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떨림인 것 같으면서도 이 긴장으로 인해 혹시라도 인터뷰를 망칠까 두렵다.
A라는 회사와 벌써 4번째 인터뷰인데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이 회사에 대해 그리고 이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
처음에 R에게 이메일을 받고 Phone screening 인터뷰 스케쥴을 잡을 때까지만 해도 별 관심이 없었다.
우선 포지션 자체가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부정적인 피드백만을 받게 될 것 같고 내 스스로 디프레스가 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포지션만 보았을 때 처음 떠올렸던 이미지는 아마 YS 과장님이었던 것 같다.
그냥 어느 회사에나 있는 고객 서비스 센터에서 일하는 그다지 특별하지도 그다지 재능이 있지도 않은 그런 느낌.
지금 내가 이 회사에 매료된 이유도 이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멋진지 알게되었기 때문 아닐까?
회사 자체에 매력을 느끼기보다 거기에 다니는 사람들 그 집단의 특성으로 인해 소위 말해 ‘가고 싶은 회사,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된 것이 아닐까?
#. 폰 스크리닝 인터뷰 때 싱가폴 시간과 한국 시간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탓에 내 입장에서는 그들이 제대로 스케쥴을 잡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굉장히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라고 느꼈다.
그리고 어쩌면 면접자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첫 이미지는 부정적이었고, 약간 지치는 느낌이었다.
R은 첫 폰 스크리닝 이후에 나를 굉장히 도와주려고 애썼다.
신기하게도 나에게 무작정 전화해서 이 다음에 있을 프로세스와 어떻게 진행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답변을 기대하는지 까지도 말해주었다.
크게 관심을 갖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까지 열심히 설명을 해주니 받아 적었다.
#. 두번 째 면접을 보기로 한 날 몇 시간 전에 그 약속을 파토내었다.
딱히 준비가 되지도 않았고, 파토를 내면 여기서도 그냥 나에게 기회를 안주지 않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 회사는 나에게 다른 날짜로 변경을 해주고 기회를 한번 더 주었다.
긴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보는 내내 최선을 다해 인터뷰를 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지나치게 열정적이지 않았던 만큼 솔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단계가 끝나고 세 번째 단계, 한번의 화상면접과 한번의 on-site (현장) 면접 스케줄이 잡혔다.
이쯤 되니 도대체 면접을 얼마나 더 봐야 하는지 궁금해졌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내가 부족하게 대답했던 것을 보완하고자 면접 보기 두 시간 정도 전에 예상 답변을 조금 생각해 두었다.
이를 테면, 살면서 실패했던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 아니면 그 실패에 어떻게 대처를 했는지.
등등 이전에 사실 R이 팁을 준 질문들에 기반하여 답변을 준비하였다.
놀랍게도 내가 예상했던 질문들이 나왔고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그리고 답변을 하면서 내가 의식하지 못하던 나의 모습, 그리고 나의 진심이 나왔던 것 같다.
K의 질문 중에 너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 너를 motivate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중 나도 모르게 ‘사람’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진심이었다.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도, 나를 움직이는 것도 사람이었다.
어떤 사람과 일하느냐에 따라 성취감이 생길 수도 있고 의욕이 떨어질 때도 있다.
이 사람으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하고,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언제나 더 나은 사람,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한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고, 그 질문들을 통해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혹은 알고는 있었지만 한번도 내 자신에게 스스로 묻지 않았던 그런 질문을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K의 태도에 고마웠다. 나를 한 면접자로 상대한다기 보다 정말로 나를 알아가고 싶은 느낌을 받게 해 주었다.
내가 긴장하지 않도록 미소로 인터뷰를 시작해주었고, 나의 이름을 물었을 때 내가 나의 한국 이름이나 영어이름 둘 다 상관 없다고 말했는데 한국 이름으로 너를 부르겠다고 그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해주어서 사실 더 호감이 갔다.
뭐랄까. 나를 그냥 나 그대로 받아들이는 느낌 이랄까.
#. 그 다음날 현장 면접이 있어서 을지로에 있는 W 빌딩으로 갔다.
분명 1시에 약속이 있었는데 20분이 지나도 면접관에게 아무 연락이 없었다.
