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참 편지를 좋아합니다. 예전에 편지를 많이 썼던 적도 있었어요. 군대에 있을 땐 선임, 동기, 후임의 이름으로 대신 편지를 써주거나, 부탁을 받아 내 이름으로, 제 3자로서 그들의 연인이나 가족에게 편지를 써서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사람들 반응이 좋았기에 나는 나름 편지를 잘 쓰는 편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편지는 두 번째이지요. 첫 번째는 기억할 겁니다. 오목눈이가 그려진 엽서와 해돋이가 그려진 엽서. 그 엽서를 줄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긴장도 많이 했고요. 그렇게 긴장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하지만 고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그 이후로 계속 고민만 했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힘이 드네요. 편지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며칠 동안 여러 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매 번 편지의 내용은 달랐어요. 당신의 태도와 그에 따른 나의 기분도 매일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편지의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언제는 밝고 자신감이 넘쳤지만 어떤 때는 침울했지요.
저는 당신이 특별하다고, 그동안 생각했습니다. 천진난만하면서 배려심 있고 귀여운 수줍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표정에서 확인할 때마다 경이롭기도 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표정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보는 모든 눈이 그렇듯, 판단이라 하는 것은 자신 내면을 근거로 하기 마련이라 나의 감정이 소모되기 시작하면서 인식도 생각도 변하더군요. 아마 당신의 천진난만함과 배려심, 수줍음이 저에게 해당되지 않음을 깨닫고 조급해졌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애정한다는 것은 때로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네요. 누구와는 쉬웠던 것도 같은데 어떤 사람과는 너무 어려워요.
별난 짓거리도 많이 했지요. 당신을 애정하는 내 마음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당신이 나를 보지 않은 것도 어쩔 수 없더군요.
그동안 당신이라는 이름의 마음 속 돌을 이리저리 들고 다녔습니다. 아, 이제는 너무 무겁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 이제는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멋대로 불타올랐다가 멋대로 꺼져버렸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충분히 마음을 전달했고, 너의 서늘한 대우도 받았습니다. 동의하실 거예요. 이제 귀찮게 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