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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사랑한다면 힘닿는 데까지 자유롭게 해줘야 할 것이다. 상대의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으니 상대의 사생활을 지켜준다. 아무리 가까워도 인간으로서의 예의의 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 사랑으로 협박하지 않고 ‘내가 설치한 덫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라며 시험에 들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자기 마음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이다. 사랑은 이래야만 해, 라며 자꾸 사랑을 정의하고 범위를 좁히는 게 아니라, 이럴 수도 있다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줘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의 상식과 기대치에 얽매이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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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애가 더 타고 마음이 닳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어, 같은 연애에 항복하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건 인생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코 스스로를 관계에서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약한 사람들은 오히려 상처받지 않으려고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과거의 아팠던 경험으로 상대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거나 철벽을 치거나 나의 문제를 상대방에 투영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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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칼에 이별하지 못하기 때문에도 고통은 더 지속된다. 먼저 누군가가 관계를 내려놓으려고 하는 순간부터 이미 관계는 이별에 들어선 거나 다름없지만 관계가 완전한 마침표를 찍기까지는 이래저래 부침을 겪는다. 좀처럼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불꽃을 피었다 사그라졌다 사람을 헷갈리게 반복한다. 센 척, 약한 척, 괜찮은 척, 미친 척, 진짜 진짜진짜로 해어지기 전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척'을 해야 하는지.
이별을 지체시키는 것은 덜 사랑한 자의 희망고문 때문이기도 하다. 각자가 마음이 정리되는 타이밍이 다르다 보니, 더 사랑한 사람이 마음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덜 사랑한 사람이 도와줘야 하는데, 대신 그들은 선의나 예의를 빌미삼아 의도치 않은 희망고문을 한다. “지금 뭐해?“처럼과거의 여느 일상을 연상시키는 다정한 말투, 뜬금없는 "잘지내?” 같은 안부 인사, 괜히 블로그에 의미심장한 댓글을 남기는가 하면 SNS에서는 치고 빠지듯 관심글을 찍고 '좋아요'를 누른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감상적이 되고 누군가는 그 감상을 충동적으로 유발시킨 데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 상대의 상처는 까진 데 또 까져서 망신창이가 된다. 이제 상처의 피 냄새를 알아버린 더 사랑한 자가 제 발로 뒷걸음질 치며 상대가 보여주는 예전의 감미로운 말투나 미소에 더 이상 희망 품기를 두려워하게 되면 두 사람은 마침내 진짜 이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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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먼저 고한 것을 두고 잘못한 것, 나쁜 거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다. 왜냐하면 해어지려는 사람이나 붙잡으려는 사람이나 이해 관계가 일치되지 않아서 그렇지, 둘 다 똑같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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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엔 내 남자, 내 여자란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고 체념했다. 사람을 소유할 수도 없고, 상대를 내 입맛대로 바꿀 수도 없고, 끊임없이 같은 깊이로 사랑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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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ay not always love you
If you should ever leave me though life would still go on believe me
그렇다. 그토록 사랑했던, 오랜 시간을 같이했던 당신이 내 인생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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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잘 서 있을 수 있어야 타인과 함께 있을 때도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마음이 통하지도 않는 누군가로 공허함을 가짜로 채우기보단 차라리 그 비어 있는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이 낫다. 그래야만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있어야 진정으로 나답고 편안할 수 있을지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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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인간관계를 견뎌내야 할 이유는 없다. 당장은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만 한번 관계를 자연스럽게 놓아버린 다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피차 홀가분해할지도 모른다. 둘 사이에 일부로 거론되지 않는 갈등이 있다면 그 갈등을 놓아보자.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자연스레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들이 있다. 갈 사람은 가고 돌아올 사람은 분명히 다시 돌아온다. 관계의 상실을 인정할 용기가 있다면 어느덧 관계는 재생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를 나는 긍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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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너무나 좋은 사람이지만 나와는 안 맞는 것 같다'가 공식적인 이별 메시지였다. 이런 진부한 멘트를 날리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우진에게 미안했다. 자신의 허접한 이별 통보를 저토록 객관적으로 괜찮은 사람이, 그것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받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불공평해 보였다.
-소설집 <<어떤 날 그녀들이>>의 단편 <크리스마스이브에 생긴 일>중