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필요로 하며 부르고 달려오고 사랑을 속삭였던 시간들은 무언가를 잔뜩 잃고 놓치고 박탈당한 기분을 남기고 종결됐다. 그래서 지나간 사랑을 들춰보면 서럽거나 화가 났고, 서럽거나 화가 난다는 사실에 대해 수치스러워졌다. 어째서 사랑했던 시간의 뒷끝이 수치심이어야 하는지,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Jules of Nature
Keni
Misplaced Lens C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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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Dorothy Gale from Kansas"
Sweet Seals For You, Always
Sade Olutola
he wasn't even looking at me and he foun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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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ile in a Photography ❣
Aqua Utopia|海の底で記憶を紡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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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ensse
서로를 필요로 하며 부르고 달려오고 사랑을 속삭였던 시간들은 무언가를 잔뜩 잃고 놓치고 박탈당한 기분을 남기고 종결됐다. 그래서 지나간 사랑을 들춰보면 서럽거나 화가 났고, 서럽거나 화가 난다는 사실에 대해 수치스러워졌다. 어째서 사랑했던 시간의 뒷끝이 수치심이어야 하는지,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정리된 게 하나도 없어 방법을 모르겠어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 잔을 죄다 마시겠지
오랜만에 고향 집에 내려오니 안방 침대가 바뀌어있었다. 아마도 엄마의 사려깊음 탓이겠지. ‘덕’이 아닌 ‘탓’으로 단어를 골라 쓰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다. 그녀는 내가 그 집에 살 때부터 안방에서 잠들지 않았다. 그녀가 고심해서 고른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가구를 그녀는 적어도 10년 전부터 누리지 못했었다. 모두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 때 그녀는 가장 고된 몸을 찬 대리석 바닥에 얕은 요나 몇 장 깔고 누였다. 나는 그게 너무 싫어서 모난 말도 내뱉고, 덩달아 옆에 누워 그녀의 딱딱한 자리를 침범해보기도 했다. 나는 감히 그녀의 인생이 불쌍했다. 사실은 아직도 그렇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잘난 아드님의 등하교 픽업을 하다 생긴 오랜 습관이라 그렇게 불편하게 잠드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정작 그 호사를 누린 장본인은 “엄마가 그게 편하다잖아. 너는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냐.”라며 내게 엄마를 못살게 굴지 말라고 말했다. 그녀는 내게 “너는 너무 생각이 많아.”, “이렇게 예민해서 어떡하니.” 등의 말을 자주 전한다. 그녀가 말하는 나의 그 예민함은 전혀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나는 아직도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연민과 증오와 깊은 슬픔을 함께 떠올린다. 나는 자연스럽게, 혹은 나만 빼놓고 당연하게 그녀의 삶을 닮아갔어야 했나보다.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일하면서도 가장 남루한 그녀를 볼 때마다 나는 알 수 없는 자기혐오와 함께 고통스러워진다. 또 나는 그녀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온갖 것들이 다 미안하고 덩달아 초라해진다. 그래서 그녀의 염려를 덜기 위해 좋은 딸을 연기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녀의 걱정은 곧 나의 부정이었으므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으므로 나는 잘도 아닌 척을 하며 지냈다. 그러나 가면은 본 얼굴이 아니므로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자랑스러운 자식은 커녕 잘못한 거 하나 없이 스스로조차 떳떳하지 못한 사람이 되고 있었나보다. 내가 착한 딸이 되려 노력할 수록 내 삶은 철저하게 불행해졌다. 이제와 생각하면 모든 것이 부당했다. 그리고 나의 많은 것들을 부정당했다. 나는 의도치 않게 너무 많은 사실들을 들었고, 원치 않게 알게되었고, 그래서 점점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어릴 때 성격이 너무 비슷해 하루가 머다하고 싸워대던 남매는 지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거리를 두고있다. 나는 아직도 말하지 못해 괴로웁고 그녀는 아직도 찬 거실 바닥에 잠자리를 튼다. 머리가 커진 자식들은 제법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부모 앞에서 하기 시작하지만 요며칠 내 심사를 완전히 뒤틀어놓은 불공정한 판결 이야기들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그녀로 살길 바랐다. 내가 나로 살아나길 바랐다. 손재주가 좋아 뭐든 곧잘 만들어내던 그녀의 즐거운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녀를 닮아 녹을 좋아하는 나와 그저 거닐며 이 꽃 저 꽃 이름이나 맞추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들의 큰 목소리에 내 작은 목소리가 묻혀 들리지 않는 차 안에서 차라리 이 소음에 내가 완전히 묻혀 사라졌음 좋겠단 생각을 조금 하다가 조용히 문자 메시지 몇 통을 보냈다. 나는 나로 살아야 한다.
