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어머니의 한복을 맞춘 날. (엄마와 어머니라니 호칭이 웃기네ㅎㅎ) 일년 전 만득의 누님 결혼식 때 옷을 맞추셨다던 박경숙 한복침구라는 곳에 가서 함께 옷감을 골랐는데 천에서 촤르르 윤기가 났다. 박경숙이란 이름이었지만 사장님은 머리가 흰 중년의 신사분이었고, 본인의 아내 이름으로 가게를 열었다는 로맨틱한 탄생설화를 돌아오는 길 어머님을 통해 전해들었다. 천만 보고 완성된 한복을 그려내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사장님의 자신감 꽉 찬 말에서 우리 엄마와 어머니의 한복이 분명 예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기획 교육 첫째날. 인사제도와 복리후생, 기업 비전같은 수업을 들었다. 경력 입사자들의 반응이 너어어어무나 미미해서 강의자와 인사팀 호스트가 민망할까봐 나혼자 마음을 졸였다. 가뜩이나 줌으로 교육하는데 반응이 없으면 굉장히 민망하단 말이다. 니들이 줌으로 화면을 공유하는 발표자의 마음을 알아?! 질문도 나혼자 왕창하고, 침묵이 미안해 작게라도 대답하는 걸 보니 나도 어느새 2년동안 배민사람이 다 되었나 보다.
오늘의 문장 : 살면서 실수는 누구나 해. 근데 중요한 건 그 다음이야. 그 다음들이 모여서 너라는 사람이 되는 거거든. (넷플릭스 소년재판)
삼성 경력교육 첫째날. 줌으로 카메라를 9시부터 6시까지,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내 켜두어야 하는데 마치 21세기 판옵티콘같다. 진이 쭉쭉 빠져서 교육이 끝난후 한 시간을 깜빡 졸다가 피티에 갔다. 재택이란 건 가끔 눕기도 하고 계란도 까먹고 뭐 그런 거 아닌가요? (그런 거 아님)
오늘의 문장 : 엄마가 환장할 때쯤 개학하고 선생님이 환장할 때쯤 방학한다 (svp r팀 선배님)
중대 광보과 청첩장 원정대의 서막으로 건희오빠 도경오빠 재혁오빠를 강남 진대감에서 만났다. 건희오빠는 벌써 결혼 2년차 (맞나?) 재혁오빠는 내년 결혼, 도경오빠는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만나는 중. 대학에 입학하고 주연이와 함께 처음 밥을 얻어먹은 선배가 재혁오빠였다. 메뉴는 차슈덮밥. 그 때에도 우리는 1+1이었는데. 건희오빠와 도경오빠에겐 앱솔루트 보드카를 처음 얻어먹었었나. 12년 전 점심엔 밥을 얻어먹고 저녁엔 술을 얻어먹으며 미팅과 수강신청 이야기를 하던 선배들과 이제 결혼과 부동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아 시간이여.
정업영과의 파자마 파티! 생각해보니 중3때 가장 친한 사이였는데도 서로의 집에서 잔 적 없었다. 광교댁의 잠실 방문 기념으로 뉴질랜드 느낌 물씬 나는 뉴질랜드 스토리에 갔다. 메뉴는 샐러드와 라따뚜이. 야채가 8할이라 방심했는데 다 먹으니 배가 빵빵해졌다.
정업영은 선영씨와 싸운적이 없다고 했고 함께 발맞춰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오래 사귀기도 했고. 늘 부러운 점이었는데, 스스로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업영의 취향도 한 몫 한 것 같다. 함께 소년심판 마지막화까지 보다가 (본인은 선영씨와 다 봤다고 했지만 한 번 더 봐주었다) 졸려 방으로 들어갔고 또다시 한참 수다를 떨다 잤다.
우리는 이제 서로 공통된 이야기거리도, 삶의 접점도 없고 하는 일도 취향도 다르지만, 언제 봐도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 아주 어렸을 때 모든 걸 공유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OOB에게 청첩장을 주러 이태원 원정을 떠났다. 역앞에 도착하자 오랜만에 느껴지는 번화가의 번잡스러움. 여기는 코로나가 먼저 끝났구나.
재혁오빠는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방금 받았다고 했다. 이제는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기분. 이런 시기에 불러내는 것도 미안하고,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대선날이자 본식 가봉 디데이. 투표를 하기 위해 7시에 일어나 선거소에 다녀왔다. 일어날 땐 정말정말 힘들었지만 5년에 한 번 오는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지.
본식 드레스 셀렉을 앞두고 2부 드레스가 너무너무 걱정돼서 어젯밤 내내 인스타를 뒤졌다. 그동안 찾아보면서 눈이 바뀌었는지 결국 본식은 실크로, 2부는 비즈로 택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더니!) 작년 여름에 내가 킵했던 본식 드레스는 아직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고 하는데, 첫 출전을 이뤄주지 못했구나. 하지만 역시 끝의 끝까지 결정을 못하는 나는 여전히 고민!
교육, 끝나고 PT. 이런 평화로운 일상도 곧 끝이겠지?
Insight talk시간에 팀에서 발표를 했고, 어쩌다보니 다음주 월요일에 300명 앞에서 또 한 번 발표를 하게 되었다. 거 참 피피티를 한 번 잡으면 잘 하고 싶어지니 원~
주제는 “이직의 역사”. YG입사 2주만에 압수수색을 경험한 이야기와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정확히는 내가 들어있는 건물이 출연)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 자지러졌다. 그래 나는 3개월간 십중팔구를 웃길 수 있는 이야기를 얻은 거야!
점심. 만득이가 동해바다에서 만-드가 촬영한 바다 사진을 보내주었다. 내가 준 선물에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되려 내가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저녁. 주연이네 마포 신혼집에서 할머니방 모임을 했다. 한강이 훤히 보이는 집이었다. 내려다보이는 마포대교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인턴시절 마음이 힘들 때 다리를 걸어서 건너곤 했는데. 그 시절의 내가 지금도 다리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만 같은데.
어제는 마포집에서 유나 주연과 함께 잤다. 밤에 이불을 깔고 셋이 누워있느니 함께 갔던 오키나와가 생각났다. 다음 여행지는 뉴욕이었지만 코로나로 미루고 미뤄졌고. 이제 우리가 또 이렇게 잠들 날이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 코오롱 친구들을 만나러 마포에서 광교로. 광교는 주차 인심은 경기도였고, 브런치 가격은 청담이었다. 오랜만인가 싶었는데 3개월 만이었고, 그럼에도 반갑고 할 이야기가 한가득인걸 보니 더 자주만나면 좋겠다 싶다. 집에 밤호박이 다 떨어진지 오래인지라, 단호박이 너무너무 반가웠다. 호박은 내가 다 먹었다.
오후엔 만득이를 만나러 광교에서 의왕으로. 만드도 날리고, 만득 어머니랑 같이 올라에서 저녁도 먹었다. 마포 - 광교 - 의왕까지 오늘 하루 스케쥴이 거의 전국 순회공연 중인 트로트 가수 수준. 아이고 결혼하기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