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laurel 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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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laurel is life
UMF Korea 2015
결혼준비로 바빴던 2014년을 제외하고는 2012년 첫회부터 annual event로 꼭 도장찍는 UMF.
여름해는 길다. 느지막히 입장했는데도 여전히 해가 쨍쨍.
ROARING!!! 역시 나이트라이프는 서울. 미국 라이프는 다 좋았지만... 목말랐었찌.
빔도 쫙쫙 스테이지들.
첫날은 Skrillex, 둘째날은 David Guetta로 마무리.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파에 갈까말까 망설이지만... See you in 2016!
love the way he makes me feel loved.
예상은 했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 정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집 구하고, 이사 전까지 지내는 스튜디오 생활도 적응해야 하고, 가족들도 뵙고.
오랜만에 오롯히 둘만 카페에 앉아 도란도란하던 어느 일요일.
그가 사랑스러운 메시지를 써줬다. 나조차도 몰랐던 태어난지 10,000일을 챙겨준 세심한 남편. 듬뿍 사랑받는다고, 불쑥불쑥 느끼게 해주는 남편. 대단치는 않아도 그가 내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좋다. love the way he makes me feel loved.
The Wedding Playlist
가장 즐겁게 했던 웨딩 플레이리스트 작업. 프로그램마다 좋아하는 그리고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 넣는 작업은 일할 때도 참 좋아했다. 회사 다니면서 행사 준비할 때도 프로그램 짜다가 머리가 막히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면서 하면 술술 되었으니. :)
둘이 자주 가던 공원에 주차를 하고 음악을 하나씩 들으며 플레이리스트를 짰다. 다음 날에는 태풍이 예보되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들이쳤다. 발가락 사이로도 바람이 꼼실꼼실.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만의 플레이리스트 탄생♥♥
요즘도 가끔 집에서나 드라이브를 하며 플레이리스트를 듣는다. 하나둘 맞춰보며 했던 대화들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웠던 웨딩데이의 기억들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음악은 참 근사한 힘을 갖고 있다.
1. The entrance of mothers | Ronan Keating - When you say nothing at all
어릴때부터 좋아했던 Notting Hill. 특히나 이 곡은 듣는 순간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담장을 넘어 몰래 작은 정원에서 산책하던 William과 Anna의 사랑스러운 모습도 생각나고. 분위기도 따스하다.
2. The groom's entrance | Brian Mcknight - Overjoyed (Live Version)
남편과 연애하며 두 번째로 갔던 콘서트이자 서프라이즈 이벤트. 연애하며 맞는 첫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지 못한 아쉬움을 담아 남편이 CD와 콘서트를 선물했던 풋풋한 연애 초반이 생각난다. Brian Mcknight의 모든 노래가 다 좋지만, 남편은 이 곡을 손꼽았다. 그리고 타이틀처럼, 한껏 들떠서 입장했다.
3. The bride's entrance | Christina Perri - A thousand year
피아노 솔로로 시작하거나 메인인 곡을 찾아 여러 곡을 후보로 놓고 고르다 선택한 곡. 틴에이저 뮤비의 테마긴 하지만 가벼운 유행가같지 않고 아름다워서 종종 듣던 곡이었다. 가사도 좋고:)
4. The vow | John Legend - All of Me
둘 다 John Legend를 좋아해서 참 많이도 들었는데 우리가 결혼하기 1년 전에 John Legend가 와이프를 위해 작곡한 이 곡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 곡을 처음 듣는 순간 남편은 나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이 곡을 써야겠다 생각하고 두고두고 아꼈다고. 가사 하나하나 참 아름답다. 들을 때마다 프로포즈 받던 그 날의 설렘과 기쁨과 감동이 마법같이 되살아나는 곡. 결혼식의 메인이었던 혼인 서약 음악으로 당연하게 셀렉했다.
5. A letter from groom's father | John Mayer - XO
둘 다 좋아하는 뮤지션이니 어딘가에는 John Mayer를 넣고 싶었는데 마침 봄에 딱 요 음원이 발표됐다. Beyonce가 오리지널을 불렀지만 어쿠스틱한 느낌의 John Mayer 버전이 더 좋다.
photo: http://www.45cat.com/record/6102304
6. A letter from bride's father | Elton John - Your song
어릴때부터 좋아했던 이 또한 가사가 예쁜 음악. 올드팝을 좋아하는 아빠의 편지와 잘 어울렸다. 이제 이 곡을 들으면 아빠의 뭉클한 편지가 생각나 코끝이 찌잉.
7. Letters from bride&groom's friends | John Legend - This time
종종 어떤 곡을 들으면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곤 하는데 이 곡 또한 그랬다. 이런저런 추억이 샘솟고 마음도 왈랑왈랑해지는 곡. 남편과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에게 축하 편지를 받는 자리에 딱이었다.
