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장교의 스트레스 - 1
한달 전 소령으로 진급한 나는 군생활을 좀 더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천성적으로 군대 체질 이였다. 어렸을때 보았던 군인들의 늠름한 모습, 죽음을 불사하고 명령에 복종하는 모습은 언제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육사를 가고 싶었지만 그다지 공부를 잘 했던 건 아니라서 육사는 가질 못했고 어쩌면 나와 군대는 인연이 없는 것일 지도 모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전문대 졸업 후 소집 영장을 받고 병으로 군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군대를 집적 체험하며 육사 가는 것을 포기했던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상병이 되었을 때 나는 군대에 내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부사관을 지원했다. 그리고 2년 후 중사를 달았을 때 대학 졸업자에 한하여 장교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알았을 때 나는 무엇에 홀린 듯이 지원했다. 주임원사나 주변의 동료들은 모두 말렸지만 아무도 내 의지를 꺽진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임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위 육사와 학사의 파벌에 낄 수 없었던 나는 모두에게 무시당하며 또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진급이 누락되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어졌다. 아무도 나를 신경 써 주는 사람이 없었다. 처음엔 실망하였지만 군
대에 대한 내 마음은 오히려 오기를 만들어 냈다. 나는 남들의 몇 배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를 무시할수록 나는 나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 갔다. 일에 미쳐 혼기마저 놓쳐 버렸지만 나는 스스로 군대와 결혼한 몸이라 생각하며 열정을 쏟아 부었다. 군대에 있다는 것은 내 피를 끊게 만들었다.
지금의 대대장은 그가 연대 작전과장으로 있을 때 처음으로 그를 알게 되었다. 다른 육사 출신의 장교들과 달리 그는 파벌에 대해 매우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였다. 언젠가 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을 때 그는 내 의견을 존중하고 상처 받은 내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비록 그와 나는 같은 나이였지만 그의 계급이 위였기 때문에 언제나 그에게 높임말을 썼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나는 그가 좀 더 빨리 진급하여 내가 그를 모실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내가 모실 대대장으로 왔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대대장 업무 인수인계동안 몇 번의 마주칠 때마다 크게 아는 척을 하는 것은 아니였지만 나를 볼 때마다 그는 항상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몇 달 후 우리대대의 대대장 이,취임식이 치뤄졌고 그날 밤 첫 회식 자리에서 그는 나를 조용히 따로 불러냈다.
“이렇게 얼굴 마주하며 보는 것은 오래간만이군. 잘 지냈나?”
“예. 뭐 별일이 있겠습니까. 하하 진급 축하드립니다.”
“그래. 고맙네. 처음 이곳으로 발령 받았을 때 자네가 생각이 났었는데 역시 내 기억이 틀리진 않았군. 아무쪼록 잘 부탁하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자네도 이제 슬슬 진급할 때가 지나지 않았나?”
“아… 예… 그게… 올해를 마지막으로 보고 있습니다…”
“흠… 그래? 제대하려고?”
“아닙니다. 저야 좀 더 오래 군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군. 아직 자네 사정을 잘 모르네만 쉽게 포기 하진 말게. 자네 같은 사람이 군을 떠난다니 너무도 아까운 일이야.”
‘감사합니다.“
"그래”
그가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리고 그해 가을 진급심사에서 마침내 합격하였고 대대장은 자신과 함께 작전 장교로 있어주기를 원했다. 물론 나는 당연히 승락했다. 그는 유능한 지휘관이였고 인사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나로서는 최고의 지휘관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대대장이 그의 아내와 사별 후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그는 훈련이 다가오면 점점 사나운 야수가 되어 중대장들을 몰아 세웠다. 보통 때는 인자하고 자상한 사람이였지만 훈련이 시작되면 마치 진짜 전장에 있는 듯 자기 자신과 부하들을 몰아세웠다. 중대장들은 당연히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고 하지만 군대라는 직업의 특성상 속으로 참고 있을 뿐이였다. 나 역시 그로인해 스트레스가 급격히 쌓이는 중이였지만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 아니였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이나마 대대장을 도와 주기위해 중대장들을 다독이며 이끌었다.
두 달후 진급일이 결정되고 나는 육본에서 교육이수 후 대대로 돌아 왔다. 보직은 중대장에서 작전장교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부대로 돌아왔을 때 대대장의 포악함이 극에 달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이제는 내가 나서야할 때임을 깨달았다.
대대에 돌아오고 첫 진급 축하 회식 날 1차를 끝내고 2차를 가면서 중대장들에게 미리 눈짓으로 자리를 피하게 만든 후 대대장을 이끌고 조용한 술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반응 할지 두려웠지만 나는 내가 겪었던 대대장의 변화 그리고 중대장들의 의견을 말해주었다.
그는 처음 매우 화가 난 듯해 보였지만 화를 내진 않았다. 그리고 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을거야. 나도 나에게 먼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네. 처음에는 화를 냈을땐 스스로 깜짝 놀랐었지만 자꾸 그러다보니 마치 원래 내 성격이 이런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지. 그리고 익숙해져 버렸어. 내가 언제 웃었는지 기억조차 안나는군.”
다행이 조언을 드리는 시기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 듯하다. 나는 좀 더 용기를 내어 중대장들이 한 이야기를 꺼냈다.
“대대장님. 지금부터 드리는 제 말을 들으시고 오해는 하지 말아주십시요.”
“응?”
“군의관있잖습니까?”
“박대위?”
“예. 그 박대위가 정신과 계열의 학과를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한번 저는 잘 모릅니다만 스트레스에 대해 상담을 해보시는게 어떠십니까?”
대대장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속으로 내가 오버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하지만
“그래 알겠네.”
대대장은 의외로 쉽게 승락을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대대장은 몇 일후 군의관을 찾아가 진료를 받았다
.
그리고 그날 저녁 대대장과 같이 테니스를 치는데 그는 아주 기분이 좋은 듯하였다. 먼가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듯한 모습이였다. 몇 번의 실수를 해도 전처럼 화를 내거나 신경질 부리지 않고 잠시 심호흡하곤 이내 컨디션을 되찾았다. 결국 그날 게임은 대대장이 이겼다.
“아. 작전장교 오늘은 게임이 술술 풀리는구만.”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대대장님. 참 오늘 진료받으셨습니까?”
“진짜 좋았네!” 그는 거의 외치듯이 말했다
“정말 훌륭한 치료였네. 지금처럼 기분이 좋은 적은 없었던거 같아. 내일도 치료 받을까하네.”
“그렇습니까? 잘되었군요.” 내일 뵙겠습니다.“
"어. 그래.”
단 한번의 치료로 사람이 저렇게가지 변할 수 있는건가? 머라 딱 꼬집어 말하진 못하겠지만 먼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지워졌다. 어쨌든 오래간만에 그가 웃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그리고 두어달이 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