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빠가 쓰러졌다. 쓰러진 후 금방 다시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 없었던 내 마음은 오빠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내리 격심한 요동을 쳐댔다. 벌써 회사에서만 네 번째 쓰러진거라는 오빠. 이럴 때 보면 오빠는 예상외로 참 약하다. 평소 남자다운 척은 혼자 도맡아 하길래 마음도 자존심도 세상 가장 강한 줄 알았는데.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이런 상황들에 약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등신같이.
아무튼 오빠를 쓰러지게 만든 그 일 때문에 며칠동안 나는 오빠를 가만히 내버려 뒀었다. 행여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까 싶어 좀처럼 연락을 하지 않았고, 물론 만나자고 조르지도 않았다. 굉장히 힘들긴 하지만 나는 쓸데없이 그런 것들을 참 잘한다. 참기, 찾지 않기, 보채지 않기, 조르지 않기. 그런데 오빠는 아니었나보다. 요 며칠 그런 나의 행동들이 내심 서운했나보다. 아무리 오빠가 대답이 없어도 (보통의 다른 여자 아이들처럼?) 몇번은 더 보채 주기를 바랐나보다. 어제는 뜬금없이 오빠답지 않게 나와 멀어진 것 같다느니, 내가 오빠를 너무 찾지 않는다느니 하는 투정을 늘어놓는 것이다. 오빠의 이런 뜻밖의 반응에 너무 놀란 나는, 쓰러졌었다는 오빠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 이상으로 심장이 부어오르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오빠가 요 며칠 정말 힘들긴 했나보다 몸도 마음도. 그렇지 않아도 1년처럼 느껴지는 힘겨운 며칠 간이었는데, 내게서 연락까지 없으니 훨씬 훨씬 길고 더디고 힘들게 느껴졌다던 오빠의 말에 그저 미안한 기분이 들어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오빠는 집에서 통화하는 걸 굉장히 꺼려하기 때문에 오빠가 집에 있을 때 통화하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어제는 목소리라도 꼭 들어야 할 것만 같아 담배를 피러 발코니에 나가면 잠깐만 통화를 하자고 용기내어 말했다. 정말이다, 나는 아직도 오빠에게 용기내어 전화를 걸고, 그 용기를 꾹꾹 눌러 담고 담아 오빠를 만난다. 대체 뭘까. 스물 여덟하고도 벌써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연애를 하는 데에 있어 이렇게나 조심스럽고 작아진 나를 발견하는 건 처음있는 일이다. 나도 이런 내가 상당히 낯설다.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다정한 오빠의 목소리. 너무나 오랜만에 들려오는 내 이름을 부르는 오빠 목소리. 자꾸만 울컥 울컥 밀려오는 서러움을 참느라 한참을 혼났다. 주말에 무얼 했다느니, 왜 쓰러지고 난리냐느니, 오빠를 찾지 않은게 아니라 신경쓰일까 참았던 것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꽤 길게 오빠에게 조잘거렸던 것 같은데, 세세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오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마냥 좋아 호흡이 넘치고 넘쳐 툭툭 끊겼던 그 감각만이 아직도 몸에 선명하다.
오빠가 정말 힘들고 바빠 보여서, 내 나름의 배려로 오빠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애당초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쨋든 오빠의 이러한 반응에 많은 반성을 했다. 생각보다 훨씬 내가 오빠를 몰랐다는 것, 몰라줬었다는 것. 그리고 내 심연 구석에 쳐박혀 있는, 채 다듬어지기 전 새것의 모양을 하고 있는 내 진짜 순수한 마음은 오빠에게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지레짐작을 품고, 어쩌면 오빠를 대강대강 대해왔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
먼저 잠든 오빠를 뒤로 하고 앞으로 더 침착하게 그리고 더 깊은 진정으로 오빠를 대해야 겠다는 마음을 한창 먹었는데, 생각해보니 하필 오빠는 오늘부터 또 출장이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월등히 연락이 되지 않겠지. 그래서 마냥 오빠 연락을 기다리고만 있으면, 오빠는 또 서운해하고 그럴까. 오빠와의 연애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느꼈던 것이기는 하지만 오빠는 정말이지 여러모로 너무나 어려운 대상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많다. 그런데 또 나는 그런 오빠를 심각하게, 너무도 심하게 좋아하고 있다보니 지칠만 하다가도 자꾸만 풀어댄다. 틀려도 그저 헤벌레, 좋다고 그런다. 입을 삐죽이다가도 이쁘다 하는 오빠의 한마디에 내내 마음이 춤춘다.
보고싶은 오빠. 만지고싶은 오빠. 이번 출장 건이 무사히 잘 끝나고 얼른 한가한 시즌이 와서, 오빠가 우리집으로 퇴근하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면 너무나 너무 좋겠다. 서로가 과하게 바쁘지 않은, 보통의 연인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