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꿈은 서른이 되기 전에 죽는 것이었다.
이다지도 불건전한 명제에 <꿈>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그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으나, 피터의 삶은 줄곧 이해보다는 일련의 인내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는 터무니 없는 자신만의 꿈을 견디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고보니 크리스마스였다. 꼬마 전구의 둥근 불빛이 창밖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완다는 자신이 듣는 음악이 피에트로의 다락방에서도 나오길 바라는 사람처럼 오랫동안 낡은 라디오를 매만지고 있었다. 주파수가 엇갈리며 디제이의 웃음소리나 캐럴 같은 것이 겹쳐 흘러갔다. 그녀에게는 취향이란 게 없었다. 전 세계의 사람이 같은 노래를 듣고 있는 날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나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이야기하면서 언제나 피에트로에게 자신을 맞추었다. 둘은 기형적이었고, 손을 붙잡고 있는데도 늘 절뚝였다. 적어도 피터의 눈엔 그랬다.
"야." 완다의 손가락이 규칙적으로 버튼을 돌릴 때마다 마른 소음이 들렸다. 어둠이 내려깔린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 눈을 감았더니 딸각대는 소리에 맞추어 세상이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너 그러다 죽어."
"조용히 좀 해봐, 이거 걔가 좋아하는 노래란 말이야."
"그건 그냥 징글벨이야. 다들... 듣는 거라고."
"그래서 좋아해. 남들 다 하는 거라서. 걘 원래 그렇거든. 이상한 걸 싫어해. 그래서 나도 안 좋아하나봐."
완다가 고개를 돌렸다. 포도송이 같은 머리칼이 일순 흔들렸다. 그녀의 뺨은 괴로움을 견디다 못한 손톱자국이 남아 엉망이었는데, 때마다 눈물을 흘려 상처가 아물 날이 없어보였다. 조명이라고는 수명을 다한 창밖의 가로등과 열매 크기의 전구가 끝이었지만 피터는 완다의 얼굴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태양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빛은 아는 것처럼.
"내가 널 구해줄게."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피터는 남을 구하는 방법을 몰랐다. 죽을 이유가 없어 일단 살고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마땅히 살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쯤 해서 죽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파괴적인 상상을 하던 차였다. 그 때 완다의 팔뚝에 남은 깊은 흉터를 보았다. 새살이 오르긴 했지만 보기 괴로울만큼 흉측한 상처였는데도 그녀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살갗 안쪽, 스스로 칼을 찔러 넣으며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을 즐겼다. 그렇게 해야만 피에트로의 입 밖으로 <세상엔 이제 우리 둘 뿐이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완다는 그 순간에 전율했다.
그녀는 찬 바람이 새어나오는 벽에 머리를 기댄 채로, 열 개쯤 남은 팔목 위의 흉터를 손끝으로 더듬었다. 기타 줄을 튕기는 것처럼. 그러나 라디오 밖의 세계는 너무도 조용했다.
"난 이제 누구랑 같이 사는 건 관심 없어."
"......"
"누구랑 같이 죽을지가 중요해."
"......"
"너 나랑 죽을래?"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냉랭한 눈빛을 던지며, 완다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