헤어진 사람들 안 보고 싶으신가요?
열심히 노력하면 내쉰 숨을 다시 마실 수 있을까요?
시월 멋지게 시작
서로 제일 견디기 힘든 방식으로 서로를 고문하고 있는 건 아닌가
현충원엔 상경 살이 7년만에 처음 다녀왔다 내내 평화롭고 아름다웠네 매년 봄 이 곳에 닿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래서 나는 또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최선이란 게 이다지도 얄팍한 것이었나, 그래서 종후에 이렇게 서슬퍼런 날들만이 나를 베고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해보면 나는 꼬인 이어폰 줄을 풀고 다시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을 참 좋아했는데 그게 다 너무 지난 일만 같아 조금 서글프다 사실은 내가 변한 건데 꾸역꾸역 그 원인 찾기에만 집착했던 거 같기도 하다 오늘은 친구1에게 내가 여태 꾸려온 모든 것들은 용두사미로 정리된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너는 늘 최선을 다 하는 애야 라는 대답에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나는 그런 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구 호선에는 자정이 지난 시간에도 사람이 많다 내가 아는 어떤 고통에 모르는 사람들을 대입해 보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관뒀다 전에 쓰던 줄 있는 이어폰보다 음질은 떨어지지만 훨씬 편리한 줄 없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곡 하나를 다시 반복해 듣는다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어떤 기억과 마주치는 순간마다 속수무책으로 손이 굳는다 이런 모양으로 궁상 떠는 일이 정말 싫지만 어떤 관성 앞에서 나는 늘 무릎을 꿇고 만다
홍상수와 김민희나 존 레논과 오노 요코를 두고 존중과 중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우습다. “일련의 사건들이 좀 그렇긴 하지만” 소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차는 중립에 두면 기울어진 쪽으로 간다고, 피해자의 얼굴과 이름은 까맣게 모르는 이들이 가해자들의 전시를 보고 문화와 예술의 영감을 얻는다면 존중과 중립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얼마나 훌륭한 것을 만들어냈든 그것이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안 이상 위대한 예술가라고 인정할 수 없다. 소비하는 이들이 높은 문화예술적 소양을 가졌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유명인사를 따라다니는 것과 위대한 예술가를 따르는 것은 다르다. 세계를 소비하는 예술가를 소비할 시간에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가에게 영혼을 팔겠다.
