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를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려고 하지만, 그래도 속엣말을 내뱉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공간이라서 답답하면 궁여지책으로 텀블러를 찾는다. 종종 이글루스의 촌스러운 디자인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건네는 따뜻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글루스가 없어져서 일기를 쓰지 않게 된건지, 그냥 그런 사람이 된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오랜만에 머리가 복잡해서 요즘하는 생각을 나열해 볼까한다.
-취업-
사실 물리적으로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직장을 구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로 회사 생활을 다시 하는게 맞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사람에게 너무 쉽게 스트레스 받고 숨기질 못하는 나에게 스트레스 받는 굴레를 다시 겪을 자신이 없다. 나는 이게 지역탓인지, 업종탓인지, 정말로 내가 문제인건지 이제는 모르겠다. 뭐 내가 문제긴 하다. 아무튼 직장을 다시 구해야하는데, 이번엔 서울로 다시 구해보려고 하는데 자신이 없다. 5년만에 다시 상경을 하려니, 늙어버린 마음과 닳아버린 몸을 구겨넣을, 사람이 살 만한 공간을 다시 구할 수 있을까. 서울 집값을 보면 한숨밖에 안나온다. 다시 그 바퀴벌레와 곱등이가 득실대는 동네로 가야할까... 쾌적한 시골, 신도시, 신축, 아파트, 특히나 이중 샷시 같은 부유함을 포기하고 갈 만큼 매력적인 곳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도전은 해야겠지... 아직 디자인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한몫한다. 그냥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엉엉 울면서 나는 왜 이정도 밖에 안되는 거지 같은 자괴감을 느끼고 싶다. 도대체.... 왜.... 일을 이딴식으로 하는지.... 이 정도 퀄리티에 만족을 하는게 맞나, 디자이너 따위 주제에 회사의 존속과 운영을 고민하는 일 따위는 이제 안하고 싶다. 아무튼 오늘 좀 재밌을 것 같은 회사 공고를 몇 개봤고, 내일부터는 정신차리고 포폴을 좀 다듬어 볼래...?
-외국생활-
30살, 호기롭게 떠난 호주 워홀이 전염병 앞에 무너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최소 3년은 외국에서 버텨볼 생각이었는데, 입도 벙긋 못하고 타국의 병원에서 죽고싶지 않다는 열망이 생각보다 꽤 컸다. 패배감과 호주의 잔상을 떨쳐내는데 장장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호주에서 만났던 동갑내기 친구가 올봄에 캐나다 워홀을 떠났다. 호주로 다시 돌아갔다는 친구들의 소식을 들을 때보다는 덜 동요했지만, 뭐랄까 비자 신청이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과 계속 갈등중이다.
내 나이에 갈 수 있는 곳이 캐나다, 아일랜드, 영국, 덴마크, 독일, 포르투갈 등 몇가지 선택권이 없는데 따뜻한 나라는 포르투갈 뿐임..ㅎ
캐나다랑 아일랜드 중에 고민인데 추운 날씨를 못견디는 편이라서 선뜻 비자 신청도 못하는 중이다. 사실 고민해서 선택하다고 해서 다 받아주는 것도 아님,... 그래 캐나다로 가자! 한다고 해서 신청해도 떨어지면 못 가는거지만 ㅋㅋㅋ 그냥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못 살겠는데, 그렇다고 외국에서도 잘 사느냐,,,, 호주에서는 잘 살았던 것 같음. 외롭긴 했어도 바다 산책가고 핫카페라떼 한 잔하고 울월스 쇼핑하면 금방 행복해하던 과거의 내가 좀 그립기도 하고...?
친구들은 하던 일을 연계해서 갈 게 아니라면 비추한다고 하지만, 사실 디자인하기 싫어서 도망치는건데요... AI가 할 수 없는 비효율적인 일을 하고싶은게 꿈이다. 퀼트나 옷수선 같은 것. 외국가서 생활하면서 퀼트도 배우고, 뜨개질도 하고 뭐 그런건 사실 말도 안되는 낭만 같은거라는 거 알지만,,,
그냥 좀 느리게 살면 안되나... 왜 다들 효율적이고 빠른게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효율적이기 위해 나의 개인정보를 내어주는게 하는 게 좋은게 맞을까? 나는 모르겠다.
