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주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고3 1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던 날, 저는 적당히 긴장감이 감도는 소란스러운 교실 안에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문제집을 풀다가 이도 저도 제대로 못하고 보냈던 그 시간, 배는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등굣길에 마트에서 산 초콜릿을 짝꿍이랑 나눠 먹으며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때,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뒤집어지는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겠죠.
1주기가 다가올 무렵, 저는 노량진 학원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휴대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인기 검색어를 훑다가 알게 되었죠.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여전히 배가 가라앉고 있었다는 사실을 요. 학원 수업을 마치고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한 학생의 교복을 마주했습니다. 녹이 묻어 있는 와이셔츠와 밑단이 헤진 교복 치마였습니다. 한쪽에서는 단식농성을, 한쪽에서는 아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들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노란 리본을 매달고 아이들의 영정 앞에 국화를 내려놓았습니다. 살면서 처음 쥐어본 국화는 무거웠습니다. 너무나 큰 꽃송이가 자꾸만 고개를 숙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유가족 분들의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고 수많은 기사를 읽으며, 아마도 울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제가 아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생일을 챙겨주는 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1000일이 흘렀습니다. 누군가에겐 오늘이 사랑하는 누군가의 기념일일 수도 있겠죠. 시험을 하루 앞둔 저는 지난 1000일을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해 생각합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너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들인데 왜 그렇게 특별하게 생각하느냐고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일까요. 그냥 마음이 쓰여서, 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좀 더 성숙해지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1000일입니다. 뭐라도 써서 남기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써 내려간 글이 참 어수선하네요. 오늘의 팽목항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