읽자마자 내 말이! 라고 크게 외치고 신나게 리블로그
나는 언제쯤 건강해질 수 있나 몸이든 마음이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알지도 못하면서 왜 매번 날 다그치기만 해 내가 아닌 날 말하고 내가 없는 진실들로 그렇게 날 다그치기만 해 어디에도 내 쉴 곳은 없네 익숙해진 두려움과 몸에 배인 침묵 속에 외로움도 무뎌져만 가네 날 미워하지 마 내가 아닌 나를 나인 것처럼 왜 내가 아닌 나를 나라고 믿어 알 수 없는 사람들과 다른 색의 표정과 말 넌 대체 내게 뭘 원하는데 조심스런 맘 졸이며 겨우 한걸음 내딛어 이 세상이 난 너무 무서워 어디에도 내 쉴 곳은 없네 날 사랑하지 마
당신은 식물을 보살피는 일을 좋아했지. 그건 미래를 매만지고, 미래를 단정히 맞춰 주는 방법이었으니까 - 추운 날 외출 전, 현관 앞에서 내 스카프를 단정히 맞춰 주는 것처럼 말이오. 당신이 그렇게 미래에 헌신했던 건 유토피아의 존재를 믿어서가 아니라, 그런 헌신 덕분에 우리가 현재와 겨룰 수 있고 가끔씩은 앞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었지. 당신은 과거의 메시지를 지니고 미래를 향해 달리는 주자처럼 현재를 가로질렀소. 당신의 몸은 달리기 선수나 경마의 기수, 혹은 스케이트 선수 같았지.
당신은 승마를 했고, 흑인인권운동을 지지했으며, 피겨 스케이팅을 했고, 열아홉 살 때 인도 출신의 딜립과 결혼했고, 미국을 영원히 떠난 후에 나를 만났지. 당신은 얼음 위에서든, 삶에서든,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겼소. 당신이 선택하는 방식에 현란함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
당신을 유심히 보면, 길을 찾는 일에 익숙한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세심한 분위기가 느껴진다오. 모자를 쓰거나 코트를 입는 모습, 머리를 만지는 모습, 문을 여는 모습, 돌아서서 나가는 모습, 당신은 길을 찾는 사람이오.
(…)
눈을 감으면 당신의 반복, 당신의 후렴구가 보여. 그 후렴구 안에서 사십 년 동안의 분주함, 모색, 길을 잃었던 일들, 반쯤만 알 것 같은 대답들이 변하지. 사십 년의 세월이 단 하나의 행동으로 바뀌는 거요.
그 세월 동안 내가 쓴 거의 모든 글들을 당신에게 가장 먼저 보여 줬소. 당신은 즉시 반응을 보이며 이런저런 제안을 했고, 타자기로 옮겨 친 다음, 그 글들을 외부로 보내고, 번역이나 계약 같은 걸 진행했지.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끊임없이 당신의 반응을 기다렸던 거요. 나에게 글쓰기는 벗겨내는, 혹은 독자들을 발가벗은 무언가에 가까이 다가가게 하려는 형식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발가벗은 무언가에 대한 기대를, 우리는 함께했지. 우리는 사물들의 이름 뒤에 있는 것을 함께 꿰뚫어 보기를 원했고, 그러고 나면, 서로를 꼭 붙들었어. 그렇게 붙들고 있으면 나는 다시 혼자서 글을 써야 할 때도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곤 했지.
습관이 본능이 되어 버린 거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당신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으니.
(…)
운동화 중에 하나라도 지저분한 걸 발견하면 당신은 곧장, 가능한 한 빨리 빨고, 탁자에 앉아 가늘고 재주 많은 손가락으로 표백제를 발랐지. 그런 다음엔 그 운동화를 옷장의 특별한 자리에 두었소. 다음에 운동화를 신고 외출할 일이 있을 때 곧바로 꺼내 신을 수 있게 말이오. 길을 찾는 사람들.
내가 이제 하려는 이야기를 당신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군. 안다는 것에는 많은 단계가 있고, 종종, 가장 깊은 단계의 앎이란 말이나 생각과 꼭 맞지는 않지. 당신은 알고 있었을 거라고 믿어.
침대에 누운 당신이 온몸을 꿰뚫는 것 같은 고통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할 때, 고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르핀이나 코르티손 주사를 한 대 더 놓아 주거나 몸을 받치는 베개들을 다시 맞춰 주는 일밖에 없었을 때, 식사를 위해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빨대로 뭘 마실 수만 있었을 때, 겨우 찻숟가락 - 당신이 좋아하던 손잡이가 달린 그 숟가락 - 으로 음식을 조금만 먹을 수 있었을 때, 기저귀로 대소변을 받아야 했을 때, 욕창을 막기 위해 발뒤꿈치와 팔꿈치를 닦아 줘야 했을 때, 당신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다웠소. 그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은 당신의 용기에서 나오는 것이었지.