-가위-
근래 들어 다시 가위를 많이 눌리고 있다. 사실 가위를 안눌리려면 일찍 자야하는 걸 알지만, 새벽에만 할 수 있는 생각도 있지 않나. 다른 사람들도 가위를 이렇게 눌리나? 나처럼 이렇게 괴로울까? 몸만 안움직이는 수준이라면 더 바랄게 없겠다. 부처님이 물러주길 바라며 염주를 굴리며 자던 날도, 성경을 틀어 놓고 자면서 하나님 살려주세요 외치는 것도 이젠 소용이 없다. 마그네슘도 운동도 소용이 없으니 일찍 자는 수 밖에 없겠지.... 오늘도 이미 새벽이 되어버렸으니, 또 얼마나 욕을 해댈까.
아무튼 가위를 눌린 후 겨우 눈을 뜨면 혼자는 못 살겠다 생각밖에 안든다. 문만 나가면 가족들이 있는데도 무서워서 한참을 뒤척이는데, 혼자 사는 집은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 밖에 안든다. 그래도 독립해서 내 공간을 갖고 싶기도 하고, 가위가 무서워서 결혼하는 건 좀 웃긴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 사실 옆에 사람이 자고 있다고 안눌리는 것도 아니니까 아아...
하나님, 오늘은 그냥 푹 자게 해주세요.
-퀼트-
손목 문제로 코바늘로는 밥벌이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오랫동안 하던 코바늘에 대한 흥미가 시들해졌다. 최근에 오랫동안 고민하던 미싱을 배웠고, 퀼트는 키트를 구입해서 유튜브를 보고 해봤는데, 역시나 손바느질이 재밌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미싱보다 덜 받는 편이라서 훨씬 좋았다. 그리고 손바느질을 하는 과정이 코바늘처럼 명상에 가까운 느낌이라 좋았는데, 배우고 싶은 느낌의 수업은 서울밖에 없어서 고민이다. 아무튼 앞으로 남은 중~노년의 밥벌이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해야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옷수선이 재밌을 것 같아서 배워볼까 싶다. 옷수선도 하고, 퀼트도 하고, 미싱, 코바늘 뭐 아무튼 손으로 만들 수 있는건 다하는 그런 공간 꾸리면서 소소하게 밥벌이정도만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물가가 계속 올라서 내가 할머니 되었을 쯤에는 쌀이나 겨우 사면 다행이려나 ㅎ...
-수영-
몰랐는데 어느덧 수영을 배운지 6개월이나 되었다. 와아!! 새벽 6시 40분에 일어나서 버스를 40분타고 수영장에 도착해 50분동안 수영을 하고 1시간 20분이 걸려 출근하는 짓을 4개월이나 했다. 그것도 주 5일 수업으로...!
자유형빼고는 다 재밌다. 우아하게 수영하는게 목표인데 언제쯤 그렇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알고리즘이 수영에 지배당하고 있으니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상에서도 열심히 팔 연습하는 나...
-영어-
8월부터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퇴사하고 한달에 하나씩 새로운 뭐를 도전중이다. 6월엔 일단 쉬었고, 7월엔 미싱을 배웠고, 8월엔 영어회화였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을 가야하지만, 그래도 한달동안 좀 꾸준히했다고 넷플릭스를 볼 때 문장이 하나씩 귀에 들리긴 하는 것 같다. 입 밖으로 안나와서 그렇지...ㅎㅎ 아무튼 점점 생각하는 것도 영어 문장으로 하려고 하고, 프리토킹때 제대로 못했던 답을 곱씹으며 문장을 만드는 일이 썩 재밌다.
한편으로는 이딴 실력으로 외국 가겠다는 내가 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ㅋㅋ 나중에 여행가서라도 써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름 열심히 공부중이다. 나이들어서 하는 공부에 머리가 진짜 뽀개질 것 같지만....
9월엔 진짜 운전 다시 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갈겨쓴 생각을 곱씹어 읽어봐야겟다. 내일 아침 다시 보면 얼마나 엉망으로 쓴 글일지.....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