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해외진출전략세미나에서 선배 전문가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큰 공부가 되었다.
흥미로웠던 쟁점은 ‘단색화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제였다. 학계에 종사하시는 토론자분들은 한국의 단색화가 한국의 미학적 이론의 근거 없이 수출되는 부분에 대해서 지속가능한 현상이 될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반면, 현장에서 미술품 유통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전문가분의 입장에서는 이론적 견고성과 당위성에 무관하게 컬렉터들의 소비가 이루어지는 현상을 들어 이에 반론하였다. 또한 부는 부를 낳기에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는 시장논리로서는 당연히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신 점이 인상깊었다. 이에 시장(상업)-작가-공공(공익)은 서로의 역할에 대하여 긴장감을 유지하고 견제할 때에 시너지를 발생할 수 있다는 한 토론자 분의 의견에 공감하게 되었다.
정연두 작가님의 파리유학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청년작가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현실이라는 생각에 씁쓸했지만, 같은 상황에서 정연두 작가님이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에피소드를 듣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신보슬 큐레이터님에게서는 큐레이터 정신(?)이라고 해야할지 모르는 작가발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고, 그 분의 프로젝트 행보는 창조적 기획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나는 동양화 전공자로써 ‘한국의 미를 정의 하는 문제’에 대하여 갈증을 가지고 있었다. 본 토론에서 아쉬웠던 점은 누구나 이에 대하여 문제삼지만 누구도 이를정의내리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찬동선생님은 백남준작가의 미술을 한국적 샤머니즘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현상을 들면서 한국적 미학으로서의 해석의 모호성에 대하여 지적하셨다.
근현대 한국미술에 대한 담론을 살펴보면 한국의 비평가들은 ‘우리만의 순수한 미학’을 찾고자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일본 비평가에 의해 정의내려진 여백의 미, 미완의 미 등의 한국미술에 대한 지배적인 시각을 제외하고서, 심지어 중국의 영향으로 들어온 유교의 영향까지 배제하고서 남는 것은 토속신앙뿐이기에 일부 한국작가들의 작품이 샤머니즘적인 뉘앙스로서 비평되고, 혹은 작가들 또한 그렇게 작업이 비추어 보이도록 이미지를 만드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되었다.
일본의 경우 서구로부터 앵포르맬의 영향을 받았을 때, 그 영향을 받아 자기분출을 하였고 그러한 현상들을 정리해 ‘구타이’라고 이름지었다. 본인은 일본은 서구의 영향을 받은 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예술가들이 어떤 행위를 하였느냐에 대하여 집중하였다고 본다. 비교하여 걸러내는 식의 비평도 의미있지만, 현상에 대한 기술 그리고 그러한 현상이 낳을 기대효과에 집중된 비평이 이루어진다면 비평가-작가-기획자의 시너지를 발휘하여 한국미술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의 미술, 한국만의 미의 정체성에 대한 갈구는 학문적으로 열정적으로 논의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국제적으로 한국작가들이 자기목소리를 내고 전시를 선보일 때 그들은 개별자로서 소개되고 개개인의 identity로서 주목받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한국국적을 지닌 작가들은 실질적으로 다양한 유일성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본 담론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개인으로써, 혹은 한국의 작가들을 하나로써 묶어 생각하는 접근보다 현대작가들의 이러한 개별적인 움직임 자체를 논의화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한국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에 더 가깝게 접근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의 대표라는 인식은 이제는 뉘앙스로서 더 강하게 자리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유진상선생님의 ‘새로운 판’에 대한 언급에서 20대의 젊은 작가로서 가슴이 뛰었고 글을 마무리하면서 본인도 이제는 자기소리를 내도 될 때가 아닌가라는 자극이 되었다.
생각의 장을 열어주신 유진상,변홍철,신보슬,정연두선생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