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책이 예판을 시작했습니다.
책을 쓰겠다고 계약한지 정확히 1년이 지났고, 책을 쓰고 싶다고 달려든 지는 12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번역도 하고, 큰 책의 일부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 이름을 앞으로 책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처음에는 흩어져있는 연구 노트만 잘 조합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쓴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 저작물이 다른 사람의 길잡이가 될 수 있고, 그것이 제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니 시간이 갈 수록 손가락이 무거워졌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논문을 다시 읽고, 귀한 분들의 자문을 구했습니다. Kwanghee Choi 님과 Hwanhee Kim, Emil Namju Kwak, 박진언 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이 분들은 출장가는 비행기 안에서, 새벽에 일어나, 매일 몇 시간씩 할당하며 책을 리뷰해 주셨습니다. 박찬규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일면식 없던 저를 믿어주시고 일이 되도록 만들어주셨습니다.
제가 존경해 마잖는 분들께서 두 팔 걷어 도와주셨습니다. 이 분들과 함께 책을 만든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 뿐이었습니다. 저와 전화, 이메일, 스카이프, 심지어 오프라인 미팅도 가지며 독자들을 위해 조언을 아까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흘렀고 오늘부터 책 예판을 시작했습니다. 행여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모두 제 부족함입니다.
저는 대전에 사는, 과학책을 좋아하는 한 어린이였습니다.
과학의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유희는 책더미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는 일 이었습니다.
저는 양서를 쓴 저자들 손에서 자랐습니다.
이들의 이름을 제가 모두 기억할순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제가 의식하지 않는 제 유년기를 책임져 주었고, 바른 말을 해 주었습니다. 제가 학문의 꿈을 키우고 계속 정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도서관에서 아무렇게나 집어든 책이 제게 바른 말을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분들께서 양심을 지키고, 약속을 말하고, 계속 꿈을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책이 제가 가보지도 못했던 곳, 이름모를 독자분 손에 들려있을 것을 생각합니다. 독자분의 갈증을 다 채워드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 일을 오래 하고 싶고, 양심을 지키고 싶습니다. 책이 제가 방금 말한 모든 선언을 다 지키지 못 하더라도 저는 이곳에 있겠습니다. 계속 이 분야에 종사하며 수정하고,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책이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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