놀라웠다. 한국에도 이런 사무실이 있다니.. 마치 실리콘 밸리에 온 것 같았다. 여러 회사들이 모여있는 W 빌딩에는 자유롭게 커피, 맥주 등을 즐길 수 있고 매일 매일 입주사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실 W 회사에도 인터뷰를 봤었는데, 면접관의 태도가 너무나 너무나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이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는 않았다.
어쨌든 기다리는 동안 W 사무실을 둘러보고 결국 그라운드 매니저? 에게 연락을 해서 면접관에게 아무 소식이 없어서 약간 걱정이 된다는 투로 나의 입장을 전했다.
그리고 나서 한 5분정도가 지났을까? 젊은 여성 한 분이 다급한 모습으로 올라왔다.
나를 보자마자 너무너무 미안하다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원래 A라는 회사가 이렇지 않다면서 자신의 실수임을 솔직하게 말했다.
이 전에 미팅이 있었고 그 미팅이 끝나지가 않아서 본인도 계속 끝내려고 했는데 어찌되었건 이 상황조차 전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라며 여러 번 사과하였다.
4. 내가 너를 인터뷰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언급한점
모든 면에서 매너 있고 우선 인성이 좋다라고 느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인상이 좋다고 말해주고, 면접이 진행되는 미팅룸에 들어가서도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지 차분하게 말해주었던 것 같다.
솔직히 면접관의 이름을 들었을 때 나이 많은 과장? 느낌이 나는 그런 여자가 내려올 줄 알았다.
기가 세고 처음부터 나를 기 죽이려는 그런 사람 말이다.
전혀 아니었다. 외적으로도 매력이 있었고 (키가 크고 예뻤다.) 친절했고 똑똑해 보였다.
그녀가 말한 대로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답을 하기 전에도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몇 번의 시나리오 질문을 할 때도 나를 많이 배려해 준 것 같았다.
#. A 회사에 면접 보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내가 오늘 이 사람과 면접을 보았다고 해서 다음 라운드로 가는 결정을 이 사람 혼자 하지 않는 다는 느낌이었다.
어제 본 면접 + 이 날 본 면접의 피드백이 합쳐져서 결정되는 느낌이랄까?
면접이 끝나면서 질문 시간이 있을 때, 시나리오 질문에 관하여 물어보았다.
A 정책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involve 할 수 있는지 애매하다고 말을 했다.
당연히 인터뷰이가 그 점을 모른 다는 것을 기반하여 질문하기 때문에 그 점에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가장 중요한 것은 empathy 그리고 상대방의 safety를 먼저 체크하는 것이라고 해주었다.
이 후에 다음 면접을 볼 때에 참고하면 좋을 몇 가지 팁들도 안내해주었다.
그리고 본인이 면접을 볼 때 어땠는지도 같이 말해주었던 것 같다.
나를 도와주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져서 고마웠다.
#. 사무실을 나오고 나서 내 가슴이 두근대는 것을 느꼈다.
Motivation.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방금 생긴 것이다.
지금 내가 만난 이 사람을 통해서 세상에 어떤 일이든 내가 긍지를 갖고 일을 하면 빛이 나는구나 라고 느꼈다.
내가 Revenue Analyst를 하면서 기분이 좋았던 순간들은 아마 Jeff와 함께 일을 했을 때인 것 같다.
이렇게 멋진 사람과 일 할 수 있어서 내가 이 그룹의 한 일원이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나를 움직이는 것은 주변의 사람이었다. .
내 주변의 사람이 좋다는 것은 그 만큼 나도 좋은 사람이라는 것 이니까.
#. 이런 것들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역시 모든 것은 함께 했을 때 가능한 것이라는 것.
언제나 겸손해야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앞으로 3번 혹은 4번의 면접이 더 남은 것 같은데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최대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나 역시 이 회사가 정말로 나와 맞을지 볼 생각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회사나 집단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A회사에게 감사하다.
결과가 어떻든 이 이야기를 인사담당자에게 할 예정이다.
비록 채용 과정이 길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내가 깨달은 것과 A가 정말 맞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대해 감명을 받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