(…)
오늘 오후에 마당에서 마지막 산딸기를 한 대접 땄소. 해마다 당신이 잡초를 뽑아 주고, 새로 나온 가지가 지지대에 감길 수 있게 웃자란 가지들을 쳐 주던 모습이 보인다오. 당신은 손을 보호하기 위해 장갑을 꼈고, 쐐기풀을 보면 짜증을 냈지.
이 산딸기들은 크고, 팔월의 태양 때문인지 초기에 땄던 것들보다 훨씬 달더군. 당신이 침대에서 꼼짝도 못 할 때 내가 한 알씩 먹여 주었던 그것들보다 말이오. 그래도 당신은 그때 그것들이 더 입에 맞다고 했지. 입을 오물거리며 기분이 좋은지 장난스럽게 웃었는데.
애써 참고 있는 고통에 완전히 둘러싸인 상태에서 맞이하는, 그런 즐거움의 순간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나는 모르겠소. 어쩌면 가늠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르지.
그렇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이, 하지만 당신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해주는 거요. 아니면 방금 딴 산딸기를 입에 넣고 맛보는 순간에, 당신이 내게 가까이 다가온 걸까?
당신 옷들은 어떻게 하면 좋겠소? 사랑하는 이가 죽은 후에 따라오는 이 질문을, 지금도 셀 수 없이 많은 집에서 하고 있겠지. 대답은 분명하오. 몇 점은 가까운 친지들에게 주고, 몇 점은 친한 친구나 이웃에게 주고, 몇 점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약간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보관하는 거요.
대답은 분명하지만, 그 질문은, 아무 대답도 허락하지 않는 은밀한 의문처럼 가까운 곳에서 계속 떠오른다오.
당신 옷 몇 점을 이 글에도 걸어 두겠소.
— 존 버거, 이브 버거 『아내의 빈 방 (죽음 후에)』 중
헤어진 사람들 안 보고 싶으신가요?
열심히 노력하면 내쉰 숨을 다시 마실 수 있을까요?
출국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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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엔 당신의 울음소리를 따라 걸었다. ⠀⠀⠀⠀⠀⠀⠀⠀⠀⠀⠀⠀⠀⠀⠀⠀
“남녘에선 벌써 꽃이 지고 있대. 여긴 미처 피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
그냥 말하지 않았다면, 다음 곡조를 연주하지 않았다면,
그곳에 놓아둔 꿈이 없었다면, 나를 보며 곰실곰실 웃지 않았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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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사병은 기분 나쁜 것이었겠지. 분명 지독히도 역겨웠울 테지.
바람은 별을 휘젓고 달빛은 처마 위로 고꾸라지는 이런 밤에도
설핏 떠올릴 당신이 없어 쿨쿨 잘도 잤을 테지. ⠀⠀⠀⠀⠀⠀⠀⠀⠀⠀⠀⠀⠀⠀⠀⠀
하지만 내겐 나와 똑 닮아 울먹이기를 잘하는 당신이 있다.
걸핏하면 나를 곤경에 빠트리고 그렁그렁 맺히는 목소리가 있다.
소담스럽게 곁에 앉아주는 그리움이 있다.
부패하지 않는 눈물과 쌀알 같은 별빛들. 그 사이를 오가는 어여쁜 당신이 있다. ⠀⠀⠀⠀⠀⠀⠀⠀⠀⠀⠀⠀⠀⠀⠀⠀
그리하여 이곳엔 닿지 못할 계절을 향해 찬란히 부서지길 반복하는 어느 착각이 있다.
기울어지고 기울어지다가 당신에게 아주 쓰러지곤 하는 마음이 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남아도 좋을 밤이 있다.
ig : und_tanz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