은 것은 ‘일주일 전에 부산’ ‘차비’ ‘배고프다’ ‘천원만’ 정도였나. 지갑에는 만원짜리와 오천원짜리가 각각 한 장씩 들어있었는데 난 그저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에 황급히 오천원을 꺼내- 혼비백산한 와중에도 배춧잎은 집지 않았다 - 거의 팽개치듯이 그에게 주었다. 그는 성한 나머지 한 쪽 눈을 희뜩거리며 ‘아이고 이렇게 큰 돈을’ 비슷한 말을 우물거렸고, 내 소맷자락을 덥석 붙잡을 듯이 손을 뻗었는데 나는 그 지저분한 손끝에 닿을새라 후다닥 뒷걸음질쳤다.
+
몇 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그 일을 지금도 후회한다. 내가 그때 그의 상황을 충분히 알아들어 동정심이나 모종의 박애 같은 것을 느껴서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면 지금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만, 그 행동은 순전히 난처함과 공포심을 모면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었으므로. 그 치도 아마 내가 어리숙하고 만만한 여자애였기 때문에 나를 타겟으로 골랐을 거다. 여전히 그 일이 남을 도운 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내민 오천원은 한두 끼 컵라면에 소주를 사 마시는 데 쓰이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그 돈이 그의 불행을 조금도 해결해주지 못했을거라는 점에서 액수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아닌 다른 누가 그에게 십만원 정도를 불쑥 내민다고 해도, 당장에 얻어터지고 꼬질꼬질한 몰골로 그가 어디를 가서 뭘 할 수 있겠는가.
Spring night
high resolution pic here :
http://www.grafolio.com/works/309517&from=cr_ill
Love March
April’s Seeds
la traduction, la comprendre, l’apprendre
forever and ever
Not feeling well these days
Bera et ses amis
cosmic gloom
etching + watercolor
우주적인 우울 같은 걸 생각했다. 에칭 판화에 수채를 하고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 채로 몇 달을 내버려뒀다. - 여러가지 일로 번잡할수록 묵묵히 꾸준히 내게 찾아온 그림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에는 누가 뭐래도 개의치 않아야 한다. 몇 번의 경험으로 그런 걸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면 그게 어떤 식으로든 내 눈에 보이고 부끄러운 뭔가가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단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그림을 그린다. 천재가 아니라서 그릴 수 있는 그림들이 있다, 그게 참 다행이다. 세계와 나, 나와 세계, 그림과 나, 나와 그림. 오늘 있었던 많은 일들과 생각, 감정 때문에 쓸데없는 소리 ㅎ
말해지지 않은 사건의 현장
옥탑섬 / a rooftop island
성산동 다녀오는 길, 고가도로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본 담배피는 남자.
선생님은 드로잉을 하고 무엇을 그렸는지 그대로 설명하는 글을 달지 말라고 하셨지만 그 말씀의 본질은 그림이 설명한 것을 글로 또 한 번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뜻임을 안다. 어차피 내 드로잉은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지도 않고, 시간이 지난 뒤에 머리속에 남은 인상의 스케치에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글은 사실적으로 가져다 붙이곤 한다.
밀도가 높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늘 생각하지만 실은 내 그림에 남는 아무것도 없는 흰 여백이 무척 좋다. 꽉 찬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할텐데…
어제 만든 이미지.
10월에 있을 행사를 위해
An online poster for the upcoming book festival. It’s about a program in which fathers read a children’s book to their beloved little ones.
티셔츠에 프린팅할 이미지
이면지 드로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