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Fleur> The Cinematic Orchestra
나의 꽃 ‘my flower’를 의미하는 <Ma Fleur>는 2007년 처음 나온 앨범이다. 브리티시 누재즈(Nu-Jazz)와 다운템포 등의 장르를 대표하는 그룹 시네마틱 오케스트라의 세 번째 앨범이었다. 이후 시네마틱 오케스트라는 12년 만에 나온 후속작 <To Believe>로 다시 한번 여러 매체로부터, 또 팬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12년이라는 공백기에 그룹의 중심인물인 제이슨 스윈스코(Jason Swinscoe)는 몇 가지 영화 음악 작업을 하고 세 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내가 구매한 클리어 반은 HMV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리이슈 반이다. 클리어와 골드 두 가지로 나뉘어 한정적으로 발매되었는데 여기에 세 개의 미발표 곡들을 추가시켰다. 커버에 양면으로 인쇄된 이미지가 네 장 들어 있는데, 속지에 실린 설명에 따르면 이 이미지들은, 간추려 이야기하면, ‘무한한 우주적 사운드트랙에 대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라고 한다(하단에 텍스트 전문을 실어 두었으니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시네마틱 오케스트라는 <Ma Fleur>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더욱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커피 전문점 투썸 플레이스 광고의 배경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앨범의 첫 곡 To Build a Home은 모래와 세월에 닳은 한 외딴 집을 그린다. 너와 나를 위한 서약 같기도 한 노랫말에 더해지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이미지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가사는 대체로 심플하지만 ‘And now, it’s time to leave and turn to dust’라는 구절 때문에, 이 노래가 탄생과 소멸에 대해서도 암시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것이 마치 너와 나라는, 탄생하고 소멸하는 존재의 태곳적 이야기인 것처럼, 특정 시대, 특정 배경에 귀속되지 않고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원형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누재즈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그룹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시네마틱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재즈와 일렉트로니카의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클래식한 요소들을 첨가해 리스너들에게 새로운 청취를 경험하도록 만든다. 대부분 가사가 없는 연주곡들이지만 절반 정도의 곡들에는 가사가 수록되어 있다. 보컬도 객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앨범에 참여한 보컬리스트는 세 사람이 넘는다. To Build a Home에서 보컬로 참여한 사람은 패트릭 왓슨(Patrick Watson)이고, 그는 Music Box, Into You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그에 반해 여성 보컬리스트 폰텔라 베이스(Fontella Bass)가 노래한 Breathe는 분명 다른 분위기를 드리운다. 깊은 재즈 음색을 선보이는 이 곡도 단순한 메시지를 통해 본질적인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곡은 어떤 절박함도 느끼게 한다. ‘내게 그것을 불어 넣어 줘, 나를 바다로 보내는,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그리고 나를 그 깊음 속으로 삼켜버리는’으로 표현된 당신의 노래는 그녀에게 있어 호흡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간절해질 수 있다.Child Song은 어쿠스틱 기타로 포크적인 뉘앙스를 드러내며 시작하지만 이내 그것은 드럼과 퍼커션의 분절된 비트, 마치 샘플링 소스인 듯한 코러스와 결합하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해간다. Ma Fleur에서 이색적으로 들려오는 소리는 베이스 클라리넷이었다. 클라리넷과 색소폰이 중첩되어 흐르는 이 곡이 계속해서 온화한 음색을 유지하는 동안 기꺼이 그 속에 앉아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시네마틱 오케스트라의 <Ma Fleur>은 최근에 관심 있게 들은 앨범들 중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 같다. 생소하던 누재즈라는 장르에 대해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음악에 반영된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의 조합이 기존에 정립되어 있던 것들을 통해 해석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재즈를 중심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현대적이고 크로스오버적인 듯했고, 그렇다고 전자 음악의 요소들이 강하게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충분히 익숙하지 않다’는 관념에서 오는 애매모호함이 꽤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물렀다. 런던에서 레이브 문화와 함께 형성되어 간 재즈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컬렉티브 형태로 적극적인 협업이 이루어지던 마이샤(Maisha), 네리야(Nérija) 등의 밴드들과 비교를 해보기도 하고,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의 곡 Testify에서 패트리스 퀸(Patrice Quinn)이 노래하던 것과 Breathe에서 폰텔라 베이스가 노래한 것을 비교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또 막스 리히터(Max Richter), 존 홉킨스(Jon Hopkins) 등의 뮤지션들에 대해서도 떠올려 보았다. 그러는 동안 이들의 음악은 내게 조금 더 익숙해진 무언가가 되었고, 비로소 이 그룹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갔다.
시네마틱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모던하면서 클래식한 가치와 진중한 태도를 동반하고 있다. 이것이 만일 책이라고 한다면 사유들이 페이지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철학 책이 아닐까. 들으면 들을수록 Ma Fleur라는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하는 듯했다.
* 다음은 속지에 실린 텍스트의 전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곳에 옮겨 보기로 했다.
The Cinematic Orchestra named themselves as composers of an endless universal soundtrack, the photographs here play an important role in the realisation of this idea. Commissioned to accompany the tracks on "Ma Fleur" and yet not tied specifically to any of them, these largely unpeopled studies in light are meant as an aid to the listener in reconstructing or creating the narrative contained at the heart of this suite of music. As intensely evocative as the sounds, these images can be treated as a Tarot pack decoupled from predictive meaning, a set of mirrors through which we can think about and experience the threadbare beauty of the world and the need, love, betrayals and loyalties through which we each, individually and together, animate that world - this only life - with meaning.
시네마틱 오케스트라는 무한한 우주적 사운드트랙에 대한 작곡가들로 스스로를 명명합니다. 커버에 포함된 사진들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Ma Fleur”에 수록된 트랙들에 동반하도록 커미션 되었지만, 그중 어떤 곡에 특별히 귀속되지는 않습니다. 아직 대체로 탐구되지 않은 이 작업물들은 이 모음곡들의 마음에 담긴 내러티브가 리스너들의 마음속에서 창조되거나 복원되는 것을 돕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운드만큼 강렬하게 상기시키는 이 이미지들은 예측하는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 한 팩의 타로 카드처럼 취급될 수 있습니다. 이것들은 우리가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빈약한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요구와 사랑, 배신과 충성을 경험할 수 있는 거울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각자가 개인적으로 혹은 함께 모여 오직 하나뿐인 이 삶이 반영된 세상에 생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http://jazzpeople.co.kr/article/article/8/89/
*https://www.masterclass.com/articles/nu-jazz-music-guide#what-is-nu-jazz
*https://ninjatune.net/release/the-cinematic-orchestra/ma-fleur
*https://www.theguardian.com/music/2016/nov/13/cinematic-orchestra-jason-swinscoe-q-and-a-to-belie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