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락이 파리에서 공부하던 당시 그와 그의 몇몇 친구들은 영화를 보러 갔다. 표는 매진이었지만 뒤늦게 NDT 댄스 프로덕션의 티켓을 구해서 공연 후반부를 관람했다. 그는 이것을 곧 잊어버렸는데 몇 년 뒤 헤이그에서 살게 되었을 때 NDT가 자신의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빌락은 공연을 보기로 결심했고 곧 NDT의 무용수들을 만나게 되었고 안무와 어떻게 댄스 프로덕션이 무대 위에 올려지는지에 대해 알게 된 그는 NDT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본 무용수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그들이 춤출 때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얘기해 줬죠. 그리고는 내가 보는 것이 무용수들이 보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들은 무대에 있기 때문에 춤이 어떤지, 각각의 다른 요소가 함께 어떻게 작용하는지, 음악이 어떻게 그들의 움직임에 색을 입히는지, 그들이 무대 디자인이 관객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전혀 몰라요. 춤에 몰입하고 있고 엄청나게 집중하기 때문에 마치 운동선수가 각자 할 일을 하는 것과 같은 거죠.”
어떤 일이 일어나려면 일단 만나야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고민하는 사이 버스는 떠나간다. 물론 피터 빌락은 이미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경험과 내공이 대단하기에 이런 작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못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무용 공연을 보고 Body type으로 만들 생각을 한 게 정말 대단하다. (댄스 공연은 홍대에서 보는 게 다인데 홍대 춤꾼 폰트를 만들어야 하나..) 바디 타입을 보니 최근에 읽은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에서 말한 디자인의 정의가 떠오른다. “디자인은 단순히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생활 속에서 새로운 의문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 디자인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같은 공연을 두고 무용수들과 피터빌락의 시선이 달랐다는 것. 내가 그 공연을 봤다면 최대한 무용 전문가에 빙의해서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자꾸 자아 성찰의 길로..
덧. 피터 빌락이 [웍스 댓 웍크]라는 디자인 잡지를 만들었다는데 궁금궁금.
출처 CA magazine [피터 빌락의 인터뷰] http://cakorea.com/archives/1112
피터빌락의 사이트 http://www.peterbilak.com/fonts/body_ty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