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첫날 밤 월정리에 별이 쏟아지던 밤 하늘이 아직도 생생하다.
트렁크 두개를 끌고 월정리 정류장에서 내려 가로등이 없는 길들을 총총 걸음으로 뛰듯 걸었었는데..
많이도 지쳐있던 나에게 월정바당은 위로를 주었다.
바다에게 위로받고, 갈매기에게, 길거리를 떠도는 고양이에게, 강아지에게..
바람에게 햇빛에게 그리고 비에게 위로를 받았다.
두달을 함께 동고동락한 내 친구들이 있었고, 이제 곧 결혼을 앞둔 열정이 넘치는 언니도 한명 만났다.
서울에 있었다면 만나지 않았을 친구 두명도 제주에서 친해졌다.
내가 제주에서 1년이나 살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동쪽에서의 짧은 두달살이를 마무리하고 나는 남쪽으로 내려왔다.
분명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시작이 동쪽이어서 그런지..
그곳에 가면 이제 날 반겨줄 사람이 더이상 없을지 모르겠지만, 나를 반겨줄 바다가 여전히 그자리에 있다.
서핑을 잘하고 싶어서 제주에 왔지만 사실 막상 서핑은 많이 하지도못했다.
월정에선 발목을 다쳐서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늦게 서핑을 시작했고,
지금 이곳에선 일을 하느라 사실 서핑을 제대로 할 시간이 별로 없다
그래도 어느정도 익혔으니 반은 성공한 셈이다.
아무튼 서핑은 멀어져갔고, 대신 운전을 하게 되었다.
운전 역시 계획속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훈이삼촌이 한번 너가 해보라고 했을 때 용기를 갖고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나는 내 친구들과 우리 가족 그리고 지금의 내 짝꿍이 제주에 올때면 차를 타고 이곳 저곳을 데려다닐 수 있었다.
운전을 하니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더 많아졌다.
이제 미국과 캐나다 로드 트립을 정말 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내가 지금 미국에 있었더라면 어떤 삶을 살고있었을까?
아마 매일 매일 나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지 않았을까?..
일이 이렇게 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솔직히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A와 나는 애초부터 성격이 안맞는데.. 아니 그렇다기 보단 맞춰 갈 수 있는 성격을 너무 단기간에 꾸겨서 억지로 맞추려니까 힘들었던 것 같다.
시간을 갖고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면 좋았을 것을..
서로 최악의 모습을 너무 빨리 보여준 것이 아닐까?
A는 이제 결혼을 했고 나는 나의 짝이 곁에 있다.
미국에 있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지금은 내 미래를 더 넓게 그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제한되고, 갖혀있는 삶이 답답해서 그게 싫어서 미국에 가고 싶었던 것인데
만약 2년전에 미국으로 완전히 떠나는 결정을 내렸다면 나는 어쩌면 더 작고 답답한 감옥에 갖혀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1년 사이에 J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것이 어쩌면 가장 놀라운 사건 아닌가 싶다.
1년 전만해도 다시는 J와 만남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내 곁에서 다시한번 사랑을 느끼게 해주다니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J와 있으면 시간이 가는줄 모르겠다. 왜 했던 이야기를 해도 재밌고, 새롭게 이야기 할 것들이 계속해서 나오는지 신기하다.
우리가 떨어져있을때 대부분을 차지하는 말들이 보고싶다와 사랑한다이지만 그 외에도 우리는 서로 나눌 것이 너무나 많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J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 둘 사이에는 너무 큰 산들이 놓여져 있다.
우리는 바라보는 방향이 너무 다르고, (J는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고 나는 해외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정적으로 종교가 다르다.(나는 기독교이고, J는 하나님을 믿지만 제사를 지내는 집안에서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