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섬나라
나는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자랐는데 해변가는 아니고 부둣가였다.
바다는 그래서 암초가 가득한 그런 곳이었고 그래서 더 두려운 곳이었다.
그런 녹빛의 바다를 건너면 어딘가의 섬나라에 안착하는데
제주일까 일본일까 어느곳에 발 딛어도 온통 다른 세상이었다.
제주는 눈앞의 푸르름이 금방이라도 번져 나를 덮칠것만 같았고,
일본은 멋모를 아기자기함이 온통 시선을 빼앗곤 했다.
묘한 일이다. 꼭 바다를 건너면 신비한 풍경 뿐이니,
그러니 안 건너고 베기겠나
우리는 그렇게 또 즐거울 계획을 세운다.
-Ram
*섬나라
1. 연달아 여행을 일본 소도시로만 다녀오게 되자 딜레마가 생겼다. 술과 미식, 그리고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맛있는 것들 천국인 일본을 갈지, 바다와 그 잘 익은 생망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동남아를 갈지 매번 고민하게 된다. 환율과 코로나 이후로 내려올 줄 모르는 비행기 값으로 인해 어게인 뉴욕은 먼 훗날로 미룬지 오래. 이런 이유로 아직 올해 여행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날마다 선택지가 바뀐다. 과연 올해 나는 어디로 비행기를 타고 떠나게 될 것인가.
2. 오늘 에리나랑 통화하는데 에리나가 물었다. 일본 여행 중 어디를 추천하고 싶냐고. 일단 눈이 호강하는 아소산을 먼저 이야기했고, 우동 면발의 쫄깃함으로 감동받은 다카마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에리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술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에리나가 술을 좋아했다면 했었을 말이 5배로 늘어났었을 텐데.
3. 벌써 몇 번째인지. 요즘 왜 이렇게 컵을 깨는지 모르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용도의 컵은 이미 두 개나 깨먹었고, 와인 잔도 벌써 절반은 사라져있고, 산토리 맥주 공장에서 사온 컵도 종류별로 두 개나 깼다. 와인 잔까지는 괜찮았는데 산토리 맥주 공장에서 사 온 컵이 종류별로 다 깨져버리니까 허무함이 밀려왔다. 일단 여름이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실 용도의 컵은 다시 사놔야겠다.
-Hee
*섬나라
발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다, 리조트, 관광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 숙소를 운영하고, 음식을 팔고, 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수입이 많아 보이지도 않았고,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만큼 불안정한 삶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들의 일상은 여유로워 보였다. 나는 그들의 일상에서 묘한 부러움을 자꾸만 느꼈었다.
내가 익숙하게 봐온 삶은 늘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큰 집, 더 빠른 승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음 목표를 바라본다. 지금의 삶은 잠시 거쳐 가는 단계일 뿐이고, 진짜 삶은 다음 단계에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반면 발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적어도 내 눈에는 달라 보였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일에만 매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집과 일터의 경계는 흐릿했고, 노동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가게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고, 가족들은 함께 일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 모습은 직장과 가정을 철저히 분리해 살아가는 내게 낯설게 다가왔다.
물론 내가 본 것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다. 관광객은 대개 그 지역의 어려움보다 아름다운 부분을 먼제 보게 되니까. 내가 느낀 여유 또한 착각일 수 있다. 그런데도 그 기억이 오래 남는 이유는 아마 그들이 보여준 삶의 방식에 끌렸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일상은 내게 어떻게 더 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을 남겼다.
일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일하는 모습. 삶의 대부분을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쓰기보다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태어나 관광객을 맞이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보여서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Ho
*섬나라
남쪽에 있는 섬, 제주도에 다녀왔다.
(바다가 보이는) 예쁜 숙소에서 만화책보며 해물라면 먹고싶다는 나의 오랜 로망에서 시작된 여행이었다.
그러나 4-5년 전부터 잡아놨던 숙소도 거리상 무산되고 일정상 가지고 간 만화책도 못봤으며 가려던 해물라면 집도 못 가게 되어 다른 해물라면 가게를 가게 되었다.
다른 여행이었으면 일이 어떻게 틀어져도 낭만이네 하고 넘겼을 것을, 내 로망을 실현하려던 모든 계획이 삐뚫어지자 나도 재밌게 놀다가도 툴툴거리게 되었다.
이게 아닌데..
속상하다..
이 생각들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 업무 문자까지 받자 진정 여행을 못 즐기기 시작했다. 나는 여행 온 걸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인데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다 하하호호 그럴 수도 있지 즐겼던 사람인데 그저 속상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오빠도 그걸 느꼈는지 다 받아주던 사람이 점점 스트레스 받는 걸 느꼈고 나도 미안한 마음에 사과했더니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옥 도서관에 가본 것도 시장에서 포장해 와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먹은 것도 다 재밌었어. 어디를 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랑 있느냐가 중요한거지. 숙소에서 하루종일 비가 왔대도 난 좋았을거야.”
맞다. 얽매이느라 더 즐기지 못했다. 겨우 계획이 뭐라고. 오빠는 이번에 못이룬 계획 다음에 이룰 수 있을거라 해줬고 이번 여행보다 다음 여행은 더 즐거울거라 위로해줬다.
-NOVA
도란도란 프로젝트 - 648번째 주제 "섬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