8. Finale | John Legend - P.D.A.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나 P.D.A. 우리의 많은 데이트, 드라이브를 함께했던 곡이라 행진곡으로! 연애시절에 많이 들었던 곡이었으니, 정말 평생 연애하듯 예쁘게 살아야지 :)
How to prepare a wedding in 3 months _ PART 6
11. 언약식, Pre-Wedding | D-7
결혼식 하객은 직계 가족이 중심이 되었고, 우리 부부의 지인 몇 명만을 초대했다. 그러다 보니 그래도 어른들은 친구들께 결혼시키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아쉬움이 있으셨다고. 그래서 친구분들을 모시고 프리 웨딩, 그러니까 한국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언약식 정도의 작은 식사하는 자리로 대신했다.
* 수서동에 위치한 필경재. 정원이 고즈넉하니 좋다.
* 식사 세팅이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정원에서 손님 맞으며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고. 폐백이 없어 결혼식 날 본식 끝나고 입을 겸 이 날 입을 겸해서 저렴하게 드레스를 샀다. 한 무릎 정도 길이로 수선해서 평소에 입을 예정.
* ㄱ자의 꽤 큰 룸을 빌려 각 쪽에 아버님과 어머님 친구분이 앉으시고 우리는 ㄱ의 모서리에 앉았다. 아버님 어머님이 각각 인사말씀을 한 후, 남편이 부모님께 편지를 읽어드렸다. 촉촉한 감동의 시간.
* 우리의 결혼도 있었지만, 이 날 오랜만에 모이신 어른들은 이야기꽃이 한창. 중간중간 남편과 교대로 돌아가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드렸다.
* 이제 1주일 뒤면, 정말 결혼식!
How to prepare a wedding in 3 months _ Part 5
10. 혼인서약서, The VOW | D-14
주례없는 결혼식은 그만큼 신랑신부가 고민해서 내용을 채운다. 그 중 중심이 되는 것은 혼인서약. 서로가 서로에게 평생 어떠한 남편과 아내가 될 것임을 스스로 그리고 모두의 앞에서 약속한다. 어쩌면 결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생각이 아닐까.
* 그나마 바쁜 일들을 몰아서 끝낸 7월이 지나, 8월이 되었다. 시간은 참 잘도, 빨리도 흘러갔다. 생각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자 아지트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 앉아 남편과 결혼, 부부 그리고 가족에 대해 찬찬히 이야기하며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 초집중할 때 혹은 진지할 때 나오는 남편의 미간 주름.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결혼, 부부생활 그리고 곁에 앉아있는 이 남자와 함께 만들어 나갈 가족을 생각하니, 단어 하나하나가 신중해졌고 쓸 수록 가슴에 타투가 되어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머리 속을 붕붕 날아다니는 생각들을 잡아 적절한 단어로 표현해내는 일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혼인서약을 쓰다 나란히 앉아 곰곰히 이마를 짚어가며 노트와 랩탑에 열심히 끄적이는 남편을 보니 아, 이 남자가 정말 내 남편이 되는구나 싶었다.
한 때 사랑은 믿을게 못된다며 잔뜩 시니컬했던 적이 있었다. 누군가는 철벽을 친다고도 했고, 누군가는 왜 이렇게 변했냐고도 했고, 누군가는 이제 현실을 알았다고도 했다. 의도치 않았으나 스스로에겐 놀라웠던 변화였다. 그 전에는 항상 핑크빛 꿈만 꾸고 살 것 같았으니.
그렇게 살다 남편을 만났다. 썸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산하지 않고, 바다같고, 나무같고. 무엇보다 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진심을 다해 표현할 줄 아는, 내가 정말 사랑받고 있음을 행동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남자. 그래서 그런 말이 있었던가. Love is a verb.
남편을 만나면서 나는 변화했다. 남의 사랑 이야기에는 언제나처럼 더없이 관대 혹은 낙관했으나 스스로에게는 의심과 냉소가 불쑥불쑥 솟아오르던 틀을 깰 수 있었다. 언젠가 그에게 이렇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렇게 원한다고 말해버리면 그게 공기를 타고 날아가버릴까봐 두렵다.’고. 이 편지에 남편은 이렇게 답했다. ‘원하는 것을 말해. 내가 곁에서 날아가지 않게 차곡차곡 담아둘게. 그리고 다 이룰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그 마음이 너무 사려깊고 따뜻해서 그 편지를 받은 날 밤 그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겠다고.
순조로웠던 것 같기도 했지만, 마음 속에서 나름의 굴곡을 넘어 비로소 깊게 믿게 된 사랑이었기에 더욱 소중하고 감사했다. 항상 더 깊고 넓은 마음으로 날 기다리고 품어주는 남편. 있는 그대로의 날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남편. 함께할 때 가장 나다워지고, 우리를 위해 더 좋은 여자이자 사람이 되고 싶게하는 남편. 그래서 그가 프로포즈를 했을 때, 놀라웠으나 망설임없이 Yes라고 할 수 있었다.
* 깊은 믿음과 사랑으로 함께 손잡고 걷기 시작한 결혼이었기에, 혼인서약을 쓰는 동안 우리 앞에 기다리는 날들이 더욱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한 번쯤 겪는다는 매리지 블루는 느낀 적이 없었다. 모든 순간이 다 감사하고 행복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