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만리향>을 보았다. / 괜히 배우라는 이름을 지켜낸 사람들이 아니었다. 100분이라는 시간동안 배우들은 대사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말 자기 가족의 말을 듣고 자기 가족에게 자신들의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딱히 정답이 있는 건 아닐지라도) 하지만 이게 맞잖아.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만 나도 대답을 할 수 있는 우리의 일상처럼, 상대의 말을 듣고 말을 하는 것-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가장 어려운 것) 가장 기본적인 것을 도가 지나치지 않게, 가장 충실하게 해내는 배우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 개인적으로 김순태 배우의 cast가 보고 싶었는데, 캐스팅 일정표에 이 분의 이름이 올려진 날짜는 딱 2번이었다. 그리고 그 2번의 날짜에 내가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 같아 예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 서울예대가 가깝기도 해서 예대생들의 공연을 자주 보러 갈 수 있었는데, 보러 갈 때마다 교복입은 나와 내 친구를 나동에서 늘 반갑게 맞아줬던 분이었다. 그 후로도 일부러 그 분의 공연을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 아무튼 어쩔 수 없었지만, 사실 속마음은 권오중 배우님을 더 보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만리향>이 권오중 배우님의 첫 연극이라고 한다. 내 기억 속 권오중은... 순풍산부인과..... 탤런트, 찌질캐릭터.... TV에서만 마주할 수 있었던 '코믹 연기자' 였다. 그러나 무대만이 가진 마법같은 공간의 힘 때문이었을까. 가장 사람냄새가 났다. 이번 무대로 내 기억에 평생 가장 사람다운 사람으로 남을 것 같다. /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먼 다소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운 공연이었지만,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 가물치인데) 허교수님께서 14년도에 추천했던 공연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뭐! 괜히 추천하신 건 아닐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