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슬픔이 아닌 살아있음과 낭만에 대하여 생각하고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지난 3주전의 화요일부터, 내 인생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급류에 휩쓸려 이리저리 흘러왔다.
회사가 정말이지 말그대로 '하루' 아침에 망해버렸고, 며칠동안 돈 없는 괴로움이 허덕였고, 내가 그동안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았고 돌려받기를 기대하지 않았던) 줬던 진심을 감사하게도 되돌려받은 순간들이 있었고, 덕분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나라는 기능인을 소개할 수 있던 순간들도 있었고, 어쨌든 이래저래 다음주에 프리랜서로 3달동안 출근하고, 감사하게도 망했지만 진심을 다하셨던 상사분들께서 퇴직금과 마지막 월급을 챙겨주셔서 당분간 심각한 돈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처했다.
그랬으며 미리 예정되어있던 2일의 휴가를 가서 상상과 스크린, 다른 유튜버들의 시각으로 보는 바다가 아닌 진짜 바다, 방사능이 나올것 같지만서도 어쨌든 보기에는 행복한, 거칠고 높고 변칙적이며 시원하고 적어도 7가지의 맑은 파란, 묘한 에메랄드 빛, 거품이 나면 그 거품마저 파스텔톤의 컴포즈 블루 빛을 띄고 있는, 파도가 다시 물러가며 긁어간 모래를 머금고 일렁이는, 진짜 살아있는 바다와 파도를 마주하며 머릿속에 예전에 생각했던 문장을 정확하지 않지만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직접 겪지 않은 것은 가짜. 상상 속의 것들은 가짜."
뭐 이런 생각을 예전에 했던 것 같은데, 정말로, 상상하는 바다는 내가 직접 본 것들과는 다르지.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통해 바라본 바다는 푸르고, 아름답고, 부드럽기만 한데, 실제로 본 것은 다르지.
모래도 마찬가지. 모니터속의 모래사장은 그저 단일한 부드러운 베이지색. 그러나 가까이에서 본 모래는 부드럽고 뜨겁고, 쓰레기를 주워 가지 않은 사람들이 남겨놓은 몇가지의 쓰레기들, 행복을 누리고는 던져놓은 다 타버린 불꽃놀이 막대, 하얀 점, 검은점, 정말 다양한 톤의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바람이 만든 패턴들, 나는 그런 것들을 보며 앞선 디자이너들이 말한 '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는 뜻을 몸소 알게 되었다.
디테일은 그런 것이다. 들여다보고 직접 해야만 아는 것. 디테일이 없으면 모조품이고 가짜다.
또한 돌아와 내일의 출근을 앞두고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마침 만나는 낭만이란 번거로운 것이라는 것을, 바닷물이 끈적하게 남은 축축한 몸과 깔깔 웃느라 행복했던 그 마음들, 돌아오는 길의 그 피곤한 심신들을 따끈한 어제의 기억으로 떠올리며 되새김질할 수 있는 감사한 오늘을 맞이한다.
생각한것만큼 대단한 묘사는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슬픔을 토해내는게아니라 감탄과 삶을 숭배하는 마음을 뱉어내며, 역시 이런 날들도 있구나, 역시 별일이 모두 일어나는구나, 한번 더 감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